ㅣ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석환이 등번호를 LG 시절 달았던 53번으로 유지했다. 두산 내야수 오명진의 양보로 등번호를 지킨 양석환은 작게나마 선물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양석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양석환(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양석환은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면서 등번호 ‘53번’을 그대로 유지했다. 두산에서 53번을 달고 있던 내야수 오명진이 양석환에게 번호를 양보한 덕분이다. 양석환은 “추신수 선배님 정도는 아니라도 작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라고 미소지었다.

양석환은 3월 25일 LG 트윈스와 두산의 2대 2 트레이드(내야수 양석환, 투수 남호<->투수 함덕주, 채지선)를 통해 정든 LG를 떠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6일 경기 전 만난 양석환은 “솔직히 어색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며칠 전 수원 원정 경기부터 트레이드 얘길 들어서 어제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LG 소속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었다”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양석환은 26일 곧바로 친정인 LG와 상대한다. 26일 잠실 LG전에서 양석환은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불과 어제까지 동료였던 선발 투수 정찬헌의 공을 때려야 한다.

트레이드 뒤 곧바로 친정 LG를 상대하는 것과 관련해 양석환은 “사실 LG를 상대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같은 팀 투수들과 맞붙는다고 생각을 안 하니까 주의 깊게 공을 보지 않았다. 또 타석에 들어섰을 때 (유)강남이나 (정)찬헌이 형이 웃고 있을 장면이 눈에 선하다(웃음). 느낌이 묘할 듯싶다”라고 답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루수 보강을 위해 양석환을 택했다. LG에서 1루수와 3루수 백업 역할이 유력했던 양석환은 오리무중인 두산 주전 1루수 자리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양석환은 “두산 주전 1루수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건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다. 함덕주라는 좋은 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보냈으니까 그만큼 내가 더 많이 노력하고 잘해서 트레이드를 잘했단 소리가 들리게 해야 한다. 나도 결과로 보여줘야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다. 지난해엔 제대 뒤 잘하고 싶은 욕심에 잘 안 풀리기도 했다. 입대하기 직전에 보여준 성적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나도 기대가 크다”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양석환은 LG에서 달았던 등번호 53번을 두산에서도 그대로 달 수 있게 됐다. 원래 53번을 달고 있던 내야수 오명진이 양석환에게 등번호를 양보한 덕분이었다.

양석환은 “53번은 LG에 입단했을 때부터 달았던 번호라 애착이 있다. 함덕주 선수가 53번 LG 유니폼을 입은 걸 보니 잘 어울려 보이면서도 느낌이 조금 묘하더라. 구단 매니저님이 먼저 등번호를 똑같은 걸로 계속 달 거냐고 물어보셔서 비어있는가 싶었다. 원래 53번을 달았던 오명진 선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번호를 달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시더라. 추신수 선배님만큼은 아니라도 작게나마 선물을 해주려고 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최근 SSG 랜더스에 입단한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추신수는 자신에게 등번호를 양보한 투수 이태양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양석환은 LG에서 8년 동안 자신을 지도해준 LG 류지현 감독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양석환은 “감독님께서 먼저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문자를 주셨다. 8년 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셔서 저도 감사하다고 답했다. 두산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드려야 감독님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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