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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구, 타자는 가만히 서있고 투수-포수 공 주고받다 끝난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 기사입력 2021.04.14 09:52:18   |   최종수정 2021.04.14 09: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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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KBO리그는 타고투저 아닌 투고타저

-공인구 반발계수 증가로 타자 리그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홈런과 득점 줄었다

-외국인 타자 초반 부진, ‘똑딱이’ 외국인 타자 영입, 거포 국외 진출이 원인?

-볼넷과 삼진도 함께 증가해…인플레이 타구 줄고 홈런 줄어든 야구, 과연 라이트 팬도 재미있을까?

 

흥에 겨운 프레이타스와 박병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흥에 겨운 프레이타스와 박병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어쩌면 시즌 극 초반 적은 경기 수에서 벌어지는 일시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애런 브룩스가 평균자책 꼴찌를 하고, 김재호가 타율 꼴찌에 머무르는 것처럼 얼마 안 가 한순간에 양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현상인 건 분명하다. 

 

총 41경기를 치른 4월 14일 현재까지 KBO리그는 ‘투고타저’다. 리그 평균자책은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4.27을 기록 중이다. 리그 홈런 수도 뚝 떨어져 2013년과 같은 9이닝당 0.70개에 그치고 있다. 리그 피안타율은 0.253으로 21세기 들어 최저치고 피OPS도 9구단 출범 이후 가장 낮은 0.711이다. 

 

어떤 분석: “외국인 타자 집단 부진, 거포 국외 진출이 원인”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추신수. 아직까지는 타율 0.185로 부진한 흐름이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추신수. 아직까지는 타율 0.185로 부진한 흐름이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원래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야구인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타고투저’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다. KBO가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공인구(스카이라인스포츠 AAK-100) 반발계수가 예년보다 높은 평균 0.4190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1차 0.4141, 2차0.4153)과 2019년(3차 0.4105)보다 높은 수치이자 ‘탱탱볼 시대’인 2018시즌(2차 0.4176)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 

 

여기에 실밥 높이도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홈런과 득점이 증가하는 ‘탱탱볼 효과’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개막 3주 차를 맞는 현재까지 흐름은 확연한 ‘투고타저’로 예상과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공의 반발계수는 높아졌는데 홈런과 득점은 줄었다? 흥미로운 일이다.

 

더 기묘한 건 올 시즌의 투고타저가 전형적인 투고타저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홈런과 득점이 적게 나오는 투고타저인데 볼넷은 많아졌다. 9이닝당 볼넷이 4.31개로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볼넷 허용률을 기록 중이다. 타석당 볼넷으로 따져도 10.8%로 가장 높다. 그러면서 탈삼진도 함께 증가했다. 9이닝당 7.50개로 2000년대 이후로는 2018시즌(7.54개) 다음으로 높은 삼진율을 보이는 중이다. 

 

요약하자면 올 시즌 현재까지 투수들은 예년보다 홈런은 덜 맞고, 점수도 덜 내주고,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내지만 그러면서도 많은 볼넷으로 공짜 주자를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초반이라 샘플 사이즈가 적고, 몇몇 극단적 경기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특이한 현상이다. 

 

2014년부터 올 시즌까지 KBO리그 각종 투구 지표(통계=스탯티즈) 2014년부터 올 시즌까지 KBO리그 각종 투구 지표(통계=스탯티즈)

 

원인이 무엇일까. 일단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공인구 관련 특별한 반응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몇몇 선수나 지도자가 ‘공이 이상하게 멀리 날아가는 느낌’이란 말도 하지만, 2019시즌 처음 저반발 공인구를 도입했을 때처럼 피부로 확 와닿는 변화는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시에는 공의 반발력이 줄어든다는 확실한 예고가 있었고, 현장에서도 ‘공이 전보다 안 나간다’ ‘타구가 막힌다’는 체감 반응이 나왔다. 이른바 ‘탱탱볼 시대’에도 ‘공이 이상하다’며 취재해 달라는 선수와 지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공인구 문제를 따지는 목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시즌 초반 외국인 타자들의 집단 부진이 홈런 감소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심재학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NC 애런 알테어(5홈런)를 제외한 외국인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하다. 아직 홈런을 신고하지 못한 선수도 있고, 타격 스타일상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키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 한화 라이온 힐리, 롯데 딕슨 마차도는 아직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키움 관계자는 “프레이타스에 대한 홈런 기대치는 높지 않다. 클러치 능력을 기대하고 데려온 타자다. 홈런을 20개 이상 때려낸다면 기대 이상”이라 했다. 

 

새 외국인 타자 삼성 호세 피렐라, KT 조일로 알몬테도 홈런 타자와는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다. 마침 지난해 리그 홈런왕 멜 로하스 주니어, 키움 홈런타자 김하성도 국외 리그로 떠났다. 수년간 리그 홈런 잔치를 주도한 리더의 부재가 홈런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시각: “홈런 안 맞으려고 코너워크 집중하다 보니 볼넷-삼진 증가했다”

 

13일 고척 경기에서 조기 강판당한 임찬규(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13일 고척 경기에서 조기 강판당한 임찬규(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홈런 감소와 볼넷 증가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현상이란 분석도 있다. 모 구단 데이터 분석가는 “최근 장타와 강한 타구 억제를 목적으로 보더라인에 투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타자가 치기 어려운 존 외곽에 던지는 공이 많다 보니 장타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지만, 그와 함께 볼넷도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이 분석가는 “외국인 에이스나 엘리트 투수들의 경우 보더라인을 요구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신인급이나 제구력이 좋지 못한 투수들에게 무리한 보더라인 요구는 제구 난조와 무더기 볼넷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화 이글스처럼 선구안과 출루에 초점을 맞춘 타격 접근법을 도입한 팀이 많아진 것도 볼넷 증가를 더욱 부추긴다. 

 

이와 더불어 지나치게 엄격한 심판 존이 무더기 볼넷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구단 투수코치는 “원래 시즌 초반은 선수는 물론 심판들에게도 적응기다. 시즌 초반 존이 다소 들쭉날쭉하다 시즌을 치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초반이라 그렇겠지만 심판마다 존의 차이가 다소 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로를 넓게 보는 심판, 낮은 공을 넓게 보는 심판 등 구심마다 개성이 지나치게 강해진 느낌”이라 했다.

 

다른 야구인은 “올 시즌 볼넷이 10개 이상 나온 경기가 유독 많은데, 투수들의 제구도 문제지만 구심의 경기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며 “경기 초반부터 존을 타이트하게 잡다 보니 일찌감치 무더기 볼넷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10점 차 이상 벌어진 경기 후반에도 좁은 존을 유지해서 볼넷을 양산하고 경기를 루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볼넷이 많아지면 경기 시간도 하염없이 늘어난다. 14일 현재 올 시즌 경기 시간은 평균 3시간 21분으로 지난해(3시간 17분)보다 4분, 2019시즌(3시간 12분)과 비교하면 9분이나 증가했다. 타고투저 시대인 2018시즌(3시간 21분)과 같은 수준. 그때는 홈런이 펑펑 쏟아져서 경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볼넷이 펑펑 쏟아져서 경기가 늘어지는 게 차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 리그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0.303으로 뚝 떨어져 지난 10년 가운데 2012시즌(0.300) 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투수들의 극단적인 보더라인 투구가 원인일 수도 있고, 한화를 비롯한 몇몇 팀의 적극적인 수비시프트 사용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물론 이제 시즌 3주 차가 지났을 뿐이고, 앞으로 남은 정규시즌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는 아직 모른다. 외국인 타자와 주축 타자들이 제 컨디션을 찾고, 신인급 선수들이 한계를 보이면 그때부터 타자들의 반격이 시작될지 모른다. 대량득점 경기와 홈런 파티 몇 번 벌이고 나면 리그 전체의 양상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흐름만 봐선, 올해 KBO리그는 타자보다는 투수들의 리그다. 홈런과 득점은 적게 나오고, 볼넷과 삼진은 많이 나온다.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대부분의 타석이 투수와 포수끼리 공을 주고받고 타자는 서있다 삼진 혹은 볼넷으로 끝나는 식이다. 

 

야구의 매력 가운데 하나인 배트에 딱!하고 공이 맞아나가는 시원한 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어쩌다 배트에 맞아도 시원한 홈런보다는 짧은 단타가 되거나 시프트에 걸려 아웃될 확률이 높다. 야구를 잘 아는 팬들이야 이러나 저러나 재미있게 즐기겠지만, 과연 야구를 처음 접하는 라이트 팬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좀 걱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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