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주 롯데-KIA전, 특급 신인 김진욱-이의리 맞대결 성사

-향후 10년 이상 프로야구 이끌어갈 대형 신인 좌완 대결, 온 야구계 관심 집중

-대형 신인투수 맞대결, 1986년 박노준-김건우 대결이 대표적…김건우가 1실점 호투로 승

-뛰어난 신체능력 자랑하는 김진욱, 강속구와 디셉션 장착한 이의리…누가 이겨도 전설의 시작이 된다

이의리와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이의리와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선발투수 예고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게 만드는 특급 신인 맞대결이 대체 얼마 만인가. 4월 1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3차전 선발 맞대결이 화제다. 롯데 김진욱, KIA 이의리의 초특급 신인 좌완 선발 대결이 성사됐다.

김진욱과 이의리는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신인 최대어다. 고교 시절부터 초고교급 에이스로 주목받은 둘은 각각 신인 2차 1라운드 1순위와 1차지명으로 롯데, KIA 유니폼을 입었다. 김진욱은 계약금 3억 7천만 원을 받았고 이의리도 계약금 3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차원이 다른 신인들에겐 고교와 프로의 수준 차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습경기, 시범경기 스테이지에서 프로 1군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를 선보였다.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도 이의리가 5.2이닝 2실점으로 눈부신 데뷔전을 치렀고, 김진욱도 6실점 하긴 했지만 5이닝을 버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1986년 박노준 vs 김건우 맞대결, 전광판에 이름 뜬 순간 ‘와!’하는 함성

선린상고 시절 박노준과 김건우.
선린상고 시절 박노준과 김건우.

KBO리그 역사상 신인투수 맞대결이 이 정도로 큰 기대를 모은 예는 흔치 않다. 한국야구 대표 좌완 류현진과 김광현은 데뷔 시즌은 물론 정규시즌에서도 단 한 번도 맞대결한 적이 없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6차례 맞대결도(각각 2승) 신인 시절이 아닌 에이스로 성장한 뒤 이뤄진 대결이다.

야구 원로들은 김진욱-이의리급 대형신인이 맞대결한 사례로 1986년 OB 베어스 박노준과 MBC 청룡 김건우의 대결을 떠올린다. 박노준-김건우는 초·중·고 동기동창이다. 서울봉천초등학교-선린중학교-선린상업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전국구 에이스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박노준-김건우 듀오를 앞세운 선린상고는 1학년 때 윤학길의 부산상고를 꺾고 대통령배 우승, 2학년 시즌엔 선동열의 광주일고를 물리치고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박노준은 고려대를 거쳐 OB 베어스에 입단했고, 김건우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MBC 청룡에 입단해 서울 라이벌 팀 소속이 됐다.

선린상고 전성기와 고교야구 황금기를 이끈 박노준-김건우의 선발 맞대결은 4월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이뤄졌다. 당시 OB 프런트였던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구 총장은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선발투수 예고제를 시행하기 전이라, 누가 선발로 나올지는 경기장에 와 봐야 알 수 있었다. 그날이 일요일이라 잠실에 많은 관중이 온 날이었는데, 전광판에 ‘박노준’과 ‘김건우’ 이름이 뜨는 순간 ‘우와!’하는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야구 관계자와 취재진도 바빠졌다. 구 총장은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이 난리가 났다. 급하게 데스크에 전화해서 보고하고, 기사 쓸 준비 하느라 다들 분주했다. 그만큼 박노준과 김건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지금 보면 다소 호들갑스러워 보이는 영화 ‘퍼펙트 게임’ 속 풍경이 당시 잠실야구장에 펼쳐졌다.

기대를 모은 대형신인 대결은 MBC의 2대 1 승리로 끝났다. MBC는 선발 김건우가 8이닝을, 김태원이 1이닝을 이어 던져 한 점 차로 승리했다. 전날 경기에서도 9회 1사에 올라와 구원승을 올렸던 김건우는 이날도 8회까지 삼진 5개를 잡아내며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틀 연속 호투로 주말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긴 김건우다.

박노준도 8회까지 완투하며 9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이 끝까지 터지지 않아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로 김건우는 시즌 4승째를 거뒀고, 박노준은 시즌 첫 패배를 안았다.

라이벌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김건우는 시즌 내내 기세를 이어갔다. 그해 37경기에 등판해 229.2이닝 18승 6패 평균자책 1.80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26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 2.64로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선수 생명에 위기가 찾아왔다. 타자와 투수를 오가는 방황의 시간을 거쳐, 1997년 투수로 7경기에 등판한 뒤 유니폼을 벗었다.

박노준도 데뷔 시즌 투타를 오가며 좋은 활약을 했다. 그해 투수로 33경기 110.1이닝 5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 2.28을 기록했다. 이듬해부터는 타자 쪽에 주력하며 OB 베어스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이후 해태-쌍방울을 거친 박노준은 김건우와 같은 해인 1997년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박노준-김건우의 마지막 맞대결은 투수 대 투수가 아닌 투수 대 타자로 이뤄졌다. 1997시즌 8월 30일 열린 LG-쌍방울 경기. 5회말 구원투수로 나온 김건우가 타석에 선 박노준과 만났다. 8년 만에 다시 만난 둘의 대결은 3구 승부 끝에 중견수 플라이로 정리됐다. 7회초 다시 박노준 타석이 돌아오자 MBC 벤치가 투수를 교체해 둘의 두 번째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건우는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타석에 선 박노준을 향해 손을 흔들어 옛 동료이자 라이벌을 향한 예우를 표했다.

‘무서운 성장세’ 김진욱 vs ‘강속구+디셉션’ 이의리, 누가 이겨도 전설의 시작

광주일고 시절 이의리와 강릉고 시절의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광주일고 시절 이의리와 강릉고 시절의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김진욱과 이의리를 향한 팬들의 기대는 35년 전 박노준-김건우 그 이상이다. 많은 전문가와 현장 야구인이 김진욱의 모습에서 김광현을, 이의리에게서 양현종을 떠올린다. 비운의 스타로 끝난 박노준-김건우와 달리 김진욱-이의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MBC 청룡 지도자를 지낸 박용진 전 감독은 “프로야구 인기를 위해서라도 김진욱-이의리 대결처럼 팬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화제가 되는 맞대결이 많아져야 한다. 류현진-김광현처럼 맞대결을 피해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두 선수를 정면으로 붙게 한 롯데와 KIA 지도자들이 좋은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김진욱의 몸이 강릉고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젊은 선수라 그런지 신체적으로나 야구적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며 “경기 운영, 멘탈도 원체 좋아 앞으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맞대결 결과도 김진욱의 우세를 예상했다.

한편 이의리의 승리를 예상하는 야구인도 있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는 MBC 스포츠플러스 프로그램 ‘맨이져’에 출연해 “이의리가 6~7이닝 동안 많아야 2실점만 내주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 타선은 지난해부터 좌완 상대로 유독 약한 모습이다.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팀타율 0.232에 팀OPS 0.695로 약했고 지난해에도 타율 0.241과 OPS 0.701(10위)에 그쳤다. 150km/h 강속구와 디셉션으로 무장한 이의리에게는 유리한 조건이다.

오늘 오후 6시 30분 광주에서 열리는 김진욱과 이의리, 이의리와 김진욱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어느 쪽이 이기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날 맞대결이 앞으로 수없이 회자되고 오랫동안 이어질 전설의 시작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선발투수 이름만으로 이렇게 가슴이 두근대는 경험, 참 오랜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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