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야구계 논란 단골손님 ‘스트라이크 존 판정’

-좌·우 넓고, 상·하 좁은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 변화 필요성

-“하이볼 스트라이크 잡아주면 심판 재량 넓히고 공격적인 플레이 유도 가능”

-피할 수 없는 로봇 심판 시대 도입 시기도 관심 “2021시즌 2군 확대 편성 계획”

이제 자연스러운 비디오 판독처럼 스트라이크 존도 기계의 힘을 빌려 판정할 날이 곧 다가올 전망이다(사진=gettyimages))
이제 자연스러운 비디오 판독처럼 스트라이크 존도 기계의 힘을 빌려 판정할 날이 곧 다가올 전망이다(사진=gettyimages))

[엠스플뉴스]

구심의 스트라이크 콜 논란은 해마다 나오는 문제다. 소위 말하는 ‘퇴근존’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2021년에도 스트라이크 존 판정 문제는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4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회 말 나온 유덕형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논란이 됐다. LG는 3대 4로 뒤진 9회 말 2사 만루 마지막 기회에서 이형종을 내세워 극적인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이형종은 볼카운트 1B-2S 상황에서 상대 투수 김상수가 던진 4구째 공을 지켜보면서 루킹 삼진을 당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홈플레이트 바깥쪽을 다소 벗어난 공이었지만, 유덕형 구심은 스트라이크 삼진 콜을 선언했다.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확신했던 이형종의 표정에선 스트라이크 콜 판정에 대한 당혹스러운 감정이 묻어나왔다.

결정적인 순간 나온 논란의 스트라이크 판정이었기에 팬들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스트라이크 존은 공정성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많은 판정 항목이다. 경기 상황마다 혹은 구심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도 사실 알고 보면 야구라는 스포츠가 때때로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단 뜻이 함축돼 있다.


- 좌·우 폭이 후한 KBO리그 S존, "상·하 폭 큰 메이저리그 S존과 확연히 달라." -

4월 11일 잠실 SSG-LG전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마지막 삼진 콜. 육안으로 봐도 홈플레이트 끝을 벗어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사진=중계 방송 화면 캡처)
4월 11일 잠실 SSG-LG전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마지막 삼진 콜. 육안으로 봐도 홈플레이트 끝을 벗어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사진=중계 방송 화면 캡처)

KBO(한국야구위원회) 허 운 심판위원장은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 논란과 관련해 “스트라이크 존은 구심의 고유 권한이다.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면 되는데 계속 자신감이 떨어지면 존이 줄어든다. 규정보다 존이 줄어들면 투수들의 투구 개수가 늘어나 경기가 늘어진다. 소신껏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중계방송에서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지는 듯싶다”라고 바라봤다.

구심이 위축되지 않고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육안으로 홈플레이트 좌·우 범위를 벗어나는 공까지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다면 책에 적힌 야구 규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이 좌·우로 너무 후하다는 시선이 있다. 야구 규칙대로 홈플레이트 좌·우 범위를 더 명확하게 판정하되 상·하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를 현재보다 조금 더 넓혀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 존과 비교하면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로 넓고, 상·하로 좁은 편이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한 야구인은 “확실히 메이저리그 구심들이 타자 상체 쪽 스트라이크를 KBO리그보다 후하게 잡아준다. 그런 경향이 최근 2~3년 전부터 더 심해졌다. 반대로 KBO리그 구심들은 타자 상체 쪽 스트라이크를 정말 안 잡아주는 편이다. 좌·우로 더 후하게 잡아주는 편이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미국 무대에서 건너온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잘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면서 몸쪽 공이나 바깥쪽 공을 후하게 잡아주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투수에게 유리하기에 존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는 선수들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 4년 전 유야무야 됐던 하이볼 S존 변화, 국제무대 경쟁력 위해서도 다시 검토할 때 -

KBO리그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 존 규정. 하이볼 스트라이크의 기준은 바지 윗부분과 어깨 윗부분의 중간 점이지만, KBO리그에선 바지 윗부분이 스트라이크 콜 기준이 되는 경향이 강하다(사진=KBO 야구규칙)
KBO리그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 존 규정. 하이볼 스트라이크의 기준은 바지 윗부분과 어깨 윗부분의 중간 점이지만, KBO리그에선 바지 윗부분이 스트라이크 콜 기준이 되는 경향이 강하다(사진=KBO 야구규칙)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을 줄이고 상·하 폭을 늘리는 건 어쩌면 스트라이크 존의 정상화에 가까운 방향이다. 홈플레이트 좌·우 끝을 벗어난 공은 야구 규칙상 ‘볼’이다. 또 상·하 폭을 살펴보면 야구 규칙상 스트라이크 존은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 점부터 무릎 아랫부분까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은 사실상 바지 윗부분 중간 점 위로 넘어가면 볼이 선언되는 경향이 강했다.

명확하게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이뤄져야 하는 홈플레이트 좌·우 폭과 달리 타자마다 다르고 명확한 경계선이 없는 상·하 폭에 있어선 구심의 재량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 있다. 좌·우 폭을 더 엄격하게 보고, 상·하 폭을 조금 늘려 유연하게 스트라이크 콜을 할 수 있다면 판정 논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다.

앞서 나온 미국 야구를 경험했던 한 야구인은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더 엄격하게 보고, 타자 상체 부근 스트라이크를 더 잘 잡아준다면 경기 양상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투수들의 관점에선 포심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타자들도 더 공격적인 스윙이 필요할 거다. 그렇게 된다면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높아지고, 경기 스피드업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사실 타자 상체 부근 스트라이크, 즉 하이볼 스트라이크를 잡아주려고 한 건 4년 전에도 있었던 시도다. 2017년 당시 KBO와 심판진은 타고·투저 완화와 국제대회 경쟁력을 위해 스트라이크 존 상·하 폭을 늘리고자 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스트라이크 존은 다시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하이볼 스트라이크 판정 방향성은 유야무야 사라지게 됐다.

KBO도 이번 스트라이크 ‘퇴근콜’ 판정 논란과 관련해 심각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에 관련해서도 오랜 기간 고심하는 단계다. KBO 관계자는 “공정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대해 심판진과 함께 항상 고민하고 있다. 4년 전부터 스트라이크 존 크기를 늘리고자 했는데 다시 점점 줄어들더라. 다시 스트라이크 존을 타자 상체 쪽으로 더 크게 확대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국제대회 스트라이크 존 규격에 맞출 필요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 더 근본적인 변화는 로봇 심판 도입, 공정성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다 -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관련해 로봇 심판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사진=gettyimages)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관련해 로봇 심판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사진=gettyimages)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관련해 더 근본적인 변화는 로봇 심판 도입이다. KBO는 지난해 처음 로봇 심판을 도입해 일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시험 시행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시험할 계획이다. 기계가 내리는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은 어떤 야구팬이든 간절히 소망하는 선물이다.

KBO는 2021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확대 운영하고자 한다. 1군 도입 시기는 여전히 미정이다. 로봇 심판을 두고도 여러 가지 검증해야 할 요소가 많은 까닭이다.

KBO 관계자는 “로봇 심판 예산을 대폭 늘려서 차근차근 잘 준비하려고 한다. 스트라이크 판정까지 내려지는 시간 소모 문제가 있고, 또 낙차 큰 커브가 원 바운드로 들어갔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지는 것도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확대 편성해 더 많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 2022시즌에도 로봇 심판을 1군에 도입한다고 확언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야구가 기계의 힘을 빌리기 전까진 ‘심판도 인간이기에 공 한두 개 정도는 실수할 수 있다’라는 면죄부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 한두 개의 공이 40년 가까이 쌓여 생긴 야구팬들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 불신은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이제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도 성역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현시대다. 한국 야구도 스트라이크 존 변화와 로봇 심판 도입으로 프로스포츠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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