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초반부터 센터라인 전원 이탈 겪은 두산 베어스

-주전 포수 박세혁 안와골절 수술이 가장 큰 치명타, 트레이드 움직임 주목

-기존 주전 못지않은 수비 선보인 외야수 조수행·내야수 안재석

-FA 보상 선수 박계범·강승호, 오재원과 향후 2루수 주전 경쟁 예감

주전 포수 박세혁의 이탈은 김지훈 배터리코치(가운데)와 백업 포수 장승현(오른쪽)에게 커다란 도전이 될 전망이다(사진=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의 이탈은 김지훈 배터리코치(가운데)와 백업 포수 장승현(오른쪽)에게 커다란 도전이 될 전망이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4월 17일 잠실구장 전광판에 적힌 두산 베어스의 선발 라인업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주전 센터라인 야수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까지 제외된 타순이 선보였다.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인업이었지만, 두산은 LG 트윈스 좌완 에이스 앤드루 수아레즈를 상대로 끈질긴 타격 끝에 3대 1 승리를 거뒀다.

두산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국 해답지를 찾았다. 백업 야수로 시즌을 출발했던 외야수 조수행과 내야수 안재석의 수비는 주전 못지않은 ‘더 캐치’를 선보였다. 이적생 내야수 양석환은 친정을 울리는 결정적인 적시타를 연이어 날렸다. 선발 투수 최원준은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 장기 이탈 예상되는 박세혁 빈 자리 메우기, 두산은 트레이드를 또 택할까 -

외야수 정수빈과 내야수 김재호의 공백을 잘 메워준 외야수 조수행(왼쪽)과 내야수 안재석(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두산)
외야수 정수빈과 내야수 김재호의 공백을 잘 메워준 외야수 조수행(왼쪽)과 내야수 안재석(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두산)

두산은 4월 16일 잠실 LG전에서 주전 야수 3명을 하루 만에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다. 외야수 정수빈(우측 내복사근 손상)과 박건우(우측 햄스트링 통증)가 경기 도중 교체된 가운데 주전 포수 박세혁이 상대 투수의 사구에 광대뼈 부위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밀 검진 결과 박세혁은 안와골절 판정을 받아 추후 수술 계획이다.

가장 시급한 포지션은 박세혁이 빠진 포수 자리다. 박세혁은 주전 포수로 자리 잡은 2019시즌 이후 팀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줬다. 최근 박세혁이 아닌 다른 백업 포수들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두산 내부적으로 중요한 과제였다.

2021시즌 새로 합류한 두산 김지훈 배터리코치는 스프링캠프 초반 “1군에 있는 젊은 포수들이 백업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 나도 그런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주전 포수인 세혁이와 백업 포수들 간의 간격을 좁히는 게 2021시즌 중요한 과제다. 세혁이가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세혁이에 근접할 만한 포수도 이제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선 안타까운 사구 부상을 겪은 박세혁이 안와골절 수술 뒤 100% 회복과 함께 빠르게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공백 기간을 채울 백업 포수들의 활약상은 필수다. 우선 제2의 옵션이었던 장승현이 당분간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크다. 장규빈과 최용제가 그 뒤를 받칠 수 있다.

박세혁의 회복 추이에 따라 두산이 트레이드 시장에 참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1군 백업 포수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몇몇 구단은 두산에 ‘딜’을 제안할 환경이 찾아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안와골절의 경우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복귀 시점을 정말 안전하고 조심스럽게 잡아야 한다. 만약 박세혁의 복귀 시점이 예상보다 더 미뤄진다면 두산 관점에선 당장 1군에서 활용할 만한 포수 자원 트레이드 영입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여전히 경기 수가 많이 남은 시즌 초반이기에 트레이드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 키스톤 콤비에도 새 얼굴들의 활약상, 두산은 어떻게든 해답지를 찾는다 -

베테랑 키스톤 콤비가 시즌 초반부터 빠지는 악재 속에서 두산은 새로운 해답지를 찾아가고 있다(사진=두산)
베테랑 키스톤 콤비가 시즌 초반부터 빠지는 악재 속에서 두산은 새로운 해답지를 찾아가고 있다(사진=두산)

정수빈이 빠진 자리엔 조수행이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존재감을 보였다. 조수행은 4월 17일 잠실 LG전에서 8회 말 홍창기의 잘 맞은 우중간 타구를 전력 질주 뒤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타석에서도 1타점 3루타를 포함한 멀티 히트 경기로 정수빈 못지않은 공·수·주 만능 활약을 자랑했다.

사실 조수행은 스프링캠프 동안 타격에서 가장 큰 성장을 보여준 선수로 평가받았다. 항상 정수빈의 그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조수행은 자신에게 찾아온 첫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 조수행이 정수빈의 역할을 잘 대체해준다면 두산은 또 다른 화수분 야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내야진에선 새롭게 찾은 화수분 답안지는 바로 신인 내야수 안재석이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출산 휴가로 빠진 가운데 안재석은 신인답지 않은 능숙하고 안정적인 수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잠실구장의 불규칙 바운드 타구를 잡아낸 안재석의 핸들링 능력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감각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두산은 유격수 백업 자리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거기에 김재호의 후계자를 찾아야 하는 과제도 있었기에 두산은 지난해 신인 1차 지명에서 투수가 아닌 야수 안재석을 뽑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두산 김태형 감독의 눈에 확실히 들어온 안재석은 개막 엔트리 진입에다 시즌 초반부터 선발 유격수 출전 기회까지 주어지는 ‘로열로드’를 걷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호가 없다면 안재석이 먼저 선발 유격수로 출전할 듯싶다. 신인답지 않게 타격 기량 자체가 뛰어나다. 수비도 기존 백업 야수들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 앞으로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선수 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루 도중 흉부 타박상으로 빠진 2루수 오재원의 공백을 메우는 방향은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 박계범과 강승호다. 강승호는 5월 초부터 음주운전 징계가 풀려 1군 출전이 가능하다. 그전까진 박계범에게 선발 2루수 출전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박계범은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타격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남은 4월에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만약 강승호와 오재원이 1군으로 올라온다면 2루수 자리는 박계범과 함께 ‘3파전’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오재원은 ‘경험’, 강승호는 ‘타격’, 박계범은 ‘수비’에 강점이 있는 만큼 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구성할 전망이다.

두산은 2021시즌 초반부터 센터 라인 전원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가뜩이나 비시즌 전력 누수로 두산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평가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더 큰 난관이 찾아왔다. 하지만,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위기에서도 트레이드 혹은 백업의 깜짝 활약 등으로 어떻게든 해답지를 찾아왔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두산이 이번에도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고자 어떤 해답지를 선보일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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