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수 박세혁, 사구 안와골절로 4월 19일 수술대 오른다

-과거 사구 안면부상 기억 있는 한화 조성환 코치도 안타까운 마음 전해

-조성환 코치 “‘코치님 목소리 듣고 싶었다’라는 세혁이 말에 울컥, 통화 자주 했다.”

-“세혁이에겐 이젠 좋은 일만 생길 것, 그라운드에 돌아오면 꼭 안아주고 싶다.”

한화 이글스 조성환 코치(오른쪽)가 지난해까지 같은 팀에 몸담았던 제자 포수 박세혁(왼쪽)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한화 이글스 조성환 코치(오른쪽)가 지난해까지 같은 팀에 몸담았던 제자 포수 박세혁(왼쪽)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엠스플뉴스]

제가 웬만하면 SNS에 글을 안 올리는데…

한화 이글스 조성환 수비코치는 4월 16일 경기를 마치고 느낀 안타까운 감정을 표현하다 잠시 말을 멈췄다. 조 코치가 안타까운 감정을 느낀 이유는 그날 패배한 소속팀의 경기 결과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같은 팀에서 몸담았던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의 사구 광대뼈 부상 소식을 접한 까닭이었다.

박세혁은 1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상대 투수 김대유의 사구에 광대뼈를 맞았다. 검진 결과 안와골절로 판정받은 박세혁은 19일 오전 안과와 성형외과의 협진 속에 수술을 받는다. 회복 기간은 미정으로 수술 뒤 상황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조 코치도 박세혁과 같은 안타까운 사구 부상 경험이 있다. 조 코치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 현역 시절인 2009년 4월 23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 출전해 8회 초 상대 투수 채병용의 사구에 왼쪽 관자놀이 부근을 맞았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진 조 코치는 압박붕대로 얼굴을 감은 채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검진 결과 왼쪽 안면부 함몰 골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조 코치는 사구 부상 뒤 40일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물론 어느 정도 후유증을 겪었지만, 조 코치는 2014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 조성환 코치 "세혁이가 '코치님 목소리 듣고 싶었다'라고 말해 울컥했다." -

두산 코치 시절 박세혁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조성환 코치는 박세혁의 쾌유를 바라는 SNS 메시지를 올렸다(사진=조성환 코치 SNS, 두산)
두산 코치 시절 박세혁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조성환 코치는 박세혁의 쾌유를 바라는 SNS 메시지를 올렸다(사진=조성환 코치 SNS, 두산)

4월 18일 엠스플뉴스와 연락이 닿은 조 코치는 “부상 당시 예상보다 빨리 복귀한 편이었다. 얼굴 뼈만 굳으면 되는 거니까 몸 상태를 빨리 끌어 올려 40일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님이 복귀 뒤 처음 상대하는 투수가 사구를 맞았던 우완이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좌완 김광현 선수가 선발 등판할 때 복귀전을 치르게 해주셨다. 마침 문학구장이었는데 나름대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라고 회상했다.

조성환 코치는 현역 당시 겪었던 아픔을 떠올리면서 박세혁을 위로했다. 박세혁은 그 어떤 이의 전화보다 조 코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SNS 메시지를 올렸다. 나중에 부상 장면을 봤는데 정말…(말을 잇지 못하며). 당일 저녁엔 박철우 감독님(박세혁 아버지)에게 전화 드리고, 다음 날 아침 (박)세혁이에게 전화하니까 받더라. 세혁이가 ‘이런 상황을 겪어보신 코치님 전화를 기다렸다. 코치님 목소리를 꼭 듣고 싶었다’라고 말하는데 울컥하더라.” 조 코치의 말이다.

조 코치는 곧 수술대에 오르는 박세혁의 마음을 보듬어줬다. 누구보다도 그 심정을 잘 알기에 조 코치는 주말 내내 끊임없이 박세혁과 통화하면서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줬다.

수술하기 전까지가 가장 힘든 시간이다. 아무래도 시력이 가장 걱정일 거다. 시야도 흐릿할 거고 많은 생각이 들 거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땐 수술이 잘 끝나면 괜찮을 거다. 상처가 아물고 부기가 빠지면 시력도 다시 돌아올 거니까. 세혁이는 그 와중에도 팀을 먼저 걱정하더라. 또 올 시즌 준비한 게 한순간 물거품이 될까 걱정하면서 미래에 대한 우려도 느껴졌다. 혼자 있으면 안 좋은 생각이 많아진다고 해서 주말 동안 세혁이와 통화를 자주 했다.


- 조성환 코치는 그라운드 위에서 미소 짓는 박세혁과의 재회를 꿈꾼다 -

환하게 웃으며 그라운드로 돌아온 박세혁을 기다린다(사진=두산)
환하게 웃으며 그라운드로 돌아온 박세혁을 기다린다(사진=두산)

조성환 코치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시력 문제였다. 조 코치도 현역 시절 부상 여파로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을 겪었다.

“세혁이가 시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더라. 뼈는 수술하고 붙으면 되는데 시력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나도 병원에서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공이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이 조금 있었다. 솔직히 당시엔 절망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졌다. 나중에 시야를 뚜렷하게 만들려고 눈 수술을 했고, 안경도 꼈다. 세혁이는 당시 나보다 더 젊고 회복력이 좋을 테니까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거다. 세혁이가 걱정하는 일은 안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공감할 수 있었다. 조 코치는 ‘이젠 이처럼 안 좋은 일은 다신 안 찾아올 거다. 앞으로 좋은 일만 찾아올 거다’라는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왜 이 공을 맞아야 했을까’, ‘야구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는 건 나도 다쳤을 때 느꼈던 감정인데 세혁이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 그래서 세혁이에게 얘기해줬다. ‘나는 이런 일이 다신 안 찾아올 거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극복하고 이겨내려고 하면 이제 좋은 일만 찾아올 거다. 빨리 잘 회복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림픽 대표팀까지 가보자.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포수 박세혁이라는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이다.

조 코치는 그라운드 위에서 다시 미소 짓는 박세혁과 만나 안아주는 재회의 순간을 애타게 기다린다.

“다시 그라운드에서 미소 짓는 세혁이와 만난다면 정말 뭉클할 거다. 그땐 ‘정말 힘들었겠지만 잘 이겨냈고 고생했다’라는 말을 건네며 안아주고 싶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면 모든 게 잘 풀릴 거다. 우리 세혁이는 강하니까. 너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얼른 다시 야구장에서 만나자.”

박세혁에겐 지금껏 야구만 바라보고 오랜 백업 시절을 버티면서 최선을 다해 달려온 힘이 있다. ‘양의지의 빈자리를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선도 우승 포수라는 결과로 극복한 힘이 있다. 박세혁은 4월 19일 오전 복잡한 감정 속에서 수술대에 오른다. 박세혁에겐 지금 찾아온 고난의 순간도 버틸 힘이 있다고 믿는다. 박세혁은 강하니까. 박세혁의 성공적인 수술 결과와 빠른 쾌유를 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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