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패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지는 프로야구의 세계. 그러나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시선은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바라본다. 6일 삼성전에서도 한화는 개개인과 팀 전체가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삼성-한화전이 열린 5월 6일 대전야구장. 경기전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때쯤, 취재진의 질문이 더이상 나오지 않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발언을 자청했다. 보통은 취재진이 질문을 하면 감독이 그에 대해 대답하는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된다. 감독이 먼저 뭔가를 얘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이날 수베로 감독은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듯했다.

우선 수베로 감독은 지난주 일요일(2일) 경기에서 윤대경의 투구를 언급했다. 이전 등판에서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졌던 윤대경은 이날 볼넷 없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빠른볼 위주의 공격적 투구가 통했다.

수베로 감독은 5일 삼성전에서 강재민도 거론했다. 강재민은 호세 피렐라에게 역전 2루타를, 강민호에게 쐐기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둘 다 슬라이더를 던진 게 장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후속타자에겐 빠른 볼로 패턴을 바꿔 삼진을 잡아냈다. 수베로 감독은 “더그아웃에 들어온 강재민과 얘기를 나눠 보니, 상대의 노림수에 패턴 변화를 줘야 할 필요를 느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수베로 감독이 윤대경, 강재민의 예를 든 건 선수 개개인의 성장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 팀의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못했고, 스포츠인 만큼 승패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감독 입장에서도 당연히 승패는 중요하다.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도 “지금은 윤대경, 강재민처럼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내 시선은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에 맞춰져 있다. 개개인이 성장하면 한화의 팀 성적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승리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이 팀을 업그레이드해서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나가고 우승 경쟁하는 팀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 얘기를 한 번쯤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경기전 감독 인터뷰 때는 경기 승패와 결과, 선수의 활약이나 부진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 주로 나온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운영하는 중인 수베로 감독으로선, 미디어가 지나치게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주목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을지 모른다. 당장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팀과 선수들의 ‘성장’이란 관점에서 한화를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발언을 자청한 수베로 감독이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발언을 자청해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수베로 감독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발언을 자청해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날 경기에서도 수베로 감독은 승리와 함께 선수들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첫 선발등판 기회를 얻은 대졸 신인 배동현은 3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긴 이닝을 버티진 못했지만, 크게 무너지지도 않았다. 속구 최고구속은 141km/h에 그쳤지만 속구 스트라이크/볼 비율 2:1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수베로 감독은 “멘탈적으로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결과만 갖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전날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3삼진을 당한 정은원은 이날 적극적인 타격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3회말 공격 볼카운트 1-2에서 바로 승부하러 들어오는 백정현의 속구를 받아쳐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6회엔 2볼에서 3구째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공략해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만들었다. 웬만한 공엔 배트를 내지 않는 성향을 이용해 빠른 승부를 펼친 상대 볼배합을 역으로 이용한 타격이다. “내년에 만 22세가 되는 어린 선수다. 앞으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점점 밸런스가 맞아 나갈 것이다. 완성형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수베로 감독의 기대에 멋지게 호응한 정은원이다.

전날 경기 8회 올라와 역전을 허용한 김범수는 이날도 5대 3으로 앞선 6회 마운드에 올랐다. 수베로 감독은 “어제 김범수가 안타를 맞은 타구 3개는 모두 땅볼 타구였다. 하나는 병살타 혹은 포스아웃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전과 달리 볼이 많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들어가다 맞았다는 점을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이날도 2실점하며 5대 5 동점을 내주긴 했지만,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수베로 감독은 앞으로도 김범수를 리드 상황에 기용할 계획이다. 그는 “패할 수도 안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김범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음을 보였다. 7회 올라온 강재민이 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10회 나온 윤호솔이 1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내는 소득도 있었다.

이날 경기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한화의 6대 5 승리로 끝났다. 한화는 7회 5대 5 동점을 허용했지만 역전까지는 내주지 않고 버텼다. 10회말 공격에서 2사 후 노수광이 안타로 물꼬를 텄고, 최재훈이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여기서 신예 박정현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의 올 시즌 첫 끝내기 안타. 전날 역전패를 끝내기 승리로 설욕하며, 또 한 번 개개인과 팀 전체가 한뼘 더 성장한 한화다.

경기 후 수베로 감독은 “굿 게임”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운 뒤 “오늘 같은 경기는 중간투수 역할이 중요했는데 중간투수들이 제 몫을 다해준 게 중요했다. 박정현처럼 어린 선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것을 칭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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