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느린 공갈포’ 외국인 타자들 초반 부진에 교체 카드 선택 여부 관심

-스프링캠프 훈련 부족 지적받은 라모스, 특타 훈련으로 반전 모색 계획

-언더핸드 상대 극명한 약점 있는 힐리, 수베로 감독이 직접 나서서 돕는다

-지명타자 자리 꿰찬 프레이타스, 실망스러운 타격과 출루율로 포수 활용까지 고민

한화 외국인 타자 힐리(사진 왼쪽부터), LG 라모스, 키움 프레이타스. 세 외국인 선수는 시즌 초반 발 느린 공갈포 이미지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외국인 타자 힐리(사진 왼쪽부터), LG 라모스, 키움 프레이타스. 세 외국인 선수는 시즌 초반 발 느린 공갈포 이미지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구단들이 어느덧 30경기 고지를 앞뒀다. 144경기 레이스에서 20% 정도 일정에 도달한 가운데 부진한 외국인 선수들을 향한 거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즌 초반 부진이 두드러지는 외국인 타자들에 대한 교체 여론이 고갤 드는 분위기다.

4월이 지난 뒤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 가장 눈에 들어오는 활약을 펼치는 주인공은 바로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호세 피렐라와 NC 다이노스 외야수 에런 알테어다. 알테어는 시즌 11호 홈런으로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고, 피렐라는 타율 0.354에 9홈런을 쏘아 올리는 동시에 헌신적인 주루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두 선수의 뒤를 이어서 두산 베어스 호세 페르난데스도 ‘안타 기계’답게 타율 0.324/ 34안타/ 4홈런으로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KT WIZ 외야수 조일로 알몬테 역시 타율 0.294/ 32안타/ 4홈런/ 17타점으로 KBO리그 무대에 서서히 적응하는 흐름이다.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는 KIA 타이거즈 프레스턴 터커와 SSG 랜더스 제이미 로맥은 2년 넘게 KBO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딕슨 마차도는 유격수 수비에 있어 공헌도가 크다.

지금까지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세 선수가 있다. 이 선수들은 4월 동안 계속 부진하거나 자신의 강점을 살린 플레이를 못 보여줬다. 바로 LG 트윈스 내야수 로베르토 라모스와 한화 이글스 내야수 라이언 힐리, 그리고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다.


- 1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공갈포 라모스, 홈경기 특타 훈련 소화 계획 -

라모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타격 지표 수치가 안 좋아졌다(사진=엠스플뉴스)
라모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타격 지표 수치가 안 좋아졌다(사진=엠스플뉴스)

먼저 라모스는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타율 0.213)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홈런(3개)을 쉼 없이 날리는 상황도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22.6%->28.5%)과 콘택트 수치(71%->65.4%)도 악화됐다. 타구 방향도 지난해와 비교해 외야 타구 비중(65.4%->59.5%)이 줄었다.

LG 류지현 감독이 바라본 라모스의 부진 이유는 ‘스프링캠프 훈련 부족’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5월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라모스 문제를 방관하면 안 되니까 어떤 문제일지 어제(4일)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봤다. 이전에도 외국인 선수들의 캠프 훈련 부족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결국 캠프 훈련 부족이 현재 부진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결론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라모스는 2월 1일 한국에 입국해 2주 자가 격리 기간을 보내고 16일 이천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류 감독은 “국내 스프링캠프로 진행하면서 기본적으로 훈련 강도가 낮아진 데다 외국인 선수들은 입국 연기와 자가 격리로 더 늦게 팀에 합류했다. 다른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릴 때 라모스는 몸을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좋더라도 훈련량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물론 해결책은 훈련량 늘리기다. 비교적 훈련 시간이 여유로운 홈경기에 맞춰 라모스는 특별 훈련을 추가로 소화할 계획이다.

6일 경기 전 류 감독은 라모스의 특별 추가 훈련과 관련해 “라모스와 대화를 나눈 결과 선수 본인도 추가 훈련 필요성에 대해 수긍했다. 앞으로 홈경기 훈련에 맞춰 특타를 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힐리에게 뼈 아픈 홈런 숫자 '1개', 언더핸드 상대 약점 극복도 과제 -

힐리는 기대했던 홈런이 단 1개에 그치면서 장타력을 좀처럼 뽐내지 못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힐리는 기대했던 홈런이 단 1개에 그치면서 장타력을 좀처럼 뽐내지 못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힐리도 타율 0.255/ 1홈런/ 출루율 0.294/ 장타율 0.353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홈런과 장타력이 부족한 팀 타선에서 거포 자원인 힐리가 큰 타구를 생산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길 바란 한화였다.

하지만, 힐리도 외야 타구(47.4%)보단 내야 타구(52.6%) 비중이 더 크다. 뜬공(23개)보다 땅볼(30개)이 더 많은 점도 눈에 들어온다. 가장 뼈아픈 수치는 홈런 ‘1개’다. 한화 벤치는 힐리가 KBO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을 통해 한순간 감을 잡고 장타력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선수가 다른 나라 리그로 왔을 때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이 달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 걸리는 건 분명하다. 타자에 따라 그 기간이 짧은 선수도, 길게 필요한 선수도 있다. 힐리의 경우 시간이 조금 필요한 과정에 있다. 다행인 건 타율이 매우 낮은 건 아니고 2할 중반 정도는 왔다 갔다 해주고 있다. 시간이 흘러서 감을 잡으면 한번 튀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힐리 타격 부진에 대한 시선을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의 말처럼 KBO리그에서 생소하게 느껴질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저조한 타율(0.080, 25타수 2안타)도 힐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수베로 감독은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로도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란다. 힐리가 타격 훈련을 할 때 내가 전담으로 언더핸드로 던져주는 거를 하려고 선수와 이야기를 맞췄다. 이른 시일 안에 내가 언더핸드로 던져주면서 힐리가 타격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키움 프레이타스도 기대만큼 느낌표를 못 주고 있다. 프레이타스는 타율 0.253/ 25안타/ 1홈런/ 출루율 0.279/ 장타율 0.354를 기록 중이다. 정교함과 힘 가운데 정교함에 더 강점이 있다는 평가였지만, 타율과 출루율 수치를 본다면 그 장점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프레이타스의 흐름이다.

무엇보다 수비 포지션 없이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것도 프레이타스의 가장 큰 약점이다. 포수와 1루수 자리에 투입하는 것도 국내 선수들의 수비 실력이 더 낫기에 어려울 거란 시선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의 특정 투수 등판 때마다 포수 투입을 거듭 고민하고 있다. 현재 타격 성적으로는 프레이타스를 지명타자 자리에 넣는 게 낭비일 수 있는 까닭이다.


- 여전히 쉽지 않은 외국인 교체 카드, '윈 나우' 한다면 고민할 수 있다 -

정교함과 힘 두 가지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못 보여준 프레이타스를 두고 지명타자 자리 활용이 맞는지에 대한 키움 벤치의 고민이 이어진다(사진=엠스플뉴스)
정교함과 힘 두 가지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못 보여준 프레이타스를 두고 지명타자 자리 활용이 맞는지에 대한 키움 벤치의 고민이 이어진다(사진=엠스플뉴스)

라모스와 힐리, 그리고 프레이타스의 공통적인 현상은 발 느린 타자들이 공갈포로 전락했단 점이다. 이들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다면 더욱더 정교해진 상대 수비 시프트에 가로막힐 수 있다.

2021시즌 한화를 중심으로 많은 구단이 발 느린 거포 자원들을 향해 더 강력한 수비 시프트를 구사하고 있다. 땅볼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더라도 외야와 내야 중간에 위치한 내야수 글러브에 걸린다면 1루 아웃을 두고 승부할 만한 상황이 나오고 있다. 특히 라모스의 경우 2루수가 우익수와 내야 사이에 서는 극단적인 1·2루 간 수비 시프트의 먹잇감이 됐다.

발 느린 공갈포가 된 세 선수가 시즌 중반까지 공을 띄우지 못한다면 구단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윈 나우’를 노리는 팀이라면 더 그렇다. 한화는 리빌딩 과정에 있기에 시즌 초반 힐리 교체 가능성을 크게 바라보긴 어렵다. 키움의 경우 이미 교체 외국인 선수 카드(조시 스미스->제이크 브리검)을 한 차례 사용했다. 프레이타스까지 시즌 조기 교체를 결정하는 건 구단 내부적으로 부담감이 있다.

라모스의 경우엔 추가 특타 훈련이 5월 안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LG는 2021시즌에서 ‘윈 나우’ 모드로 우승을 외치고 있다. 강력한 외국인 타자 없이 우승을 노리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만약 라모스가 5월에도 지난해 강력했던 타격 능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LG는 고심을 거듭할 수 있다.

미국 마이너리그가 이제 개막을 앞둔 가운데 구단들도 서서히 외국인 스카우트를 미국으로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에서 백신을 접종할 경우 미국을 다녀와도 입국 시 음성 판정을 받는다면 2주 자가 격리 면제가 가능해졌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한 구단은 이미 대체 외국인 선수를 두고 진지한 대화가 오간단 얘기도 현장에서 돈다.

KBO리그 구단들은 코로나19로 열악해진 구단 주머니 사정 속에 교체 외국인 카드를 함부로 쓰기 힘든 분위기다. 하지만, 구단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다면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과연 라모스와 힐리, 그리고 프레이타스가 발 느린 공갈포라는 이미지를 벗고 가을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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