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의 부진이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른다. OPS 0.575로 리그 최하위. 문제는 손아섭의 타순이 팀 내 최고 타자를 배치하는 2번 타순이라는 건데…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손아섭의 질주가 멈췄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손아섭의 질주가 멈췄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올 시즌 팀이 치른 28경기에 모두 2번타자로 출전했다. 리그에서 팀의 전 경기에서 2번으로 출전한 선수는 손아섭이 유일하다.

현재야구에서 2번타자는 팀 내 최고 강타자를 배치하는 타순이다. 1번타자 다음으로 많은 타석이 돌아온다. 한 시즌으로 치면 54타석 정도가 더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치는 타자가 타석에 자주 나가면 그만큼 팀의 득점 확률이 높아지고 승리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1번타순에는 출루율 좋은 타자를, 2번에는 팀 내 최고 타자를 배치하는 게 최근 야구 트렌드다.

롯데의 전 경기에 2번타자로 나왔으니 손아섭이 롯데 최고 타자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아마 오랜만에 야구를 본 사람이라면 손아섭 이름과 옆에 있는 숫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손아섭은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못 치는’ 타자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5월 8일 현재 손아섭은 출루율 0.309에 장타율 0.266으로 OPS 0.575를 기록 중이다. OPS 리그 최하위다. 타격 생산력을 출루율 스케일로 나타내는 wOBA도 0.283으로 최하위, 100을 기준점으로 삼는 wRC+도 55.7로 꼴찌다. 타석에 나오면 나올수록 팀 득점과 승수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손아섭의 현재 OPS는 40년 리그 역사상 뒤에서 16번째로 나쁜 기록이다. KBO리그가 현대화된 2000년 이후로는 2020 KIA 박찬호(0.548)와 2006 한화 김민재(0.573) 두 선수만이 손아섭보다 낮은 OPS를 기록했는데, 둘 다 유격수다.

리그 환경과 구장 효과를 중립화해 보여주는 wRC+도 40년 역사상 단 11명만이 손아섭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55.7은 리그 평균보다 -44.3% 나쁜 공격 생산력이다. 미국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wRC+ 60 이하를 ‘끔찍한’ 기록으로 분류한다.

더 슬픈 건 타순이 2번이다 보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찬스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손아섭 타석에서 롯데의 총 주자 수는 82명으로 이대호(84명) 다음으로 많은 주자가 손아섭 앞에 상을 차렸다. 전체 타석 중에 25.7%가 득점권 타석에 해당했다.

하지만 손아섭이 홈으로 불러들인 주자는 단 6명. 리그 타자 중에 홈런 제외 홈으로 주자를 불러들인 비율이 7.3%로 최하위였다(삼성 김상수 공동 최하위). 득점권 타율도 0.219로 팀 내 꼴찌였다. 손아섭보다 득점권 타율이 더 낮은 타자가 7명이나 된다는 걸 위안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손아섭은 때가 되면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손아섭이 살아나기 전에 팀이 완전히 추락해 버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사진=엠스플뉴스)
손아섭은 때가 되면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손아섭이 살아나기 전에 팀이 완전히 추락해 버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 손아섭의 자리에 슬럼프에 빠진 손아섭 대신 다른 타자, 롯데 타자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가상의 타자를 배치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변수가 많겠지만 한번 가정해 보자. ‘헨리 오함마’라는 이 가상의 타자는 롯데 타자 평균의 득점권 타율(0.285)과 롯데 타자 평균 수준의 순수 타점 비율(16.9%)을 나타낸다.

손아섭은 총 65차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왔다. 이 중 주자 1루 상황은 30차례, 득점권 상황은 35차례였고 득점권 주자 수는 52명이었다. 만약 이 찬스에서 롯데 타자 평균인 0.285의 득점권 타율을 보였다면,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주자는 약 14.7명이다. 손아섭의 시즌 타점 6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4~15타점이 가능한 셈이다.

순수타점 비율로 계산해도 비슷하다. 82명의 주자 가운데 16.9%를 불러들인다고 가정하면 13.8점 정도가 나온다. 이는 기존 손아섭의 6타점보다 8점 정도 많은 기록이다.

롯데는 28경기에서 150득점 164득점을 기록했다. 손아섭 타석에 다른 타자가 안타를 쳐서 생기는 추가 득점 찬스 효과를 무시하고 8점을 더하면 158득점 164실점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을 계산하면 실제(0.459)보다 높은 승률 0.483이, 기대 승수는 13~14승이 나온다.

WPA(추가한 승리확률)로 봐도 비슷하다. 손아섭은 팀 내 최하위인 WPA -1.22를 기록 중인데, WP는 0.500을 기준으로 시작해 0.5를 더하면 팀에 1승을 추가한 셈이 된다. WPA -1.22는 팀 승리에서 2.44승의 손해를 끼친 셈이 되는데, 만약 이 -2.44승이 아니었다면 롯데의 실제 승수는 13승 이상이 될 수 있었다.

13승 15패 혹은 14승 14패는 5위 NC-KIA-두산(13승 14패 승률 0.481)과 비슷한 기록이다. 물론 롯데가 비현실적인 1점 차 경기 승률로 인해 기대승률(0.459)보다 훨씬 낮은 실제 승률(0.393)을 기록 중인 걸 고려하면 실제 승률도 0.483보다 낮았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나은 성적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롯데는 무슨 감기에 걸렸는지 생애 최악의 슬럼프에 빠진 손아섭을 최고 타자의 타순에 배치했고, 2~3승을 추가로 얻을 기회를 날렸다.

물론 손아섭은 손아섭이다. 그가 지금 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할 거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때가 되면 살아날 것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가 아는 손아섭다운 성적을 올려줄 거다. 하지만 그때쯤 되면 롯데는 지금보다 더 많은 승수를 까먹고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손아섭이 살아날 때쯤엔 지금 잘하는 다른 선수가 내려가는 상황도 계산해야 한다. 세상은, 야구는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작년 8월에 롯데가 열심히 치고 올라갈 때, 다른 팀은 안 올라가고 가만히 있던가?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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