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공백 딛고 돌아온 삼성 우완 양창섭 “공 잡는 게 제일 그리웠다”

-지난 2년간 겨울마다 오승환과 함께 훈련해…“이제는 버스 옆자리에서 장난도 쳐요”

-웨이트 트레이닝 효과? 3km/h 빨라진 평균구속 “밸런스의 중요성 깨달았다”

-올 시즌 선발 뒤 받치는 롱릴리프 역할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다…공만 던질 수 있다면”

삼성 우완 영건 양창섭(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삼성 우완 영건 양창섭(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은 지난 2년간 대선배 오승환과 함께 겨울을 보냈다. 오승환이 2019년 국내 복귀 당시 ‘친하게 지내고 싶은 후배’로 콕 찍은 선수가 바로 양창섭이었다.

양창섭-오승환의 브로맨스는 2020년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시작됐다. 양창섭은 오승환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에 먼저 들어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하고 캐치볼도 주고받았다. 지난겨울 비활동기간에도 최지광, 이승현, 홍정우, 구준범 등과 함께 ‘오승환 미니 캠프’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오승환 선배님은 항상 아침에 제일 빨리 나와서 웨이트를 하세요.” 양창섭의 말이다. “나이도 저보다 한참 많은 선배님이 웨이트할 때는 훨씬 무거운 걸 드십니다. 저렇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니까 오랫동안 야구할 수 있구나, 나도 지금부터 꾸준히 관리해서 오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대선배이고 슈퍼스타인 오승환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 2년 전 오키나와 때는 주로 오승환이 먼저 말을 걸고 조언해주는 관계였다. 직접 물어보기보단 옆에서 보고 느끼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

양창섭은 “그때는 선배님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많이 물어보지 못했다”면서도 “지금은 많이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버스 옆에서 장난도 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승환 효과? 몸도 커지고 공도 빨라져서 돌아왔다

양창섭은 대선배 오승환과 함께 운동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사진=엠스플뉴스)
양창섭은 대선배 오승환과 함께 운동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사진=엠스플뉴스)

호리호리했던 입단 당시에 비해 몰라보게 탄탄해진 상체가 눈에 띈다. 이것도 오승환과 함께한 효과일까. 양창섭은 씩 웃으며 “오승환 선배님이 이두운동 할 때 한번 만져봤는데 되게 딱딱하더라. 마치 돌덩이 같다”“나도 오승환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몸무게가 늘었습니다. 저도 오승환 선배처럼 몸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겨울에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꾸준하게 운동했어요. 선배님과도 함께 운동하며 배웠고요, 먹는 것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벌크업에 성공한 덕분인지 패스트볼 구속도 팔꿈치 수술 전보다 빨라졌다 데뷔 시즌인 2018년 평균 141.1km/h였던 속구 구속이 올 시즌엔 144.1km/h로 3km/h 가까이 올랐다. 아직 등판 경기 수나 투구 이닝이 많지는 않지만, 부상과 2년 공백을 딛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구속이 더 빨라진다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양창섭의 말이다. “제가 마음먹고 세게 던지려고 했을 때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결과가 안 좋았어요. 그러다 얼마 전 구속 욕심을 포기하고 밸런스로 던져보자 했더니 오히려 스피드가 잘 나오더라구요. 밸런스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양창섭이 보고 배우는 대상은 오승환뿐만이 아니다. ‘절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도 양창섭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다. 그는 “뷰캐넌과 친해서 서로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다. 하지만 운동에 관해 물어보면 굉장히 진지해진다. 뷰캐넌이 던지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계속 가르쳐 달라고 한다”고 했다.

배움에는 나이도 선후배도 없다. 입단 동기인 최채흥은 양창섭이 재활로 보낸 2년 사이 좌완 에이스로 올라섰다. 동갑내기인 김윤수도 주축 불펜 투수로 등극했고, 1년 후배 원태인은 올 시즌 리그 다승-평균자책 1위로 특급 에이스가 됐다. 모두가 양창섭의 경쟁 상대이자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대상이다.

양창섭은 “채흥이 형도 태인이도 잘 던지고, 최지광-김윤수도 좋다. 우리끼리는 캐치볼 할 때도 서로 보면서 더 잘 던지려고 한다. 그러면서 좋은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또래 투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동료에게 자극받고 배우는 관계는 다른 삼성 선수들도 마찬가지.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의 전력질주는 삼성 야수들은 물론 투수들에게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올 시즌 초반 삼성이 예상을 깨고 리그 1위를 달리는 비결이다.

“공 잡는 게 제일 그리웠다”는 양창섭, 2년 공백도 못 지운 재능

역투하는 양창섭(사진=삼성)
역투하는 양창섭(사진=삼성)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양창섭의 역할은 롱 릴리프,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용어로는 ‘벌크 가이’다.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가면 올라와 긴 이닝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오프너’ 김윤수가 일찍 내려간 1일 LG전에선 4.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부상 복귀 후 첫 승리도 챙겼다. 허삼영 감독은 선발이 구멍난 경기에선 양창섭에게 대체 선발을 맡길 계획도 갖고 있다.

양창섭은 “지금은 내가 선발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1군에서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선발이든 중간이든 어떤 자리든 다 좋다”고 말했다. “재활 기간 공을 잡는 게 제일 그리웠어요. 공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양창섭의 진심이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리틀야구 시절부터 지금껏 줄곧 에이스 코스를 밟아온 양창섭이다. 그냥 학교 에이스나 동네 에이스가 아닌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리틀야구 대표팀에서 한일전 선발투수로 출격했고 중학교 때는 전국대회 MVP도 받았다. 덕수고에서도 2학년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며 청룡기 우수투수상, 2년 연속 황금사자기 MVP를 거머쥐었다.

프로에 와서도 첫해부터 바로 두각을 드러냈다.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못 던지는 여느 신인 투수들과는 달랐다. 데뷔 첫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역대 최연소 첫 경기 선발승(만 18세 6개월 6일)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 프랜차이즈 사상 19세 이하 투수로는 1999년 김진웅(11승) 이후 최다승인 7승을 거뒀다. 더 높은 순번에 지명받은 친구들이 프로의 높은 벽 앞에 헤매는 동안 먼저 1군 주축 투수로 자리 잡았다.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인한 2년 공백도 양창섭의 재능을 가져가진 못했다. 더 빠른 구속과 더 커진 몸으로 돌아온 양창섭은 여전히 1군 마운드에서 주축 투수로 던지고 있다. 그리고 대선배 오승환부터 후배 원태인까지 모든 동료에게 배우며 성장하는 중이다.

“올 시즌 목표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보내는 겁니다. 2년 공백이 있었으니까, 올해는 다치지 말고 끝까지 풀타임을 뛰어야죠. 2년 동안 못 보여드린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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