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30경기 만에 현장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구단과 현장이 원팀이 돼서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래리 서튼 롯데 신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래리 서튼 롯데 신임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일어날 일은 언젠가는 일어난다. 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하고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허문회 감독 교체는 시간문제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30경기 만에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5월 11일 “신임 감독으로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을 임명했다”고 감독 교체 소식을 알렸다. “이번 결정은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으로 감독 교체 사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허 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스프링캠프까지는 무난하게 공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막 엔트리 구성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시작됐다. 감독 인터뷰 때 약속과 달리 구단의 조언을 물리치고 본인 의중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지시완 등 구단에서 키우려는 선수 대부분이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개막 5연승을 달리며 잘 나가는 듯 했지만, 대체선발 장원삼을 기용한 6번째 경기 두산전에서 대패하면서 다시 파열음이 났다. 다음날 인터뷰에서 허 감독은 장원삼을 추천한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성민규 단장 혹은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을 겨냥한 비난으로 풀이됐다.

이후에도 유망주 콜업 등 엔트리 구성, 1군 코칭스태프 교체를 놓고 끊임없이 구단과 대립했다. 시즌 중반부터는 언론 인터뷰 자리에서 수차례 프런트를 비난하며 내부 총질을 일삼았다. 구단에서 이미 전달한 웨이버 공시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하거나, 타구단 감독 경질 소식을 언급하며 프런트 야구를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가자 뒤늦게 구단 쪽에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자아비판과 함께 ‘내년에는 달라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올 시즌에도 여전히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유망주 기용에 인색했고 비합리적인 엔트리 구성과 기용을 되풀이했다.

나중엔 팀을 위해 선수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감독을 지지해주는 몇몇 베테랑을 위해 팀을 희생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가 됐다. 베테랑과 유망주의 건강한 경쟁 속에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원한 구단의 방향성과는 정반대 행보가 계속됐다.

감독의 기본 업무인 경기 운영 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야구 규칙에 대한 무지로 인한 실수, 불펜 운영 실패, 데이터와 무관한 라인업 구성, 한 박자 느린 작전 및 선수교체, 경기 후반 더블스위치 간과 등 초보적 실수가 계속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날릴 때가 많았다. 지난주 화제가 됐던 이대호의 포수 기용도 정상적인 선수 교체를 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상황이다.

한 야구인은 “롯데 경기는 타자가 잘 치고, 투수가 잘 던지면 이긴다. 타자가 못 치거나 투수가 못 던지면 그냥 진다. 이게 무슨 프로야구인가. 그렇게 이기는 건 아무한테나 감독을 시켜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롯데는 시즌 30경기 만에 현장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마침 롯데는 오늘부터 사직에서 유통 라이벌 SSG 랜더스와 3연전이 예정돼 있다. 만약 이번 대결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 땐 현장을 넘어 구단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아직 반등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빠르게 팀을 재정비해 반전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롯데의 30경기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은 0.460으로 실제 승률(0.400)과 괴리가 크다. 효과적인 투수기용과 전술, 폭넓은 선수 기용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올 시즌 이후를 대비하는 것도 롯데가 가야 할 방향이다.

신임 서튼 감독은 미국 프로야구 캔자스시티와 피츠버그에서 12년간 지도자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구단과 호흡을 맞춰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팀을 운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팀들이 누린 선수단 내부의 건강한 경쟁, 활기찬 분위기도 기대되는 효과다. 롯데 자이언츠가 마침내 ‘원팀’이 됐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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