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6시즌 만에 시즌 20승 선착 달성

-강력해진 팀 타선과 팀 선발진과 비교해 부진한 팀 불펜진은 다소 고민거리

-마무리 오승환과 젊은 불펜 투수들이 시즌 초반 주춤하는 분위기

-‘페이스의 문제’라는 정현욱 코치의 진단, 불펜진까지 살아나면 왕조 부활 선언 가능

개인 통산 600경기 등판을 달성한 삼성 투수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개인 통산 600경기 등판을 달성한 삼성 투수 우규민(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는 2021년 5월 12일 시즌 20승에 선착했다. 이는 2015년 이후 무려 6시즌 만에 달성한 쾌조의 결과다.

12일 수원 KT WIZ전에서 개인 통산 600경기 등판 및 완벽한 홀드를 기록하면서 팀 승리를 이끈 삼성 투수 우규민은 2021시즌 삼성의 선두 질주와 관련해 “오재일과 피렐라의 합류로 상대 팀이 우리를 두려워하는 게 느껴진다. 기존 투수들은 던질 때 자기 몫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끼면서 투구하려고 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삼성 타선은 팀 34홈런으로 리그 3위, 팀 장타율 0.423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호세 피렐라와 구자욱, 그리고 강민호와 오재일이 팀 중심 타선에서 장타와 홈런 생산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 팀 선발진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하단 평가다.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와 벤 라이블리는 이미 지난해 검증된 외국인 선발 조합이다. 2021시즌 최고의 토종 선발 투수로 꼽히는 원태인은 호성적(7G 5승 1패 평균자책 1.00)으로 KBO리그 4월 월간 MVP까지 수상했다. 시즌 초반 컨디션이 안 올라온 최채흥과 백정현까지 살아난다면 어디하나 빠질 것 없는 ‘5선발진’이 완성된다.


- 주춤한 돌부처와 완벽히 부활한 우규민, 베테랑 듀오가 8, 9회 책임진다 -

삼성 오승환(왼쪽)이 완벽하게 살아난다면 우규민과 오승환이라는 강력한 필승조 활용이 가능해진다(사진=엠스플뉴스)
삼성 오승환(왼쪽)이 완벽하게 살아난다면 우규민과 오승환이라는 강력한 필승조 활용이 가능해진다(사진=엠스플뉴스)

타선과 선발진만 본다면 삼성 왕조 부활 선언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왕조 시절과 비교해 무언가 아쉬운 부분은 바로 불펜진이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시즌 초반 기복 있는 투구로 아쉬움을 남긴 데다 지난해 크게 성장했던 젊은 불펜 투수들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오승환은 2021시즌 16경기에 등판해 1패 11세이브 평균자책 3.86 13탈삼진 6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79를 기록했다. 블론 세이브는 한 차례뿐이지만, 개막 뒤 전반적인 투구 내용 자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15경기 등판 가운데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은 장면은 두 차례였다. 피안타와 볼넷 허용이 늘어나면서 WHIP 수치가 안 좋아진 상태다.

물론 1982년생이라는 오승환의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연투와 등판 간격 관리 등이 더 필요한 까닭이다. 삼성 정현욱 투수코치는 “오승환 선수도 시즌 초반 약간 불안한데 실력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페이스의 문제라고 본다. 40살이라는 나이도 이제 고려해줘야 한다(웃음). 점점 더 올라올 거라고 믿는다”라고 기대했다.

그나마 오승환이 한숨을 돌리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미스터 제로’ 우규민의 존재다. 우규민은 2021시즌 삼성 팀 불펜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감을 뽐낸다. 우규민은 2021시즌 18경기에 등판해 3승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0 15탈삼진 1볼넷의 완벽투를 자랑한다. 오승환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와 세이브를 한 차례 챙기기도 했다.

(오)승환이 형도 지금 나이에 150km/h를 던지니까 나 역시 자극받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둔해지는 느낌에 공을 던지는 체력도 달라지지만, 그래도 순발력과 체력을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맡은 이닝을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세이브 같은 기록보다는 ‘전천후’라는 단어가 붙는 느낌이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이 뿌듯하다.” 우규민의 말이다.

- 젊은 불펜 투수들의 분발 절실, 최지광·양창섭이 살아나야 한다 -

삼성 투수 최지광이 살아나야 젊은 불펜진도 힘이 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삼성 투수 최지광이 살아나야 젊은 불펜진도 힘이 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오로지 베테랑 불펜 듀오에게만 기댈 수는 없다. 오승환과 우규민의 뒤를 받쳐줄 젊은 불펜진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심창민의 투구 페이스가 꽤 올라온 가운데 양창섭, 최지광, 이승현 등 시즌 초반 흔들렸던 어린 투수들이 이제 자기 몫을 해줘야 할 때가 왔다.

삼성 허삼영 감독도 우규민과 오승환이 나올 수 있는 8, 9회보단 6, 7회를 막는 불펜 조합에 대해 계속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허 감독은 “이닝마다 불펜 투수들의 역할을 정해놓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초반 불펜진에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8, 9회는 계속 갈 수 있는데 6, 7회 때 기대했던 몇몇 불펜 투수가 퐁당퐁당 부진을 겪어 걱정이다. 그래도 곧 해결된다고 믿는다. 그런 투수들을 믿고 야구해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재활 뒤 1군으로 복귀한 양창섭은 2021시즌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양창섭은 8경기 등판 1승 1패 평균자책 6.28 13탈삼진 8볼넷으로 썩 좋은 흐름은 아니다. 5월 11일 수원 KT전에서도 양창섭은 팀 리드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역전패의 빌미를 허용했다. 그래도 허 감독은 양창섭이 이 위기를 버티면서 불펜진에 잘 안착하길 소망했다.

양창섭이 자초한 위기에서 그냥 내려오면 다음 등판에서도 그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아쉽지만, 다음엔 위기를 넘어서고 극복하길 기대한다. 사실 투수코치는 교체하자고 했는데 내가 밀고 나간 부분이 있다. 내가 실수했지만, 양창섭이 많은 걸 얻은 하루가 됐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창섭도 올해가 있어야 내년이 있다. 올 시즌 팀 선발진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기에 불펜의 양적인 부분을 고려해 양창섭을 불펜에서 계속 활용하고자 한다. 수술과 재활을 겪었기에 갑자기 투구수를 늘리는 부담감도 있다.” 허 감독의 말이다.

양창섭과 함께 최지광도 자기 페이스를 되찾아야 할 불펜진 가운데 한 명이다. 최지광은 2021시즌 17경기에 등판해 5홀드 평균자책 5.52 16탈삼진 5볼넷 WHIP 1.64를 기록했다. 허 감독은 시즌 초반 다소 흔들리는 최지광이 구위를 앞세운 탈삼진 능력을 살리길 희망했다.

허 감독은 “최지광은 지난해 체력 문제를 극복 못 하고 후반기 때 구속과 제구력이 떨어졌다. 시즌 초반 다소 주춤하지만, 삼진을 잡는 능력은 팀 내 가장 좋은 투수라 반등을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허 감독의 기대대로 양창섭과 최지광이 자신의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삼성은 왕조 부활을 선언해도 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해진다. 불펜진을 든든히 받쳐주는 우규민도 시즌 초반 다소 흔들리는 젊은 투수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희로애락 있듯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다 있다. 안 좋을 때 젊은 투수들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젊은 투수들이 생각보다 멘탈이 되게 좋다. 오늘 무너졌어도 내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나오는 걸 보니까 팀이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그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우규민의 말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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