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마운드에는 두 명의 이승현이 산다. 2021시즌 신인 좌완 이승현과 1991년생 우완 불펜 이승현. 잠실 LG전을 기점으로 운명이 엇갈린 두 이승현을 향해 허삼영 감독이 조언을 전했다.

우완 이승현과 좌완 이승현(사진=삼성)
우완 이승현과 좌완 이승현(사진=삼성)

[엠스플뉴스=잠실]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에는 두 명의 이승현이 있다. 1991년생인 등 번호 20번 우완투수 이승현, 그리고 2002년생으로 등 번호 54번을 다는 신인 좌완 이승현이다.

두 이승현은 5월 14일과 15일 잠실 LG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좌완 이승현은 14일 LG전에서 강렬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프로 데뷔 후 처음 1군에 등록한 이승현은 3대 4로 뒤진 8회말 올라와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최고 151km/h 광속구와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세 타자 중에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우완 이승현은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15일 LG전에서 0대 5로 뒤진 5회말 2사 1, 2루에서 등판한 이승현은 올라오자마자 유강남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어 올 시즌 홈런 1개에 그치고 있던 로베르토 라모스에게도 백투백 홈런을 허용, 점수가 0대 5에서 순식간에 9대 0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이날 경기가 완전히 LG 쪽으로 넘어간 순간이다.

원래 허삼영 감독은 좌완 이승현을 16일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LG전 2경기를 통해 계획이 바뀌었다. 좌완 이승현은 그대로 엔트리에 남고, 대신 우완 이승현이 16일 자로 1군에서 말소됐다. 좌완 이승현은 계속 1군에 남아 불펜투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1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허삼영 감독은 좌완 이승현에 대해 “편안한 상황에만 기용한다고 정해놓은 건 아니다. 야구는 변수가 많아 무조건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만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선수의 능력을 파악하려면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은 물론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기용하고, 연투도 시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아직은 1군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 너무 쉽게 쉽게 가면 자칫 이 선수가 가진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투구 이닝도 처음에는 멀티 이닝보다는 1이닝 이하로 짧게 끊어갈 계획이다. 허 감독은 “아직 이닝 소화능력이나 연투 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선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아직 연투 경험이 없다”며 신인 선수에게 처음부터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한편 퓨처스로 내려간 우완 이승현에 대해 허 감독은 “구속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지만, 변화구의 브레이킹이 갖는 예리한 맛이 줄어들었다. 타자들이 부담을 덜 가지면서 친다는 느낌”이라 진단했다.

허 감독은 “지난 등판에선 주자 없는 상황에서 여유 있게 올라갔는데도 얻어맞았다. 팀으로선 그런 것까지 다 따져가면서 등판시켜줄 여유가 없다. 본인 스스로 극복해야 하고, 본인 공에 자신감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기술적인 면을 둘째치고 자기 공에 확신을 가져야 승부가 된다. 작년의 좋은 모습을 찾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날 삼성은 대체 선발투수로 좌완 이승민을 내세운다. 만약 이승민이 긴 이닝을 버티지 못할 경우엔 김대우 등이 올라와 이어 던진다. 허 감독은 “이번 주에는 7경기를 치르는 일정이고 내일부터 상승세인 팀과 만나기 때문에, 최대한 중간투수들의 투구 수와 이닝을 적게 가져가야 한다”며 “선발 이승민이 최대한 길게 던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삼성은 김상수(2)-구자욱(우)-호세 피렐라(좌)-오재일(1)-강민호(포)-이원석(지)-김헌곤(중)-김호재(3)-이학주(유)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박해민은 이날 등 쪽에 불편함을 느껴 선발에서 제외됐다. 삼성이 상대할 LG 선발투수는 케이시 켈리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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