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의 얼굴에선 좀처럼 웃음이 떠날 일이 없다. 팀도 단독 선두에, 개인 성적도 좋고, 여기에 이승현 등 영건 투수들까지 등장해 강민호를 웃게 한다.

신인투수 이승현과 흐뭇한 강민호(사진=삼성)
신인투수 이승현과 흐뭇한 강민호(사진=삼성)

[엠스플뉴스]

“KIA 이의리 같은 젊은 선수들 활약이 부러웠는데, 이제 우리 삼성에도 좋은 투수 유망주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삼성 라이온즈 안방마님 강민호는 원래 잘 웃는 선수다. 카메라 어플에 ‘강민호 필터’를 만들어도 될 만큼 늘 웃는 상에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다.

올 시즌엔 어느 해보다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소속팀 삼성이 시즌 초반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가운데, 개인 성적도 타율 0.345에 5홈런 25타점 장타율 0.536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기세다. 17일 잠실 LG전에선 9회 2사 후 마무리 고우석 상대로 역전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또 한 번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히 최근 화제로 떠오른 신인 이승현 등 삼성의 젊은 투수들을 생각하면 절로 ‘엄마 미소’가 나온다. 이승현은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1차지명으로 올해 입단한 신인 좌완이다. 이제 1군에서 2경기 나왔을 뿐이지만, 150km/h대 광속구와 신인답지 않은 포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경기 2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1볼넷 1몸맞는 볼에 삼진 3개 무실점. 속구 평균구속 148.5km/h를 기록했다.

강민호는 17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승현이 정말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며 특유의 강민호 스타일을 보였다. “2군 선수들로부터 ‘이승현이 좋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지만, 이 정도로 좋을 줄 몰랐다. 처음 공을 받았을 때, 정말 오랜만에 공에서 감동이 느껴졌다. 그만큼 좋은 공을 던지더라.” 강민호의 말이다.

강민호는 신인답지 않은 이승현의 배짱에도 박수를 보냈다. 그는 “스무 살인 선수가 마운드에서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드는 게 쉽지 않다. 올라가서 고개를 두세 번 흔드는 모습을 보며, ‘얘는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빠른볼 구위가 워낙 위력적이라, 리그 최고 강타자 김현수도 배트에 맞히는 데 애를 먹을 정도다. 이날 이승현은 5회말 김현수 상대로 공 5개를 연속 빠른볼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강민호는 “초구, 2구를 던졌을 때 김현수의 배트와 공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보고 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구 연속 빠른볼을 주문했다”며 “맞더라도 이승현이 제일 잘 던지는 공을 던져서 맞는 게 낫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승현에 앞서 이날 선발로 나온 좌완 이승민도 좋은 투구를 했다. 이승민은 4이닝 1실점으로 대체 선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팀의 9회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안타 2개와 볼넷 3개로 위기는 있었지만, 3회 정주현에게 맞은 솔로홈런 외엔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4회말엔 볼넷으로 내보낸 채은성을 1루 견제로 잡아내는 장면도 나왔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슬라이드 스텝이 시즌 초에 비해 부쩍 좋아진 모습. 강민호는 “2군에서 뭔가 준비를 하고 올라온 것 같다. 퀵모션이나 투구템포를 빨리 가져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많이 좋아졌더라”고 칭찬했다.

올 시즌 웃을 일이 많아진 강민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웃을 일이 많아진 강민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승현, 이승민 외에도 올 시즌 KBO리그 최고 에이스로 떠오른 원태인까지 올 시즌 삼성은 영건 투수가 풍년이다. 강민호는 “정말 좋다. 우리 삼성에 이렇게 좋은 어린 투수가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좀 부러웠다. KIA 이의리 선수가 잘 던지고 있고, 다른 팀에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부러웠다”며 “우리도 이번에 이승현이 잘 던지고 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 시즌 강민호의 얼굴에서 잠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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