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전 투수 윤석민, 5월 30일 현역 은퇴식 마무리

-이른 은퇴에 안타까웠던 서재응 코치 “은퇴식 마지막까지 윤석민다웠다.”

-‘입단 동기’ 곽정철 코치 “석민이가 한 번 안아달라고 해 울컥했다.”

-KIA 지도자 생활 소망 내비친 윤석민, 서재응·곽정철 코치도 “다시 뭉치자.”

5월 30일 현역 은퇴식에 나선 윤석민(왼쪽)과 입단 동기인 곽정철 코치(오른쪽)(사진=KIA)
5월 30일 현역 은퇴식에 나선 윤석민(왼쪽)과 입단 동기인 곽정철 코치(오른쪽)(사진=KIA)

[엠스플뉴스]

5월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마운드 위에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얼굴의 한 남자가 섰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은 마음에 힘껏 팔을 휘둘렀지만, 글러브를 내려놓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공은 야속하게도 홈플레이트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는 그렇게 ‘21번 유니폼’을 진짜로 벗게 됐다.

이렇게 다소 뒤늦게 열린 현역 은퇴식의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전 투수 윤석민이다. 오랜 어깨 재활 끝에 2019년 1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던 윤석민은 그라운드를 떠나 세미프로 골퍼와 예능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KIA 구단은 2011년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탈삼진·승률)으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윤석민의 현역 은퇴식을 마련했다.

윤석민의 은퇴식을 바라보면서 감회가 남달랐던 두 남자가 있다. 바로 서재응 코치와 곽정철 코치다. 윤석민의 전성기를 같은 동료로서 지켜봤던 두 남자는 코치로서 윤석민의 기나긴 재활 과정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엠스플뉴스가 윤석민을 향한 서재응 코치와 곽정철 코치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들어봤다.


- 서재응 코치 "은퇴식 마지막까지 담담한 표정, 역시 윤석민다웠다." -

서재응 코치(왼쪽)는 현역 시절부터 가장 아낀 후배로 윤석민(오른쪽)을 꼽았다. 2018년 KIA 코치로 돌아왔을 때 윤석민의 마지막 1군 시즌을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본 지도자이기도 하다(사진=KIA)
서재응 코치(왼쪽)는 현역 시절부터 가장 아낀 후배로 윤석민(오른쪽)을 꼽았다. 2018년 KIA 코치로 돌아왔을 때 윤석민의 마지막 1군 시즌을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본 지도자이기도 하다(사진=KIA)

2018년 불펜코치로서 윤석민 선수의 마지막 1군 시즌을 지켜봤기에 현역 은퇴식을 바라보는 감정이 더 남달랐겠습니다.

선수 시절부터 코치 시절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 아끼던 투수였는데 끝까지 도움을 못 줘서 정말 아쉽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더 야구할 수 있는 선수인데 원체 자기가 맡아야 할 책임감을 크게 느끼는 선수였으니까요. 팀이 요구한다면 선발, 불펜, 마무리 보직을 가리지 않고 다 소화했죠. 또 아쉬운 건 미국 진출 시점이었죠.

조금 더 일찍 미국으로 건너갔으면 하는 아쉬움이었습니까.

그렇죠. 저도 메이저리그 생활을 해봤지만, 석민이가 전성기 때 미국에 갔으면 정말 성공했을 것으로 믿거든요. 손재주가 원체 좋은 친구라 변화구 그립을 몇 번 잡아보고 바로 써버리니까요. 서클 체인지업도 그렇고 팜볼도 갑자기 며칠 연습하고 바로 쓰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죠. 2014년엔 어깨가 많이 안 좋은 상태였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어깨 상태가 더 악화됐어요. 결국, 공을 많이 던지면서 몸을 풀어야 투구할 수 있는 스타일로 바뀐 거였죠.

기나긴 어깨 재활 기간이 진행되면서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피할 순 없었습니다.

그게 대선수의 고충이라고 봅니다. 팬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데 역할을 못 해주니까 참 힘들었겠죠. 옆에서 바로 지켜본 코치로서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하기 싫어서 안 하거나 게으름을 피운 게 아니었으니까요. 게으른 천재가 아니라 뒤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한 점을 밖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당시 윤석민 선수에게 했던 조언 가운데 하나가 궁금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다가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심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 지금 상황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했죠. 어깨가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주변 사람 눈치를 보려고 야구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죠. 2019년 겨울에도 사실 2020년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석민이 이름을 넣었는데 결국 어깨 때문에 은퇴를 결정하더라고요.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윤석민 선수가 은퇴식에서 언젠가 지도자로서 KIA로 돌아오길 소망했습니다. 함께 지도자 생활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크겠습니다.

정말 두 손 벌리고 환영합니다(웃음). 여러모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겁니다. 특히 변화구를 던지는 건 한국 야구 손에 꼽힐 정도로 일가견이 있어요.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석민이 본인이 잘 판단해서 언젠가 KIA에서 함께 뭉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윤석민 선수의 은퇴식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궁금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석민이도 구단에서 은퇴식을 해줄까라는 생각을 한 듯싶습니다. 석민이 본인도 자기는 그 정도 선수가 아니니까 은퇴식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다행히 구단에서 배려로 은퇴식 자리가 만들어졌고 팬들에게 환송받으면서 마지막 순간을 꽃길로 장식해 다행입니다. 저도 인사하러 갔는데 ‘나는 울었지만 너는 울지 마라’고 말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진짜 안 울더라고요. 현역 시절 담담한 표정으로 위기를 막았던 석민의 표정이 은퇴식에서도 나왔어요. 마지막까지 윤석민답구나 느꼈습니다(웃음).


- 입단 동기 떠나보낸 곽정철 코치 "석민아 너는 비운의 주인공이 아닌 슈퍼스타였다." -

윤석민이 5월 30일 현역 은퇴식에서 후배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사진=KIA)
윤석민이 5월 30일 현역 은퇴식에서 후배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사진=KIA)

2005년 입단 동기였던 윤석민 선수를 조금 뒤늦게 보내줬습니다. 꽃다발을 주고 포옹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꽃다발을 전달해주려는데 (윤)석민이가 ‘(곽)정철아, 마지막에 한 번만 안아주라’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냥 들어가려고 하다가 안아줬는데 오히려 제가 살짝 울었습니다(웃음). 사실 경기 전 불펜에서 선발 투수 투구를 보고 있는데 석민이가 시구를 위해 차를 타러 뛰어오더라고요. 석민이의 마지막 투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려보내는 느낌이 들어 감회가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뭉클했습니다.

눈물이 났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석민이라면 조금 더 야구를 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랄까요. 어깨 부상 때문에 일찍 야구를 그만둔 것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나도 나이를 먹었단 생각에다 같이 입단해 마지막 순간도 타이거즈에서 함께했단 생각에 울컥한 것도 있고요.

현역 시절 윤석민은 곽정철 코치에게 어떤 존재였습니까.

솔직히 어릴 때는 혈기왕성한 마음에 석민이를 이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어릴 때부터 이 친구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느꼈죠(웃음). 다음 날 선발 등판이 있으면 전날 1회부터 9회까지 모든 상황을 이미지 트레이닝하고 그대로 다음 날 등판에서 실현하더라고요. 완봉승과 완투승도 그만큼 자주 나왔고요.

타고난 재능이 대단한 듯싶습니다.

투수로서 머리는 정말 타고났습니다. 변화구 습득은 웬만하면 다 성공하더라고요. 제가 현역 시절 썼던 너클 커브를 석민이가 알려줬습니다. 그냥 모든 변화구 그립을 다 해보고 자기만의 구질로 바꿔서 바로 경기에서 던지는 선수였습니다. 다른 투수들은 보통 1년 정도 걸리는 일이죠. 그렇게 2011년 투수 4관왕의 아우라로 리그를 지배했는데 정말 멋있는 친구였습니다.


잔류군 어깨 재활이 길어졌을 때 바로 옆에서 코치로서 윤석민 선수를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석민이가 재활군에 있었을 때 저도 2군 코치로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자주 나눴어요. 아무래도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을 때니까 어떻게든 더 잘하려는 마음이 컸던 듯싶죠. 어깨 때문에 2kg 아령 운동과 고무줄 운동만 하는 것 자체가 괴로웠을 겁니다. 2군에서 한 번 머리를 보여주는데 원형 탈모까지 왔더라고요. 몸 자체가 못 버텼다고 봅니다. 2018년 1군에 올라갔을 때도 어깨가 완전하지 않았는데 주사를 맞으면서 공을 던졌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윤석민 선수가 은퇴 결정을 내린 마지막 순간에도 곽정철 코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석민이가 막판에 너무 힘들어서 재활을 내려놓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공허한 마음 상태였는데 어느 날 가족들을 위해 한번 다시 해봐야겠단 자극을 받고 한 번 던져보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안 된다고 처음엔 말렸는데 결국 2군 경기에서 한 차례 공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등판 뒤에 어깨가 더 안 좋아져서 결국 결정하게 된 거죠. 마지막으로 공을 던져보고 후회 없이 관뒀다고 생각합니다.

윤석민 선수가 언젠가 KIA로 다시 돌아와 지도자 생활을 꿈꾼단 얘길 남겼습니다. 만약 타이거즈에서 함께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의미가 크겠습니다.

어중간하게 공을 던지고 아파본 저 같은 사람과 한국 야구 최고의 위치에 오른 투수에게 배운다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들어서 좋지 않을까요(웃음). 석민이가 꼭 다시 KIA로 돌아와서 함께 후배들을 지도하고 지도자 생활도 멋있게 마무리하면 그것보다 좋은 그림은 없을 듯싶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했던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까.

석민아, 주위에선 너를 비운의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충분히 KBO리그 역사의 한 획은 그은 슈퍼스타라고 부르고 싶다. 은퇴식을 잘 마무리했으니까 이제 골프 선수든 방송인이든 네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또 다른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어. 전성기 시절에 너는 말하는 대로 모든 걸 이룬 선수였잖아. 방송인으로서 제2의 강호동이나 제2의 서장훈이 돼 연예대상에서 수상도 하길 바란다. 파이팅!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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