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의 줄부상 흐름

-벌써 르위키·라이블리 방출 뒤 대체 외국인 투수 선발 결정

-비시즌·자가격리·국내 스프링캠프 시즌 준비 환경 여파라는 시선도

-인센티브 비중 늘리기와 육성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필요성 느껴져

한화 이글스 투수 킹험은 광배근 근육 미세 손상 검진으로 3주 넘게 마운드 위에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사진=한화)
한화 이글스 투수 킹험은 광배근 근육 미세 손상 검진으로 3주 넘게 마운드 위에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외국인 투수들에게 바라는 건 ‘건강’ 그 이상이다. 리그 전체를 지배할 만한 강력한 구위와 함께 팀의 ‘1승’ 혹은 ‘연패 탈출’ 보증 수표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2021시즌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바라는 소망이 소박해졌다. 그저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던지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외국인 없는 선발 로테이션까지 나온다, 외국인 줄부상에 우는 구단들 -

부상 복귀전에서 1이닝 만에 다친 르위키를 지켜본 SSG 구단의 마음은 당혹 그 자체였다(사진=엠스플뉴스)
부상 복귀전에서 1이닝 만에 다친 르위키를 지켜본 SSG 구단의 마음은 당혹 그 자체였다(사진=엠스플뉴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투수들의 건강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팀들이 많았다. SSG 랜더스는 시즌 초반 윌머 폰트와 아티 르위키가 동시에 몸이 좋지 않아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꽤 애를 먹었고, 지금도 박종훈과 문승원의 동반 부상 이탈로 임시 선발 꾸리기도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폰트는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부상 복귀전에서 1이닝 만에 곧바로 다친 르위키에 대해선 교체 결단을 내려야 했다. SSG 구단은 르위키를 대체할 외국인 투수로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 샘 가빌리오를 영입했다.

이미 2020시즌 ‘킹험 악몽’에 시달렸던 SSG는 르위키의 두 번째 부상을 그저 바라볼 순 없었다. 가빌리오를 높게 평가한 이유도 ‘건강함’이었다. 어깨와 팔꿈치 등에 큰 부상 경력이 없는 데다 건강하게 이닝 소화가 가능하단 장점을 가장 눈여겨봤다.

SSG 관계자는 “가빌리오는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적이 거의 없는 데다 선수 경력 동안 큰 부상이 없는 투수였다. 이런 점을 가장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 구단은 건강함과 이닝 소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만약 가빌리오가 남은 시즌 KBO리그 무대에 잘 적응해 활약한다면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 구상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SSG와 함께 선두 경쟁을 펼치는 삼성 라이온즈도 외국인 투수 문제로 속을 꽤 썩였다. 벤 라이블리가 어깨 통증 뒤 수술을 원하자 삼성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삼성은 시카고 컵스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좌완 마이크 몽고메리 영입으로 라이블리의 빈자리를 채웠다.

하위권에서 맴도는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투수 2명이 현재 개점 휴업 상태다. 다니엘 멩덴과 에런 브룩스 모두 굴곡근 염증으로 1군 로테이션에서 이탈했다. KIA는 6월부터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없는 순수 국내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에 임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없는 선발 로테이션 구성은 절대 쉽지 않은 난제다.

마찬가지로 한화 이글스도 돌아오지 않는 닉 킹엄에 초조해지는 분위기다. 킹엄은 5월 21일 우측 광배근 부위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근육 미세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10일 휴식 뒤 등판이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여전히 킹엄은 ‘함흥차사’다. 킹엄이 빠진 선발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화는 불펜 자원까지 선발 투수로 활용하는 고육지책을 내놔야 했다.

두산 베어스에도 리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3.35)이자 평균자책 리그 1위(1.87)인 워커 로켓이 오른 무릎 미세 통증을 호소하는 악재가 찾아왔다. 10일 휴식 뒤 돌아올 수 있단 예상이 나왔지만, 선발 에이스의 몸 상태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 비시즌·스프링캠프 준비 과정 아쉬운 시선, 육성 외국인 제도 필요성도 더 커졌다 -

2021시즌 개막 전 파란색 머리 염색으로 삼성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라이블리는 큰 규모의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어깨 수술을 받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2021시즌 개막 전 파란색 머리 염색으로 삼성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라이블리는 큰 규모의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어깨 수술을 받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이처럼 시즌 초반부터 쏟아지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악재에 구단들의 고민이 쌓여만 간다. 팬들도 매일 경기 등말소 명단을 살펴보면서 ‘혹시나’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외국인 투수들이 왜 이렇게 많이 아픈 걸까.

먼저 다친 외국인 투수들을 살펴보면 원래 부상 빈도가 잦은 ‘인저리 프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르위키, 라이블리, 멩덴, 킹엄 모두 시즌 전부터 부상 이력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존재했던 투수들이었다.

삼성 구단은 지난해 옆구리 부상으로 장기 부상을 겪은 라이블리와 재계약 과정에서 인센티브(총액 90만 달러 가운데 40만 달러)를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책정할 정도였다. 킹엄도 선수 생활 내내 잦은 부상을 경험한 투수였지만, 한화는 55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킹엄을 영입했다.

물론 ‘인저리 프론’이라는 불안감에만 모든 걸 갖다 붙일 순 없다. 비시즌 준비 상황과 국내 입국 뒤 자가 격리, 그리고 국내 스프링캠프라는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시선이 있다.

A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외국인 선수들의 비시즌 준비가 예전만큼 철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거기에 늦은 취업 비자 발급과 입국 뒤 2주 자가 격리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곧바로 몸을 끌어 올릴 만한 환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거기에 국내 투수들도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어려움을 겪은 국내 스프링캠프 날씨 환경까지 외국인 투수들에게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게다가 자신의 몸이 개인 재산이기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 투수들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SSG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의 사례처럼 팀을 위해 최대한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던지다가 결국 수술을 택하는 그림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B 구단 관계자는 “라이블리의 경우에도 인센티브 비중이 꽤 높기에 포기해야 할 돈의 규모가 많은 데다 수술을 택했다. 구단은 주사 치료를 통한 재활로 계속 던져주길 원했지만, 선수가 자기 몸을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을 거다. 사실 외국인 투수들에게 국내 투수들과 같은 인내나 희생을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팀 순위나 상황, 환경에 따라 외국인 투수들이 몸을 사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라고 귀띔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이탈은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 가장 치명적인 요소다. 물론 부상을 100% 완벽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오랜 기간 안 아프고 건강한데 구위까지 좋은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건 쉬운 과제가 아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감수하거나 건강함과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까지 두루 잘 살펴보고 데려오는 건 결국 시즌 전 구단 스카우트 파트의 실력과 결단에 달렸다.

구단도 라이블리 계약처럼 인센티브 비중을 확 늘린 계약 형태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등판 숫자와 이닝 소화에 큰 옵션을 붙일 수 있다. 또 2023년부터 도입 예정인 육성 외국인 선수 제도가 구단의 외국인 투수 부상 이슈 대처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어떤 방향이든 결국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투수가 안 아파야 하는 게 최우선이다. 구단도 팬도 동료들도 모두 건강 걱정 없는 외국인 투수들을 보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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