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좌완 이병헌, 2021년 첫 전국대회 등판에서 부진

-최고 구속 142km/h 그친 이병헌, 재활 뒤 첫 등판 고려해야

-“지금 150km/h 안 던져도 된다.” 유정민 감독은 길게 본다

-두산도 큰 변수 없다면 여전히 ‘두병헌’ 예상 “월등히 앞서나갈 경쟁자 안 보여”

서울고 투수 이병헌은 여전히 두산의 1차 지명 0순위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고 투수 이병헌은 여전히 두산의 1차 지명 0순위 후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6월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서울고등학교와 유신고등학교 간의 대회 8강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투수는 서울고 좌완 이병헌이었다. 이병헌은 서울고가 0대 2로 뒤진 3회 무사 2루 위기에서 대회 첫 등판에 나섰다.

서울권 1차 지명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이병헌의 등판에 모든 이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이병헌은 0.1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1자책)으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병헌이 던진 25개 공 가운데 볼이 12개인 데다 속구 최고 구속도 142km/h에 머물렀다. 서울고는 2대 9 7회 콜드게임 패배로 대회에서 탈락했다.

기대보다 부진했던 이병헌의 투구에 서울권 1차 지명 판도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병헌의 황금사자기 대회 등판이 팔꿈치 통증 재활 뒤 첫 실전 마운드였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병헌은 4월 중순 열렸던 연습경기 등판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마운드를 내려온 뒤 약 2개월 정도 휴식과 재활에 매진했다. 100% 힘으로 공을 던질 상황은 아니었다.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팀 내 주축 투수들의 몸 상태 좋지 않았다. 병헌이는 컨디션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8강전 때 활용했다. (이)병헌이는 팔꿈치 재활 뒤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연습경기 투구도 없이 곧바로 전국대회 실전에 나섰기에 자신의 100% 공을 보여줄 조건은 아니었다”라고 바라봤다.

프로 투수로 비유하면 팔꿈치 통증으로 휴식과 재활 뒤 퓨처스리그 첫 등판에 나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린 격이다. 황금사자기 때 나온 한 차례 등판으로 이병헌이 흔들릴 이유는 없단 뜻이다.

유 감독은 “병헌이에게도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편안하게 공을 던지라고 강조한다. 결국, 프로 무대에 가서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 무리하게 구속 150km/h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러면 선수가 어릴 때 망가진다. 앞으로 주말리그 때 조금씩 공을 던지면서 다음 전국대회 때 좋은 컨디션을 확실히 맞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 이병헌 제칠 1차 지명 경쟁자들 안 보인다, 비교적 고민 적은 두산 -

선린인터넷고 투수 조원태(왼쪽)와 서울컨벤션고 야수 조원빈(오른쪽)은 서울권 1차 지명 후보군에 올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선린인터넷고 투수 조원태(왼쪽)와 서울컨벤션고 야수 조원빈(오른쪽)은 서울권 1차 지명 후보군에 올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권 1차 지명 1순위 지명권이 있는 두산 베어스도 이병헌의 황금사자기 투구를 유심히 관찰했다. 두산도 이병헌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기에 한 경기 등판을 두고 판단을 내릴 수 없단 시선을 보냈다.

두산 관계자는 “황금사자기 8강전에서 이병헌 선수가 불펜 연습 투구를 했을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는데 몸 상태나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통증은 없다고 하던데 아직 뭔가 보여주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서울고가 청룡기 대회를 못 나가니까 이병헌 선수 관점에선 이번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듯싶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두산은 이병헌이 ‘0순위’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병헌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구속 150km/h를 보여준 투수인 데다 다른 1차 지명 후보자들이 이병헌을 제칠 만한 활약상이나 가능성을 못 보여주는 분위기인 까닭이다.

이병헌을 제외한 서울권 1차 지명 유력 후보군으로는 투수 조원태(선린인터넷고)와 투수 주승우(성균관대), 그리고 야수 조원빈(서울컨벤션고)이 꼽힌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1차 지명 서울권 관련 후보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확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없는 분위기다. 이리저리 비교해 봐도 월등하게 앞서나가는 선수는 안 보인다. 결국, 큰 변수가 없으면 2학년 때 보여준 게 있는 이병헌 선수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항상 변수가 존재하기에 남은 시간 면밀하게 관찰해 1차 지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2021년 아마추어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동계 훈련을 제대로 못 소화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보여주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이다.

한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프로 1군 투수들도 국내 스프링캠프로 컨디션 조절이나 몸 상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데 아마추어 투수들은 오죽할까 싶다. 단순히 전국대회 때 몇 차례 등판 장면으로 그 선수의 가능성을 모두 평가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본다. 다들 투수 지명 후보군을 놓고 상당 부분 고민에 빠질 듯싶다”라고 내다봤다.

1차 지명 제도는 2021년 지명을 마지막으로 다시 폐지된다. 좋은 선수를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구단들의 시선과 태도는 더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고민을 덜 할 두산이 큰 변수 없이 이병헌을 품에 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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