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트레인 추신수, 5월까지 혹독한 적응기 거쳐 6월부터 상승세

-6월 타율 4할대에 출루율은 5할대…KBO 투수들 공에 적응 끝냈다

-장점인 출루율 여전, 역대 39세 이상 타자 최고 시즌 바라본다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 모범적인 훈련 자세와 야구를 대하는 태도…SSG 넘어 한국야구에 귀감

KBO 적응 완료,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KBO 적응 완료,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추신수는 역시 추신수다. KBO리그 적응을 끝낸 ‘추추트레인’ 추신수가 6월부터 본격적인 폭주를 시작했다.

추신수는 6월 13일 인천 홈 키움전에서 제이크 브리검 상대로 6회 홈런을 날렸다. 이틀 연속 홈런으로 시즌 55경기 만에 빠르게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여기에 멀티히트까지 기록하며 시즌 성적을 타율 0.266에 출루율 0.424 장타율 0.469까지 끌어올렸다.

K-야구 적응에 고전한 추신수, 적응 마친 6월 맹타…빠른 공, 느린 공 다 잘 친다

6월 들어 확 달라진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6월 들어 확 달라진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6치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승세다. 5월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혹독한 K-야구 적응기를 겪었다. 마수걸이 안타를 시즌 4번째 경기 만에 간신히 기록했고, 이후 1할대 후반에서 2할대 초반을 오가는 멘도사 타율에 머물렀다.

5월 14일 두산전 기준으로 타율이 0.207까지 떨어진 시기도 있었다. 좋은 출루율과 적지 않은 홈런, 성공률 높은 도루에도 낮은 타율 때문에 부당하게 평가절하된 면이 있었다. ‘몸값을 못한다’는 비난도 받았고 ‘나이는 못 속인다’는 의구심 가득한 시선이 추신수를 향했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린 추신수는 5월 마지막 날부터 6월 5일 두산전까지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날리며 타율을 0.265까지 끌어올렸다. 추신수는 6월 타율 0.419로 삼성 오재일(0.447), 롯데 정훈(0.438), KT 유한준(0.433) 다음으로 높은 월간 타율을 기록 중이다(30타수 이상). 이 기간 출루율도 0.526으로 유한준과 더불어 가장 높다.

추신수가 시즌 초반 고전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시즌 준비 기간이 예년보다 짧았다. 십여 년간 지켜온 루틴대로 시즌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갑자기 한국으로 건너와 2주 자가격리를 거친 뒤 빠르게 몸을 만들어 경기에 나서야 했다. 미국과는 다른 스트라이크존, 투수들의 성향, 열악한 환경에도 적응해야 했다.

추신수의 스윙은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150km/h 이상 빠른 볼에 맞춰져 있었다. 미국 투수들은 공을 건네받은 뒤 시간 끌지 않고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진다. 팔 스윙도 빠르고 볼 스피드도 빠르다.

반면 국내 투수들은 대부분 인터벌이 길고, 팔이 나오는 속도와 볼 스피드도 느리다. 추신수 고유의 리듬과 타이밍으로 완벽한 타격을 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힘을 응축해 한 번에 폭발적으로 쏟아붓는 추신수 특유의 스윙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스윙 과정에 아주 미세한 버퍼링이 생기면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국 투수들에 맞게 기어를 변속할 필요가 있었다.

추신수는 계속 경기를 치르고 많은 투수를 접하면서 서서히 적응해 나갔다. 이제는 150km/h대 빠른 공은 물론 느린 공과 아주 느린 공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 멀티히트를 날린 5월 30일 한화전, 이날 추신수는 장시환의 141km/h 속구와 139km/h 속구를 받아쳐 안타를 기록했다.

다음날 삼성전에서도 1회 백정현의 113km/h 짜리 느린 커브를 받아쳐 2루타를 날렸고, 9회에는 우규민의 136km/h 짜리 속구를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6월 4일 두산전에서도 다양한 구속과 구종을 고루 공략했다. 3회엔 최원준의 125km/h 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안타, 6회엔 109km/h 짜리 커브를 공략해 우전안타를 날렸다. 9회엔 이승진이 던지는 149km/h 짜리 강속구를 역시 자기 타이밍에 받아쳐 우전안타로 만들었다.

다음날 두산전에서도 4회 워커 로켓의 148km/h 짜리 빠른 투심을 공략해 우전안타로 연결한 뒤, 8회엔 장원준이 던지는 137km/h 짜리 느린 속구를 공략해 좌익수 옆 안타로 만드는 타격을 선보였다.

주말 키움 전에서도 추신수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12일 경기에서 추신수는 1회 안우진이 던진 152km/h 짜리 속구를 때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다음 날엔 1회 브리검의 144km/h 투심을 좌전안타로, 6회 136km/h 짜리 체인지업을 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150km/h 빠른 공에 대한 강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제는 느린 공과 변화구에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5월까지 컨택트% 75.2%로 컨택트에 어려움을 겪었던 추신수는 6월 들어 컨택트%를 83.1%까지 끌어올렸다.

스트라이크 중에 17%에 달했던 헛스윙이 6월엔 11.8%로 줄었고, 인플레이 타구 타율은 5월까지 0.263에서 6월 들어 0.500으로 급상승했다. 스스로도 “배트에 공이 잘 안 맞고 있다”며 답답해하던 시기를 통과해, 이제는 정확한 타이밍에 제대로 맞은 타구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역대 최고 39세 시즌 바라보는 추신수, SSG 넘어 한국야구에 긍정적 영향

추신수는 역대 KBO리그 39세 이상 타자 최고의 시즌을 바라본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추신수는 역대 KBO리그 39세 이상 타자 최고의 시즌을 바라본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추신수의 가장 큰 장점인 출루 능력도 여전하다. 추신수의 시즌 출루율은 0.424로 리그 전체 타자 중에 6위. 그러나 타석당 볼넷 비율은 19.7%로 리그 최고의 볼넷머신 정은원(18.8%), 홍창기(18.1%)를 제치고 1위다. 타석당 볼 비율도 45.7%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볼 비율을 기록 중이고, 볼에 배트가 나온 확률 역시 17.8%로 리그 타자 중에 뒤에서 네 번째다.

김원형 감독은 자기만의 존을 만들어 놓고 나쁜 공은 골라내는 추신수의 타격 접근 방식이 SSG 전체 타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칭찬했다. 지난 시즌 9.3%였던 SSG의 팀 볼넷%는 올 시즌 11.3%로 2%나 향상됐다. 김 감독은 “우리 팀 볼넷이 5월에 1위였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추신수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워낙 볼을 잘 보고 선구 능력이 좋다. 선구안이 좋아야 나쁜 볼을 안 치면서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했다.

만약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추신수는 27홈런 35도루에 WAR 4.73승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KBO리그 역사상 39세 이상 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은 2016년 이승엽의 27홈런, 최다도루는 2008년 전준호의 16도루다. 39세 이상 타자로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1982년 MBC 백인천(5.88승)이다. 말 그대로 역사에 남을 39세 시즌을 바라보는 추신수다.

추신수의 가치는 단순히 기록으로 나타나는 성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고 연봉을 받는 최고 선수임에도 매일 누구보다 일찍 야구장에 출근해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추신수를 보며 SSG 선수단 전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더그아웃 리더로서 존재감도 빛을 발한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은 날에도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응원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SSG 관계자는 “추신수가 팀의 구심점 역할을 스스로 맡아서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 추신수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은 매일 한국 무대에 처음 온 날처럼 절박하게 야구를 하니까 너희들도 그런 마음으로 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하더라. 지난해와 달리 끝까지 달라붙어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며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추신수 효과를 자랑했다.

부진에 대처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추신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특타나 추가 훈련으로 자기 몸을 괴롭히는 기존 국내 야구의 방식에 반대한다. 무작정 많이 치고 열심히 하는 노력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 먼저다. 그는 “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건 잘 안 됐다는 것이고 기분이 안 좋다는 얘기”라며 “기분이 나쁜 상황에서 추가 훈련을 하는 건 몸과 마음에 고통을 주는 일이다. 악영향만 끼친다”고 지적했다.

추신수의 방식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한다. 추신수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마음을 푸는 게 우선이다. 대화 상대를 찾아서 이야기로 푸는 게 낫다. 후배들에게도 차라리 형한테 얘기해서 풀라고 말한다”고 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신음했던 외야수 최지훈도 ‘매일 자신을 칭찬하라’는 추신수의 멘탈 케어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마음을 다스린 뒤엔 내일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다음 단계다. 추신수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생각하기 보단 다음에 그렇게 안 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고쳐야 할 게 있다면 다음날 일찍 나와서 준비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실제로 추신수는 그렇게 했고, 마침내 추신수다운 야구를 다시 찾았다. 실패를 잊고 내일을 준비하는 추신수의 자세는 SSG 모든 선수에게 서서히 ‘추며드는’ 중이다. FA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주축 투수들의 시즌 아웃에도 SSG가 무너지지 않고 상위권에서 버티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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