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상대 시즌 5승 3패로 앞서가

-타선 득점 빈곤에도 마운드 힘으로 상대 타선 압도

-누굴 골라도 필승조, LG 불펜 클래스는 남다르다

-양과 질 모두 풍족한 불펜진, 철저한 관리가 더 빛난다

LG 마무리 고우석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면서 강력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LG 마무리 고우석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면서 강력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17년 9승 1무 6패 두산 우세

2018년 15승 1패 두산 우세

2019년 10승 6패 두산 우세

2020년 9승 1무 6패 두산 우세

2021년 5승 3패 LG 우세 진행 중

이제 천적 관계를 뒤집을 때가 됐을까. LG 트윈스가 ‘베어스 포비아’를 극복할 흐름을 보여줬다. 최근 몇 년 동안 두산 상대 전적에서 압도적으로 뒤졌던 LG는 2021시즌 두산을 상대로 시즌 상대 전적 5승 3패로 앞서고 있다. 특히 마운드의 힘에서 두산을 압도하면서 남다른 불펜 클래스를 보여주는 분위기다.

LG가 6월 11일(3대 1 승리)과 13일(2대 0 승리)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를 위해 필요했던 점수는 각각 3득점과 2득점뿐이었다. 팀 마운드가 완벽하게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기에 대량 득점은 불필요했다.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득점만 나와도 잘 풀리는 LG의 흐름이다.

LG 마운드에서 가장 빛나는 건 볼넷 허용 수치다. 13일 경기에서도 LG 불펜진은 사사구 1개를 제외하고 볼넷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LG 팀 마운드의 9이닝당 평균 볼넷 허용 개수는 4.04개로 리그 최소 1위에 올라 있다.

반대로 두산 마운드는 사사구로 자멸했다. 주말 3연전 동안 두산 마운드는 무려 22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11일 경기에서 두산은 1대 1로 맞선 8회 말 볼넷만 5개를 내주면서 피안타 없이 밀어내기 2실점을 기록했다. 팽팽했던 흐름이 볼넷으로 한순간에 넘어간 순간이었다.

12일 경기에서도 두산은 3대 2로 앞선 9회 말 투수 홍건희가 두 차례 폭투를 허용하면서 적시타 없이 3대 3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 10회 초 5득점 빅 이닝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막판 찜찜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두산 투수의 제구 난조는 13일에도 이어졌다. 13일 두산 선발 투수 곽빈은 4회 말에만 세 차례 사구를 기록하면서 한 이닝 최다 사구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4회 말 1실점도 결국 밀어내기 사구로 내준 실점이었다.

LG는 2021시즌 두산과 8차례 맞대결 가운데 두 차례 대량 실점(9실점, 8실점) 경기를 제외하곤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4실점 이하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LG 마운드 뎁스가 두터워지는 동시에 오재일과 최주환의 이탈을 겪은 두산 타선 전력 약화가 겹치면서 오랜 기간 유지됐던 두산 우위 흐름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 전원 필승조화 LG 불펜진 향해 쏟아주는 부러운 시선 -

LG 투수 이정용(왼쪽)과 김대유(오른쪽)가 필승조 역할로 팀 선두권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사진=LG)
LG 투수 이정용(왼쪽)과 김대유(오른쪽)가 필승조 역할로 팀 선두권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사진=LG)

2021시즌 베어스 포비아를 극복하는 동시에 정규시즌 우승을 노릴 LG의 원동력이 곧 남다른 불펜 클래스다. 불펜진 전원 ‘필승조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25G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 1.96)과 김대유(26G 2승 1패 15홀드 평균자책 2.08), 그리고 정우영(28G 3승 2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 3.42)이 기존 필승조 역할로 든든하게 리드를 지켜준다.

여기에 추격조 역할에 가까울 것으로 보였던 이정용(28G 1패 4홀드 평균자책 3.60)과 송은범(25G 2승 1패 4홀드 평균자책 3.60), 김윤식(9G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 2.33), 이상영(9G 1승 1패 평균자책 4.08), 진해수(18G 1승 1홀드 평균자책 2.93)까지 필승조 못지않은 활약상을 보여준다.

한 구단 관계자는 LG 불펜진을 향해 “LG를 보면 다른 팀이라면 필승조로 뛸 만한 투수들이 추격조 역할까지 맡는 느낌이다. 그만큼 불펜진 뎁스가 대단한 수준이다. 시즌 초반부터 불펜진 부진에 골머리를 앓는 팀들이 많지 않나. 경기 후반 어떻게든 리드를 잡으면 편안한 LG 벤치가 많이 부러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마운드 전력이 강하기에 접전 승부에도 강한 LG다. LG는 2021시즌 1점 차 승리(11차례)가 가장 많은 데다 1점 차 경기 승률(11승 5패·0.688)도 KIA 타이거즈(10승 3패·0.769) 다음으로 리그 두 번째로 좋다. 7회부터 9회 사이 빅이닝 허용(5실점 이상) 숫자도 7차례로 두산 베어스(6차례)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경기 후반 근소한 차이로 따라붙을 여건을 만들어주는 LG 불펜진의 활약상이다.


- 누구 한 명 빼기도 아까운 LG 불펜진 뎁스, 선두권 경쟁 원동력 작용 -

김윤식은 최근 불펜에서 셋업맨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LG 불펜진의 전원 필승조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사진=엠스플뉴스)
김윤식은 최근 불펜에서 셋업맨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LG 불펜진의 전원 필승조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사진=엠스플뉴스)

누굴 내보내도 믿을 수 있기에 불펜진 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6월 12일 경기를 예로 들면 LG는 9회 말 3대 3 동점을 만든 뒤 10회 초 수비에서 최성훈을 먼저 마운드에 올렸다. 비록 최성훈과 정우영이 흔들리면서 3대 8 패배를 당했지만,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 고우석과 필승조 김대유를 아낀 결단은 다음 날 승리 요인으로 연결됐다.

LG 류지현 감독은 “정규시즌 불펜진 운영과 관련해 어느 정도 원칙을 세워놓은 것을 지키고자 한다. 12일 경기에서도 10회 초 고우석이나 김대유를 올릴 수도 있었지만,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 고우석을 동점이나 열세 상황에서 올리지 않으려는 원칙이 있었다. 김대유도 첫 풀타임 시즌이라 초반보다 힘이 떨어져 보이기에 최대한 연투 관리를 해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이 언급한 불펜진 운영 원칙은 13일 경기 때 빛을 발했다. 하루 더 힘을 비축한 김대유와 고우석은 실점 없이 자신의 등판을 마무리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불펜진 기용은 후반기 들어 LG 우승 레이스에 더 힘을 보탤 수 있다.

무엇보다 1군 엔트리에서 투수 한 명을 빼는 것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정도로 LG 마운드 뎁스는 풍족해졌다. 류 감독이 13일 최성훈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정도 전날 밤까지 고민할 정도다. 류 감독은 “전체 투수진 컨디션이 다 좋아서 누굴 빼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엔트리 변동 결정이 상당히 어렵다”라며 미소 지었다.

2021년 LG가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다면 마운드 뎁스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오랜 기간 수준급 투수 자원을 모아놓은 프런트의 철저한 계획과 2군 육성 시스템 재정비, 그리고 1군 현장 스태프의 적절한 활용 방향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남다른 불펜 클래스를 자랑하는 LG가 베어스 포비아를 극복한 뒤 마지막 순간 가장 높은 곳에서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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