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송승준, 선수 생활 마지막 해 최대 위기

-금지약물 소지 혐의로 KADA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이미 징계 적용 시작

-송승준 “모르고 받은 뒤 금지약물 알고 바로 돌려줘…신고 안 한 잘못 인정하지만 중징계 지나치다”

-과거 이용대, 임석진 등 적극적인 소명 통해 징계 감경받아…송승준의 명예 회복은 가능할까

송승준이 선수 생활 마지막 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사진=엠스플뉴스)
송승준이 선수 생활 마지막 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선수 생활 마지막 해 금지약물 스캔들에 휘말린 송승준은 징계를 감경받고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투수 송승준은 최근 금지약물 소지 혐의로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7년 당시 팀 동료였던 이여상(현재는 개명해 ‘이로운’)에게 금지 약물을 전달받은 뒤, 다시 돌려줬다는 증거가 없어 금지약물 복용과 같은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72경기 출전 정지 철퇴 맞은 송승준, “항소는 물론 행정소송도 불사”

송승준은 이여상에게 속아 영양제인 줄 알고 금지약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지약물인 사실을 알고 돌려줬다고 주장한다(사진=엠스플뉴스)
송승준은 이여상에게 속아 영양제인 줄 알고 금지약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지약물인 사실을 알고 돌려줬다고 주장한다(사진=엠스플뉴스)

송승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처음 관련 보도가 나온 지난 3월 송승준은 구단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2017년 3월 이여상이 약을 가져와 영양제라며 권유하고 건넸는데, 당시 개인 트레이너에게 문의해보니 금지 약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음날 곧바로 금지 약물을 돌려줬고, 이여상을 크게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송승준이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여상이 2016년 말부터 다음 해 전지훈련까지 10번 이상 계속 거절했는데도 ‘좋은 영양제가 있다’며 권했다. 하도 끈질기게 권하기에 일단 받은 뒤 개인적으로 잘 아는 트레이너에게 찾아가 ‘영양제가 맞느냐’고 확인했다. 깜짝 놀라며 ‘금지약물이니 바로 돌려주라’고 하더라.”

송승준은 “다음날 이여상의 집 앞에서 만나 물건을 돌려줬고 호되게 꾸짖었다. 즉각 구단에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이여상이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됐다. 한 번만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해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여상은 자신의 이름으로 운영한 야구교실에서 불법 유통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주사·판매하다 식약처에 적발됐다. 조사 과정에서 송승준의 이름이 나왔고, 식약처는 지난해 말 송승준을 불러 약사법(금지 약물 제조, 유통, 구매 등) 위반 여부를 조사한 뒤 KADA에 넘겼다.

식약처에선 약사법 관련 송승준의 위법 행위가 없다는 결론을 냈지만, 금지약물 관련 규정 위반을 따지는 KADA의 시각은 달랐다. KADA는 금지약물 소지도 복용 시도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송승준에게 72경기 출전 정지 철퇴를 휘둘렀다.

금지약물 사용 첫 번째 위반 시 해당 선수에게 정규시즌 총 경기 수의 50%인 72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가한다는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에 따른 징계다. 송승준의 징계는 지난 4월부터 청문회 절차를 거쳐 지난달 말에 확정됐다. 금지약물 관련 징계는 전적으로 KADA 권한이라 KBO도 그대로 따르게 돼 있다.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는 지난 5월 25일부터 적용된다.

송승준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KADA의 징계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영양제인 줄 알고 받은 약물이 금지약물인 걸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단순 소지만으로 약물 복용과 똑같은 72경기 출전 정지가 내려진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송승준은 “항소 절차를 통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징계 취소 끌어낸 이용대, 징계 절반으로 감경받은 임석진…솟아날 구멍은 있다

송승준은 금지약물 선수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항소부터 행정 소송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송승준은 금지약물 선수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항소부터 행정 소송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송승준이 항소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엠스플뉴스가 자문을 구한 반도핑 전문가는 “선수 측의 항소는 당연한 수순으로, 송승준의 경우엔 충분히 해 볼 만한 시도다. 약물 복용이 아닌 소지로 인한 징계라는 점에서 정상 참작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전문가는 “금지약물을 소지한 건 사실이라 잘못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징계 감경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국내에서 금지약물 소지로 적발된 사례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보통 현장을 급습해 금지약물 거래를 잡아내는데 이번 사례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전후 사정이 충분히 소명되고 고의성이 없다는 점이 입증되면, 징계 감경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징계 취소까지 이룬 과거 사례도 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스타 이용대가 대표적이다. 이용대는 2014년 1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도핑 검사 규정 위반으로 김기정과 함께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금지약물 복용이 아닌 도핑 검사 소재지보고 관련 행정 실수가 문제였다. 이용대는 2013년 3월과 11월 소재지보고 입력 시스템(ADAMS)에 입력한 소재지인 태릉선수촌이 아닌 다른 장소에 머물러 두 차례 도핑테스트를 받지 못했다. 같은 해 9월 ADAMS 입력을 제때 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됐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의 ADAMS 입력을 편의상 선수 본인이 아닌 대한배트민턴협회 직원이 대신했는데 여기서 착오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협회와 배드민턴계의 발 빠른 대응으로 이용대의 징계는 3개월 만에 취소됐다. 당시 협회는 곧바로 전담팀을 꾸려 항소를 준비했다. ‘선수 잘못이 아닌 협회의 행정적 실수’라는 대응 논리를 마련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나섰고, 스포츠 소송 분야에 정통한 변호사가 사건을 담당했다. 이용대의 당시 소속팀 삼성전기 법무팀도 가세했다. 징계에서 해방된 이용대는 아시안게임에 출전, 단체전 금메달과 남자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프로야구에도 정상 참작을 통해 징계 감경을 이룬 사례가 있다. 2017년 당시 SK 외야수 임석진은 8월 불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됐다. 원래대로라면 총 경기 수의 50%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

그러나 임석진과 SK 구단은 청문회에서 ‘경기력 향상에 목적을 둔 고의적 약물복용이 아닌 피부병 치료를 위해 한약을 복용한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병원 담당 한의사의 착오로 마황 성분이 포함된 한약을 처방받았고 이를 모른 채 복용했다는 점을 어필했다. 병원에서도 실수를 인정하고 진단서와 소견서를 제출했다. 이런 점을 참작한 KADA는 임석진의 제재를 72경기의 절반인 36경기로 감경했다.

반도핑 전문가는 “과거 사례에서 나타나듯 항소 절차 때는 스포츠 소송에 정통한 유능한 변호인단을 꾸려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승산이 있다. 사실관계와 증거 자료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승준은 검사 출신 베테랑 법조인의 조력을 받아 항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ADA 규정상 항소는 결정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항소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징계 효력은 유지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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