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전문 불펜은 단 2명뿐

-젊은 선발 자원 대거 발탁 “올림픽 무대에선 전천후·긴 이닝 소화 초점”

-좌완 베테랑 차우찬이 가장 극적인 선택 “전천후 역할에 적합, 슬라이더 움직임 좋아졌다.”

-젊은 선발진 향한 기대감도 커진 분위기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잘 이끌어줄 것”

-전문 불펜 고우석·조상우는 경기 상황에 따라 역할 달라진다

이번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서 전문 불펜 투수는 고우석(왼쪽)과 조상우(오른쪽) 단 2명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번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서 전문 불펜 투수는 고우석(왼쪽)과 조상우(오른쪽) 단 2명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투수 명단을 살펴보면 특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전문 불펜 투수가 고우석(LG 트윈스)과 조상우(키움 히어로즈) 단 2명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투수 8명은 모두 선발 투수로 2021시즌을 소화 중이다. 선발 투수들을 대거 엔트리에 포함한 배경 속엔 전천후 및 긴 이닝 소화 역할을 중요하게 판단한 대표팀 코치진의 시선이 숨어 있었다.

이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치러야 할 대회 방식은 독특하다. 총 6개 팀이 참가하는 도쿄올림픽 야구 본선에서 3개 팀씩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변형 패자부활전 방식의 녹아웃 스테이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조별리그 2경기 포함해 계속 승리한다면 최소 5경기 만에 우승 도달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패자조로 떨어져 결승전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면 최대 8경기까지 치러야 할 상황도 찾아온다.


- 극적으로 대표팀 승선한 차우찬 "전천후 역할로 적합, 슬라이더 움직임 살아났다." -

가장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는 바로 오랜 어깨 재활 끝에 최근 1군으로 복귀한 베테랑 차우찬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가장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는 바로 오랜 어깨 재활 끝에 최근 1군으로 복귀한 베테랑 차우찬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오랫동안 대표팀 김경문 감독과 함께 KBO리그 투수 자원을 유심히 관찰한 대표팀 최일언 투수코치는 전문 불펜이 단 2명에 불과한 배경에 대해 국제대회 특성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우선 나이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로 선택했다. 아무래도 불펜 투수들보단 선발 투수들이 전반적인 능력치가 앞설 수밖에 없다. 성적이나 구위 자체도 가장 좋았다. 무엇보다 국제대회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라갈 투수가 6이닝 이상 소화는 어렵지 않나 싶다. 대회 경기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에 불펜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줄 전천후 역할이 필요하다. 불펜 역할을 경험한 선발 투수들도 있었기에 마운드 구성이 이런 결과로 나왔다.” 최 코치의 말이다.

그간 국제대회에선 상대 팀에 생소한 사이드암 투수들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번 대표팀 사이드암 투수는 총 3명이다. 최원준(두산 베어스), 고영표(KT WIZ),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각자 다른 스타일의 사이드암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당황하게 할 전망이다.

최일언 코치는 “먼저 사이드암 투수 3명 가운데 최원준은 선발 투수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한현희는 불펜 경험이 많으니까 전천후 역할로 갈 듯싶다. 고영표는 국내 무대에서 최고의 체인지업을 보유한 투수라 상대 타자들에게 당혹스러운 공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김민우(한화 이글스)로 이어지는 우완 영건 삼총사도 대표팀 마운드를 오랜 기간 이끌 차세대 핵심 선발로 평가해 선발했다.

최 코치는 “어린 나이의 선발 투수들이 대거 뽑혔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당시 어린 투수들이 등판해 자기 역할을 해준 기억이 있다. 또 당시 대표팀 포수였던 베테랑 강민호가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젊은 패기로 씩씩하게 공을 던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 공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드암 투수와 함께 좌완 투수 선발도 대표팀 선발에서 큰 고민거리였다. 비교적 풍족한 자원 가운데 뽑아야 했던 사이드암 투수와 달리 좌완 투수는 부족한 자원 속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국가대표 좌완 트리오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을 못 데려오는 데다 가장 눈여겨보던 구창모(NC 다이노스)의 재활 속도가 더뎌지는 탓이 컸다.

결국, 최근 긴 어깨 재활 과정 끝에 돌아온 베테랑 차우찬(LG 트윈스)과 함께 신인 좌완 투수 이의리(KIA 타이거즈)를 대표팀에 데려가는 결정이 나왔다.

최일언 코치는 “차우찬은 좌완으로서 전천후 역할을 딱 맞아줄 자원이다. 재활 과정도 옆에서 지켜봤는데 지금 몸 상태가 확실히 좋아졌다.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면서 점점 페이스가 올라갈 듯싶다. 무엇보다 국제대회에선 속구 힘보단 변화구 움직임이 좋아야 더 잘 통한다. 최근 차우찬의 슬라이더 움직임이 살아난 게 고무적이다. 이의리는 차우찬보다 제구력이 조금 부족하겠지만, 속구 구위가 상당히 좋기에 힘으로 붙을 때 활용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예상보다 다소 빨랐던 대표팀 최종 엔트리 제출, 이제 컨디션 관리가 관건 -

대표팀 스태프들은 6월 말 최종 엔트리 제출을 예상했지만, 대한체육회의 요구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대표팀 최종 명단을 제출해야 했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왼쪽)과 김시진 기술위원장(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대표팀 스태프들은 6월 말 최종 엔트리 제출을 예상했지만, 대한체육회의 요구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대표팀 최종 명단을 제출해야 했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왼쪽)과 김시진 기술위원장(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단 2명인 전문 불펜 투수 활용 방향도 힌트가 나왔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과 조상우를 경기 내 상황에 따라 기용할 전망이다.

최일언 코치는 “누구를 마무리 역할로 올리지는 대회 본선 때 컨디션을 봐야겠지만, 고우석의 경우 주자가 없는 상황에 올라가야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조상우는 2년 전 9회 전에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셋업 맨 역할로 자주 나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6회부터라도 상대 중심 타선과 맞이하는 위기에선 출격하더라. 그런 장면이 뇌리에 남았다”라고 말했다.

최일언 코치는 이번 올림픽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대표팀 코치진은 6월 말 최종 엔트리 결정을 내리고자 했지만, 대한체육회에서 원활한 국가대표팀 운용을 이유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엔트리 제출을 요구한 까닭이다. 최대한 늦게까지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확인하고자 했던 계획이 어그러졌다.

최일언 코치는 “최종 엔트리 선발 시점이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 2주 정도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겠단 생각이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발탁된 투수들이 7월 중순 정규시즌까지 등판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잘해주길 부탁한다. 이제 대표팀 엔트리가 결정됐으니까 해당 투수들이 등판하는 날엔 직접 야구장에 나가 지켜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서 야수진과 비교해 투수진은 젊은 연령의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그만큼 젊은 투수들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해 한국야구 세대교체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무엇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젊은 투수들이 두각을 보여주면서 야구 붐이 일어났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젊은 투수들이 맹활약과 함께 또 다른 야구 붐을 일으키는 장면이 한국야구에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