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투수 11명 가운데 선발 자원만 7명 포함

-1+1 형식으로 ‘세컨드 탠덤’ 역할 맡을 선발 자원 분배 및 기용 방향 주목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들이 짧은 이닝 소화하는 효율적인 그림 기대”

-젊은 투수들의 패기 있는 투구도 기대 “벤치에서도 부담감 안 주고자 노력”

이번 도쿄올림픽 대표팀 투수 자원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젊은 투수들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번 도쿄올림픽 대표팀 투수 자원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젊은 투수들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마운드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바로 투수 11명 가운데 선발 자원만 7명이라는 점이다. 그 배경 속엔 선발 투수 한 명에게 5이닝 이상을 맡기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대표팀 벤치는 선발 투수 뒤에 또 다른 선발 투수를 바로 붙이는 전략을 구상할 전망이다.

대표팀 투수 11명 가운데 전문 불펜이라고 볼 수 있는 자원은 조상우(키움), 고우석(LG), 오승환(삼성) 3명뿐이다. 신인 좌완 김진욱(롯데)은 2021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간 가운데 최근엔 불펜에서 자리 잡았다. 선발 자원만 무려 7명이 발탁된 가운데 대표팀 벤치는 누구를 먼저 선발 투수로 앞세우고, 누구를 선발 투수 뒤를 받치게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표팀 선발 투수 7명 가운데 베테랑 차우찬(LG)을 제외하곤 모두 성인 국가대표팀을 처음 경험한다. 거기에 올림픽이란 가장 큰 국제무대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중압감까지 견뎌야 한다. 당연히 젊은 투수들에게 5이닝 이상 소화라는 ‘이닝 이터’ 역할을 맡기기엔 상당한 부담감이 따라올 거란 게 대표팀 내부 시선이다.

‘코로나19 호텔 술판 사태’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내야수 1명과 투수 1명이 빠진 빈자리를 투수 2명으로 채운 것도 투수들에게 최대한 짧은 이닝을 나눠 맡기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대표팀의 결정이다.

6월 중순 기존 최종 엔트리 발표 뒤 김경문 감독이 투수가 부족해 보인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일본, 미국 대표팀은 최종 엔트리에서 투수가 각각 11명, 12명이다. 최종 엔트리 정원이 적다 보니 우리는 투수로 10명을 뽑았는데 현실적으로 본선 경기 수가 많아질 경우 5이닝 이상을 맡길 투수가 부족하단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짧게 짧게 이닝 소화하는 경기 운영을 생각한다면 투수가 더 필요하단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 야구계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 올림픽 선발 투수는 ‘QS 기대’보단 첫 번째 등판하는 투수 의미 커 -

김경문 감독은 선발 자원 7명의 효율적인 활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김경문 감독은 선발 자원 7명의 효율적인 활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한 이스라엘과 미국을 모두 잡고 승자조로 올라가야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1차전과 2차전부터 선발 투수 자원들이 총 투입되는 그림이 예상된다. 올림픽 마운드에 서는 선발 투수는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목표로 하는 자리가 아닌 말 그대로 경기에 나설 ‘첫 번째 투수’라는 의미가 될 전망이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1, 2차전을 무조건 이겨야 한단 생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선발 투수를 누구로 내세울지는 아직 말씀드릴 순 없다. 1, 2차전이 잘 풀리면 향후 토너먼트에서 부담감이 사라지고 마운드 운영에 여유를 둘 수 있다. 1, 2차전 그다음 경기는 아직 생각 안 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1, 2차전 선발 투수에겐 벤치의 통보가 갈 것”이라며 마운드 물량 공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2인승 자전거의 뒷자리라는 뜻의 ‘세컨드 탠덤’은 선발 투수 2명이 연이어 등판하는 ‘1+1’ 전략에서 나오는 두 번째 투수를 의미하는 단어다. 선발 자원 7명을 마운드 위에서 분배해야 할 대표팀도 ‘세컨드 탠덤’을 누구로 구상하느냐에 따라 경기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우완 오버스로에 가까운 원태인(삼성), 김민우(한화), 박세웅(롯데)을 주축으로 사이드암 유형인 최원준(두산), 고영표(KT)와 좌완인 차우찬(LG)과 이의리(KIA)는 각자 특색이 뚜렷한 선발 자원들이다. 첫 번째 투수를 우완 오버스로로 내세운 뒤 그다음 두 번째 투수, 즉 세컨드 탠덤을 사이드암이나 좌완으로 기용하는 변칙 마운드 흐름이 예상된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이번 대표팀 자원 구성과 국제대회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선발 투수에게 6이닝 이상 소화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전반기 동안 KBO리그에서 가장 잘 던진 선발 투수들이 대표팀에 뽑혔다. 이들이 2~3이닝 정도 짧은 이닝을 릴레이 형식으로 맡아준다면 충분히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 신인김진욱·이의리의 패기 있는 투구도 기대, “부담감 최대한 덜 주고자 노력”-

한국 야구 미래인 신인 투수인 김진욱(왼쪽)과 이의리(오른쪽)가 도쿄올림픽에서 어떤 희망을 보여줄지도 관건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국 야구 미래인 신인 투수인 김진욱(왼쪽)과 이의리(오른쪽)가 도쿄올림픽에서 어떤 희망을 보여줄지도 관건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대부분 젊고 어린 선발 자원이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란 모래주머니를 떼어낼 정도로 패기 있는 투구를 보여줄지도 관건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신화의 일원이었던 베테랑 포수 강민호도 젊은 선발 투수들의 무서울 것 없는 경기력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훈련 첫날 (고)영표와 (이)의리의 공을 받아봤는데 정말 좋더라. 영표의 체인지업은 내가 영표 공을 왜 못 쳤는지 알 정도로 좋은 움직임이었다. 또 의리는 어린 나이인데 그렇게 힘 있는 속구를 던지더라. 신인 투수인데 괜히 대표팀에 뽑힌 게 아니었다. 국제무대 경험이 다소 부족해도 어린 친구들이 패기 있게 무서울 것 없이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 강민호의 말이다.

김경문 감독도 특히 어린 신인 투수 이의리와 김진욱에게 큰 부담감을 주지 않고자 신경 쓴다.

김 감독은 “대표팀에 합류한 신인 투수인 이의리와 김진욱을 향한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무언가 더 잘하려고 하기보단 편안하게 자기 공을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으리라 본다. 대표팀 벤치에서 너무 부담감을 주지 않고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 중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대표팀은 제대로 된 발걸음을 떼기 전부터 ‘코로나19 호텔 술판’ 사태로 대표팀 선수 교체 및 팀 분위기 저하라는 큰 악재를 맞이했다. 그래도 남은 대표팀 선수단과 코치진은 눈앞에 다가온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야구계와 KBO리그에 크나큰 위기가 닥친 가운데 대표팀이 어떤 경기력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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