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22일 NC 다이노스에서 강윤구 영입…2차 4라운드 지명권 대가

-그동안 미래지향적 트레이드 기조에서 벗어나 1군 전력 영입…후반기 반격 준비?

-최준용, 김대우, 정훈, 추재현 등 복귀 예정…강윤구 영입으로 좌완 약점도 보강

-구단과 현장 모두 치명상 입은 NC, 2연패 도전에서 미래 준비로 방향 전환

롯데가 NC에서 좌완 강윤구를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가 NC에서 좌완 강윤구를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7월 22일 발표된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간의 트레이드는 리그 중단 사태 이후 뒤바뀐 양 팀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유망주들을 기용하며 미래를 준비해왔던 롯데는 5강 도전으로, 반면 주축 선수 이탈에 수뇌부 사퇴로 치명상을 입은 NC는 훗날을 기약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롯데와 NC는 22일 좌완 강윤구와 2022년 신인 2차 드래프트 4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1990년생 좌완 강윤구는 통산 352경기 31승 28패 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 5.01에 578탈삼진 363볼넷을 기록한 13년 차 투수다. 올 시즌엔 주로 2군에 머물렀고 1군에서는 1경기에서 2이닝 평균자책 18.00만 기록했다.

후반기 완전체 전력 앞둔 롯데, 좌완 불펜 약점 채웠다

롯데는 후반기 최준용, 김대우 복귀로 완전체 전력을 기대한다(사진=롯데)
롯데는 후반기 최준용, 김대우 복귀로 완전체 전력을 기대한다(사진=롯데)

이번 강윤구 트레이드는 최근 3년간 롯데가 해온 외부 영입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간 롯데는 유망주 혹은 지명권을 받아오는 미래지향적 트레이드를 주로 해왔다. 베테랑 장시환을 주고 지시완을 받아온 트레이드부터 시작해 전병우를 내주고 추재현을 데려온 트레이드도 그랬고, 지난겨울엔 박시영-신본기를 내주고 투수 최건과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지명권을 주고 1군 전력을 데려왔다.

팀의 약점인 좌완 불펜 강화를 위한 영입이다. 전반기 롯데는 좌완 불펜 평균자책이 10.18로 리그 최하위였다. 투수진의 좌타자 상대 성적도 피안타율 0.288에 OPS 0.833으로 꼴찌에 그쳤다. 김진욱-송재영-박재민 등 신인급 투수들을 좌완 불펜으로 활용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 젊은 투수들의 군입대 문제까지 생각하면, 좌투수 내부육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롯데는 1군 경험이 풍부한 강윤구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강윤구는 커리어 내내 좌타자 상대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NC 이적 첫해인 2017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90에 피장타율 0.290으로 제 몫을 했고 2019시즌에도 좌타 피안타율 0.240에 피장타율 0.304로 강했다. 이제는 유망주 시절처럼 150km/h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진 못하지만, 구위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평가다.

올 시즌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100% 기량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구는 NC로 이적한 뒤 매년 겨울 연봉협상 때마다 구단 수뇌부를 애먹인 선수였다. 이 때문에 구단 고위층에서 강윤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여기에 작년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기회의 문이 더욱더 좁아진 상태였다.

이런 강윤구를 롯데는 올 시즌 초부터 지속해서 주시해왔다. 취재 결과 6월에도 한 차례 NC 측에 트레이드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엔 선발진에 구멍 난 NC가 강윤구의 대체 선발 기용을 준비하던 중이라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다시 트레이드 논의가 진행됐고, 지명권 순번을 조율한 끝에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강윤구의 합류로 롯데는 좌완 불펜 보강에 성공, 후반기 반격을 위한 무기를 추가했다. 만약 후반기가 정상적으로 열린다면, 롯데는 KIA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할 팀으로 꼽힌다. 리그 중단에 앞장서서 반대하면서 팬들로부터 ‘원칙을 지키는 팀’이란 찬사를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리그 중단 기간 미니캠프를 통해 디테일과 팀 정체성을 강화하는 실리도 챙겼다.

후반기 부상 선수 복귀도 롯데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불펜 필승조 최준용과 김대우가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8월 실전 등판을 벼르고 있다. 이승헌, 박진형 등 영건들도 컨디션이 좋아져 후반기 합류 예정이다.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추재현, 내 복사근 부상의 정훈도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가졌다. 완전체 전력으로 후반기 ‘8치올’을 꿈꿀 수 있게 됐다.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긴 했지만 큰 손실은 아니란 게 롯데의 자체 진단이다. 자체 시뮬레이션한 결과 2차 4라운드 이후 지명권은 손실이 크지 않다는 계산 하에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이미 박시영-신본기 트레이드로 받은 2차 3라운드 지명권이 있어, 롯데는 3라운드 지명권을 두 차례 사용할 수 있다.

리그 중단 사태로 구단-현장 치명상 입은 NC, 트레이드는 ‘미래’ 준비 신호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사진=엠스플뉴스)

트레이드 이후 나온 NC 임선남 단장대행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 대행은 “이번 트레이드는 구단의 미래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춰 결정했다. 구단은 앞으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선수단 뎁스를 강화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 자원, 중장기적인 시각 등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에게서 나올 법한 워딩은 아니다. 리그 중단 사태 이후 우승 도전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NC의 현재 상황이 잘 드러난 발언이다.

NC는 외부인 술자리 사건에 연루된 선수 4명이 각각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팀의 1번타자, 2번타자, 5번타자, 6번타자가 한꺼번에 시즌아웃됐다. 주전 외야수 2명과 주전 2루수, 3루수를 빼고 후반기를 구상해야 한다. 마운드보다는 야수진의 타격과 수비가 핵심인 NC 야구에는 치명타다.

여기에 외국인 2선발 웨스 파슨스도 후반기 시작부터 함께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은 상황.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후반기 합류를 준비하고 있지만, NC로서는 우승은커녕 5위 자리 지키기도 만만찮은 현실이다.

NC 관계자는 “선수단 분위기나 구단 내부 문제를 수습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리그 중단 사태 이후 집중포화를 맞으며 무겁게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부터가 간단치 않다. 한 선수는 “2018시즌 꼴찌 했을 때보다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

대표이사-경영본부장-단장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면서 프런트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구단에 오래 몸담은 데이터 전문가를 단장대행으로 임명했지만, 당장은 내부 수습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성을 발휘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본사에서 경영인이 아닌 검사 출신을 대표대행으로 내려보낸 것도 구단 내부 정화가 우선이란 메시지로 읽힌다. 서봉규 대표대행은 엘리트 검사 출신으로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등 정권에서 눈여겨보는 굵직한 사건을 맡은 이력이 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그룹 감사에 준하는 고강도 내부 청소가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구단 사무실은 물론 현장까지 초토화된 가운데, 당장 올 시즌 5강이나 우승 도전은 생각하기 힘든 처지가 된 NC다. 결국 올 시즌보다는 구단이 재정비된 이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현실적인 선택지다. 선수단 쇄신 차원의 추가 움직임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인 지명권을 받아온 이번 트레이드가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지금 KBO리그가 위기인데, 후반기 우리 팀 전력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언급을 피했다. 지역 방송 해설위원은 “팀 전력상 득실을 논하기엔 시기가 좋지 않다”면서도 “리그 중단 사태로 NC와 키움, 한화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롯데와 KIA는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특히 6월 이후 상승세였던 롯데는 복귀 전력이 많아 기대해볼 만한 팀”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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