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투수 2명이 2~3이닝을 나눠 막는 ‘탠덤’은 이번 올림픽 김경문호 마운드 운영의 핵심 전략이다. 상무 상대 평가전에서 원태인이 3이닝, 최원준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첫 연습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원준과 원태진(사진=KBO)
최원준과 원태진(사진=KBO)

[엠스플뉴스=고척]

김경문호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마운드 운영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발 원태인이 3이닝 무실점, 세컨드 탠덤 최원준이 3이닝 무실점으로 이어 던진 대표팀이 상무야구단 상대 첫 평가전을 대승으로 장식했다.

대표팀은 7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 상대 평가전에서 원태인-최원준의 릴레이 호투와 타선의 초반 대량득점에 힘입어 9대 0으로 승리, 세 차례 평가전의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원태인은 3이닝 동안 안타 하나만 내주고 볼넷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펼쳤다. 1회 공 12개로 삼자범퇴를 기록한 원태인은 팀이 5대 0으로 크게 앞선 2회 전경원에 첫 안타를 맞았지만 점수는 내주지 않았다. 3회에도 올라온 원태인은 다시 삼자범퇴로 상무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원태인은 이날 패스트볼 최고 147km/h, 평균 145km/h로 정규시즌 평균과 큰 차이없는 스피드를 기록했다. 여기에 주무기 체인지업(16구)과 슬라이더(6구), 커브(3구)를 섞어 정규시즌과 거의 비슷한 구종 배합을 선보였다. 투구수 47구 중에 스트라이크 30구, 볼 17구로 비율도 나쁘지 않아 도쿄행을 앞두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어 4회부터는 또 다른 선발자원 최원준이 등판했다. 최원준 역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 최원준은 4회 2사 후 김형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최준우를 범타로 잡고 실점 없이 넘어갔다. 이어 5회를 공 6구로 삼자범퇴 처리한 뒤 6회도 삼자범퇴로 막아내 3이닝 무실점을 완성했다.

최원준 역시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패스트볼 최고 141km/h에 평균 139km/h로 시즌 때 수치(평균 139.2km/h) 그대로였고 주무기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구사해 상무 타자들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3이닝 동안 투구 수는 35구, 스트라이크 26구에 볼 10구로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7회 터진 최주환의 3점포로 9대 0으로 멀리 달아난 대표팀은 7회 차우찬, 8회 조상우, 9회 오승환이 차례로 올라와 상무에 한 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대표팀의 9대 0 승리. 오지환이 2루타 2개 포함 3안타를 기록했고 박해민, 김현수, 허경민도 멀티히트로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날 원태인과 최원준의 3이닝 나눠 던지기는 이번 올림픽에서 김경문호가 선보일 마운드 운영 핵심 전략이다.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 위주의 마운드 구성상 긴 이닝을 맡기기보다는 선발 2명이 2~3이닝을 나눠서 막는 마운드 운영을 예고했고, 이날 원태인과 최원준에게 각각 3이닝을 맡겼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번 대표팀 자원 구성과 국제대회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선발 투수에게 6이닝 이상 소화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전반기 잘 던진 선발투수들이 2~3이닝 정도 짧은 이닝을 릴레이 형식으로 맡아준다면 충분히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기후 취재진 앞에 나선 최주환과 원태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후 취재진 앞에 나선 최주환과 원태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김경문 감독도 이날 투수들의 호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첫 실전이었는데 투수들은 예상대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타자들도 첫 경기치고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예상보다 좋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늘 길게 던진 투수들은 선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직 확정적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길게 던진 투수는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원태인과 최원준의 선발 기용을 예고했다.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첫 평가전 선발로 기분 좋게 스타트하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원태인은 “선발 통보는 3일 전에 들었다. 최일언 코치님이 언제 던지겠냐고 물어봐 주셔서 오늘을 택했다”면서 “제 컨디션에 맞춰 주신 만큼 잘 준비하려 노력했고 평가전이지만 첫 시작인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던졌다”고 했다.

이날 삼성 팀 동료 강민호와 배터리를 이룬 원태인은 “민호형이 포수로 앉아 편한 것도 있었지만, 시즌 때보다는 오늘 경기에서 좀 더 긴장했다. 불펜에서부터 긴장되고 힘이 들어가서 썩 좋은 밸런스를 가져가지는 못했다”면서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올림픽에 컨디션을 맞출 생각”이라 밝혔다.

원태인은 “올림픽은 팀이 아닌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시즌 개막전보다 긴장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큰 경기에서 그렇게 긴장해본 적은 없다. 자신 있게 던지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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