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7시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패자 준결승. 패스트볼 구위와 움직임이 좋은 미국 선발 조 라이언을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려면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 한국 선발 이의리는 미국 강타선을 제압할 수 있을까. 스카우트와 전문가, 해설위원의 의견을 들어봤다.

미국 선발 조 라이언. 위력적인 패스트볼이 장점인 투수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선발 조 라이언. 위력적인 패스트볼이 장점인 투수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5일 한국과 패자 준결승전을 치르는 미국야구 대표팀 선발투수는 우완 조 라이언이다. 등판 간격만 놓고 보면 지난 예선라운드 한국전 때 5이닝 9K 괴력투를 펼친 닉 마르티네스를 다시 기용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순서대로 라이언을 선택했다.

마르티네스가 아닌 라이언을 기용한 미국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일하는 스카우트는 “마르티네스가 일본 투수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투구를 한다면, 라이언은 최근 미국야구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유형의 투수”라고 평가했다.

“조 라이언, 한 바퀴 돌고 나면 공략 가능” “이의리 경기 초반 1, 2회 중요”

한국 선발로 등판할 이의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선발로 등판할 이의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라이언은 미국야구 기준으로 ‘강속구 투수’에 속하지는 않는다.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50km/h 정도, 평균 140km/h 중반대를 형성한다. 대신 투구시 디셉션이 좋고, 익스텐션이 길어 타자 입장에선 실제보다 훨씬 위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장점이다.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도 높고 수직 무브먼트도 수준급이다. 이를 무기로 높은 코스 빠른 볼을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뜬공 혁명’에 동참해 퍼 올리는 스윙을 장착한 미국 타자들 상대로 라이언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비결이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라이언을 미드시즌 미네소타 트윈스 유망주 4위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타자들 상대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ML 스카우트는 “라이언은 속구에 비해 변화구는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편이다. 우타자 바깥쪽 슬라이더는 괜찮지만 커브, 체인지업 등 다른 변화구 구사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실제 MLB.com은 20/80 스케일 평가에서 라이언의 패스트볼에 60점을 줬지만 상대적으로 변화구에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앞의 스카우트는 “단조로운 구종과 투수 스타일상 라이언은 긴 이닝을 끌고 가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타선이 두 세바퀴 돌고 나면 얻어맞는 스타일로, 마이너리그에서도 6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많지 않다”고 했다.

컨택트 능력이 좋고 홈런보다 라인드라이브 생산에 초점을 맞춘 스윙을 하는 한국 타자들이 오히려 미국 타자들보다 라이언 공략에 유리한 면이 있다. 앞의 스카우트는 “우타자들은 라이언의 슬라이더에 다소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해민, 이정후, 김현수, 오지환 같은 좌타자들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초반에 점수를 내지 못해도 타순 두 바퀴 째부터 충분히 점수를 낼 찬스가 찾아올 거라는 예상이다.

한국 선발 이의리의 초반 투구내용이 중요한 이유다. 경기 초반을 잘 넘겨 4, 5회까지 끌고 가면 한국 타선이 라이언 공을 공략하면서 리드를 잡을 수 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출신인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첫 등판과 두 번째 등판은 느낌이 다르겠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전에서 보여준 이의리의 구위라면 또 한 번 좋은 투구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훈 위원은 “1, 2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모든 투수에게 1회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오늘 경기는 특히 1회가 중요하다. 지난 등판 때도 1회를 잘 넘긴 뒤에는 괜찮았다. 오늘 역시 처음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승부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대결 때 한국은 미국 타선의 홈런 2방에 무릎을 꿇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대니얼 김은 “첫 대결 때도 한국의 경기 내용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면서 “미국 타자들의 장타만 조심한다면 이번엔 한국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힘 있는 미국 타자들을 잘 봉쇄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첫 대결 때 위력이 확인된 훌리오 로드리게스, 타일러 오스틴, 트리스턴 카사스 등 중심타선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카사스는 3홈런, 오스틴은 2홈런을 기록했다. ML 스카우트는 “로드리게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타자 유망주로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모두 갖췄다. 요코하마 구장을 홈으로 쓰는 오스틴은 물론, 선구안과 파워가 좋은 카사스까지 경계할 타자가 많다”고 했다.

하위타선에 배치된 수비 스페셜리스트 닉 앨런도 체구에 비해 의외의 펀치력이 있는 선수다.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이 뛰어나고 종종 큰 것 한 방을 때려내곤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홈런 1개를 기록했다. 대회 내내 부진한 노장 토드 프레이저도 언제든 장타를 때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할 상대다.

이상훈 위원은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간 지난 경기들과는 다른 방식의 투수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은 “지난 일본전과는 다를 것이다. 오늘 같은 경우 사실상 마지막 경기인 만큼 위기다 싶으면 빠르게 투수를 바꾸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은 여러 면에서 기존 국제대회에서 접한 미국팀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비시프트 등 세밀한 플레이로 효과를 봤고,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만드는 끈끈한 캐미스트리도 과거 대표팀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 위원은 “마이너리그 베테랑들이 젊은 유망주들을 잘 이끌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빅리그 선수들만 나왔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물론 한국 대표팀 역시 주장 김현수를 중심으로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4일 일본전에 패하긴 했지만 경기 막판까지 일본을 몰아붙이며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오늘 미국 상대로 승리하면 7일 일본과 결승에서 다시 만나 설욕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과 미국 모두 가진 전력을 총동원한 명승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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