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에 길이 남을 ‘문김대전’에서 김도영이 먼저 웃었다. KIA 타이거즈가 154km/h 투수와 5툴 유격수 중에 유격수 김도영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8개 구단이 마지막 1차 지명을 완료했다.

마지막 1차지명, 그 영광의 주인공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원태, 이병헌, 주승우, 윤태현, 이민석, 박성재, 김도영, 박영현 순(사진=엠스플뉴스)
마지막 1차지명, 그 영광의 주인공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조원태, 이병헌, 주승우, 윤태현, 이민석, 박성재, 김도영, 박영현 순(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 드래프트 역사에 남을 ‘문김대전’에서 막판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KIA 타이거즈가 마지막 1차 지명자로 ‘154km/h’ 광속구 투수 문동주가 아닌 ‘5툴 천재 유격수’ 김도영을 선택했다. SSG 랜더스와 KT 위즈는 각각 연고지 넘버원 투수 윤태현과 박영현을, 롯데 자이언츠도 지역 투수 유망주 이민석을 지명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8월 23일 2022 신인 1차 지명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전국구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 이글스와 3순위 지명권의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8개 팀의 1차 지명 선수가 공개됐다. 공개된 8명 가운데 대학 선수로는 성균관대 투수 주승우(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하게 부름을 받았다. 또 8명 중에 투수만 7명이 뽑히면서 투수 강세 경향을 띄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광주 KIA 타이거즈는 고교 타자 랭킹 1위 내야수 김도영(광주동성고)을 선택했다. KIA는 김도영과 함께 고교랭킹 넘버원 투수 문동주(광주진흥고)를 후보로 올려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한 끝에 야수를 선택했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타 유망주 가운데 타자를 선택한 KIA다. 그만큼 김도영의 잠재력과 스타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황금사자기 전국대회 때까지만 해도 KIA의 선택은 투수인 문동주가 유력했다. 대부분 스카우트와 야구 관계자가 “같은 값이면 투수를 지명하는 게 낫다”며 KIA가 문동주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김도영이 최근 협회장기 대회에서 폭발적인 활약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마침내 막판 대역전에 성공했다.

김도영은 ‘이종범의 재림’이라 할 만큼 공·수·주에서 뛰어난 재능을 자랑하는 내야수다. 우타자임에도 1루까지 3초대에 뛰는 빠른 발과 주루 센스, 컨택트 능력은 물론 운동 능력까지 한 몸에 갖췄다. 타격 시 손목을 잘 사용하고 허리 회전이 좋아 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전성기 이종범처럼 다이나믹한 플레이로 무색무취한 KIA 공격의 컬러를 바꿔놓을 기대주다.

김도영과 문동주(사진=엠스플뉴스)
김도영과 문동주(사진=엠스플뉴스)

‘문김대전’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서울권에선 서울고 좌완 이병헌이 두산 베어스, 선린인터넷고 좌완 조원태가 LG 트윈스의 선택을 받았다.

연초부터 펼쳐진 이병헌-조원태 2파전은 이병헌이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조원태가 막판 맹추격하며 판세가 뒤집히는 듯했지만, 서울권 1순위 두산은 원래 계획대로 이병헌을 선택했다. 2학년인 지난해 151km/h를 던진 재능과 안정감, 경기 운영 능력, 성장 가능성에 큰 점수를 매긴 두산이다.

두산에 이어 지명권을 행사한 LG는 큰 고민 없이 좌완 조원태를 지명했다. LG가 1차 지명에서 좌완투수를 선택한 건 2014 임지섭(제주고) 이후 8년 만이다. 키 186cm의 좋은 신체조건과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최고 148km/h 패스트볼이 장점으로, 속구의 위력과 탈삼진 능력만큼은 고교 투수 가운데서도 압도적이다.

서울권 세 번째 지명권을 손에 든 키움 히어로즈는 대학 투수 최대어 주승우를 뽑았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주축 투수로 활약하며 주가를 높인 주승우는 4학년인 올해 150km/h대 강속구를 되찾아 대학 넘버원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해 지명 대상 가운데 가장 1군 즉시 전력에 가까운 투수로 속구 구속과 제구력, 경기 운영 등 모든 면에서 균형잡혔다는 평가다.

수도권 구단 SSG 랜더스와 KT 위즈는 연고지 투수 유망주를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SSG는 인천고 사이드암 윤태현을, KT는 유신고 우완 박영현을 각각 지명했다.

지난 시즌 9위 SSG는 연고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 지명권을 사용할 수 있어 10위 한화 이글스의 선택을 지켜본 뒤 지명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지명 기회를 기다리는 대신, 망설임 없이 지역 유망주 윤태현을 지명했다. 그만큼 윤태현의 기량과 잠재력, 미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태현은 2학년인 지난해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며 인천고를 봉황대기 정상으로 이끈 주역이다. 대회 우수 투수 상과 MVP를 거머쥐었고, 쟁쟁한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제3회 아마야구 최동원상까지 받았다. 속구의 구위와 커맨드가 뛰어나고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 프로에서도 선발투수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스피드도 올해 140km/h 후반대까지 끌어올려 강속구 사이드암으로 진화했다.

KT가 선택한 박영현은 김민-소형준의 유신고 에이스 계보를 잇는 우완 투수. 원래는 구속보다 제구와 변화구,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이었던 선수다. 3학년인 올해는 구속까지 부쩍 빨라져 140km/h 중후반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거듭났다. 비공식 최고구속은 152km/h까지 나왔다. 마치 포인트가드 출신 센터처럼 파워피처의 장점과 피네스 투수의 장점을 모두 갖춘 투수로 성장했다. 투수치고 다소 작은 체격조건만 빼면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렵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지역 연고 투수 유망주를 1차 지명자로 골랐다. 올 시즌 초고속 성장 악셀을 밟은 개성고등학교 우완 이민석이 롯데의 마지막 1차 지명 주인공이 됐다.

이민석은 3학년인 올해 윈터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다크호스’에서 1차 지명 후보로 급부상했다. 189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구속 152km/h의 강력한 속구가 장점이다. 부드러운 투구폼에 타점이 놓고, 공의 회전력과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주무기다. 아직 경기 운영 면에서 덜 다듬어진 면은 있지만, 좋은 신체 능력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란 평가다.

1차 지명 제도의 최대 피해구단으로 꼽히는 NC 다이노스는 마지막 1차 지명 선수로 연고지 고교 포수 박성재(마산용마고)를 선택했다. 언제나처럼 올해도 전면드래프트 기준 10순위 안에 들만한 유망주가 없었던 NC는 박성재 외에 전주고 외야수 한승연, 김해고 유격수 서준교, 용마고 투수 정유석 등을 후보에 올려놓고 고심한 끝에 포수에 지명권을 사용했다.

박성재는 고교 포수 가운데 1, 2위를 다투는 강한 어깨가 장점. 올 시즌 타격에서도 부쩍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장 프로 1군에서 활용할 선수라기보단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육성해볼 만한 선수라는 평가다.

한편 지난해 10위 한화 이글스와 8위 삼성 라이온즈는 이날 1차 지명 선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전년도 10위 한화, 9위 SSG, 8위 삼성은 연고지 외 지역에서도 1차 지명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화는 KIA가 지명하지 않은 투수 문동주를 지명할 게 확실시된다. 한화는 KIA가 문동주를 지명하면 김도영을, 김도영을 지명하면 문동주를 선택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은 연고지 투수 최대어 진승현(경북고) 외에 유격수 이재현(서울고), 투수 박준영(세광고), 투수 김주완(경남고) 등 다른 지역 선수들을 후보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보군을 살펴본 뒤 30일 이전에 1차 지명자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내야수 지명이 유력하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