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인 2세 인기가 올해 드래프트에서도 계속됐다. 또 쌍둥이 형제 지명, 형제 선수의 같은 팀 지명, 비선출 야수 지명 등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쏟아져 나온 드래프트였다.

진갑용 2세 진승현(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진갑용 2세 진승현(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엠스플뉴스]

최근 신인드래프트의 새로운 트렌드인 ‘야구인 2세’ 인기는 올해도 여전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진갑용, 강인권 주니어는 물론 김성철, 문승훈 심판위원 자녀까지 여러 야구인 가족 선수가 프로의 선택을 받았다. 또 형제 선수의 같은 팀 지명, 쌍둥이 선수, 최초의 비선출 야수 지명 등 이색 지명 선수의 사연이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쏟아냈다.

9월 13일(월) 오후 2시 서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총 100명의 선수가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은 이 날 2차 지명에서 전체 지명자 가운데 총 8명이 프로선수 출신 2세 혹은 야구인 가족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가 2차 2라운드에서 뽑은 진승현(경북고)이다. 진승현은 국가대표 포수이자 삼성 라이온즈 우승 포수로 시대를 풍미한 진갑용 KIA 배터리 코치의 아들이다. 포지션은 아버지와 달리 포수가 아닌 투수다.

대구 경복중 시절부터 야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진승현은 경북고에서도 에이스 투수로 활약 중이다. 키 185cm 몸무게 90kg의 좋은 체격조건에 140km/h 중반대 힘 있는 속구와 경기 운영 능력이 일품이다. 연고 구단 삼성 1차지명 후보로도 거론됐던 진승현은 돌고 돌아 2차 지명으로 아버지의 고향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강인권 NC 수석코치의 장남 강동형도 눈에 띄는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강동형은 아버지가 코치로 일했던 팀 두산 베어스 7라운드 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강동형은 대학야구 최고의 파워히터 중 하나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홈런 3개를 기록했다. 이미 프로 1군 무대에서 활약 중인 투수 강태경과 형제 대결도 기대된다.

강인권 주니어 강동형(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강인권 주니어 강동형(사진=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심판위원 자녀들도 프로 지명을 받는 데 성공했다. 키움 히어로즈가 7라운드에서 뽑은 휘문고 포수 김리안은 김성철 심판위원의 자녀다. 올해 17경기에서 타율 0.327에 OPS 0.856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LG 트윈스가 8라운드에서 뽑은 서울고 내야수 문정빈도 문승훈 심판위원의 아들. 타격 능력이 장점인 문정빈은 올해 22경기에서 타율 0.395로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변화구 대처능력도 뛰어나고 심준석, 윤태현 등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타격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한편 롯데는 진승현 외에도 2명의 야구인 가족을 더 지명했다. 3라운드 내야수 김세민(강릉고)은 프로 외야수 출신인 김철기 강릉영동대 감독의 자녀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해 풍부한 경기 경험과 빠른 발, 정교한 타격으로 강릉고 돌풍을 이끌었다. 또 8라운드에서 뽑은 포수 엄장윤(부경고)도 롯데 외야수 출신 엄정대 운영팀 책임의 아들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7라운드에서 뽑은 강도훈(상원고)은 삼성 출신 외야수 강종필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외야수로 활약 중이다. 또 LG 트윈스가 4라운드에서 뽑은 투수 이지훈(투수)은 1950년대 ‘원자탄 투수’로 이름을 날린 야구 원고 이재환 전 일구회 회장의 손자다.

프로 선수 가족은 아니지만 야구인의 피가 흐르는 지명 선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가 4라운드에서 뽑은 투수 양경모(북일고)는 아마추어 선수 출신 아버지와 테니스 실업팀 선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또 3라운드에서 뽑은 외야수 유민(배명고)도 야구선수 출신 삼촌의 영향으로 야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SG 랜더스가 2라운드에서 지명한 투수 겸 내야수 유망주 김도현(백송고)도 부친이 배명고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야구인은 아니지만 아니지만 체육인 2세 선수도 있다. 롯데가 5라운드에서 뽑은 투수 하혜성(덕수고)은 전설의 배구스타 하종화 씨의 아들이다. 그리고 SSG 랜더스 2차 1라운드 투수 신헌민(광주동성고)은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체육인 어머니로부터 좋은 재능을 물려받았다. 이 가운데 이정후, 박세혁, 강진성처럼 아버지를 능가하는 야구 스타로 성장해 프로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주인공은 누구일지 궁금하다.

동생 윤태호와 형 윤태현(사진=엠스플뉴스)
동생 윤태호와 형 윤태현(사진=엠스플뉴스)

이색 지명 선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가 5라운드에서 뽑은 인천고 우완 윤태호는 앞서 신인 1차지명으로 SSG 랜더스에 입단한 윤태현의 쌍둥이 동생이다. 사이드암 윤태현이 그라운드볼을 유도하는 타입이라면 윤태현은 타자와 힘으로 맞붙는 스타일의 정통파 투수. 만약 두 선수가 1군 무대에서 맞붙는다면 KBO리그 역대 최초의 쌍둥이 선발 대결이 된다. 참고로 KBO리그에서 쌍둥이 형제가 함께 프로 무대에 뛴 사례는 OB 베어스에서 야수로 함께 뛴 구천서·구재서가 유일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역대 최초의 형제 한 팀 지명 기록을 세웠다. 1차지명에서 서울고-성균관대 출신 우완 주승우를 지명한 키움은 5라운드에서 동생인 서울고 좌완 주승빈을 지명해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전신을 사용하는 역동적 투구폼이 인상적인 주승빈은 올해 이병헌(두산 1차지명)을 대신해 서울고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4년생으로 동기들보다 한 살 어리다는 점, 형인 주승우가 20세 이후 구속 증가에 성공했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이다.

롯데가 9라운드에서 지명한 내야수 김서진은 한선태(LG)에 이은 역대 두 번째 비선출 지명자이자 최초의 비선출 야수 지명자로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과 야구를 병행하다 야구를 택한 김서진은 홈스쿨링으로 초중학교 과정을 마친 뒤 고교 과정은 검정고시로 통과했다. 야구도 엘리트 학원야구 팀이 아닌 사설 야구아카데미에서 독학으로 배웠다.

혼자 배운 야구지만 실력만큼은 여느 고교생 못지 않다. 트라이아웃 당시엔 시카고 컵스 출신 권광민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타격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 스카우트는 김서진이 트라이아웃에서 보여준 기량을 두고 혼자 야구한 선수가 저 정도로 한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프로에서 시간을 두고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뒤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지 궁금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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