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현희, 안우진 복귀를 결정하며 성적 때문에 영혼까지 팔아치운 키움 히어로즈. 알고 보니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키움증권으로부터 수억에서 십수억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기로 돼 있었다. 향후 키움증권과 재계약 규모도 가을야구 진출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조건이다.

팬이 최우선이라며 윤리강령을 선포했던 키움(사진=키움)
팬이 최우선이라며 윤리강령을 선포했던 키움(사진=키움)

[엠스플뉴스]

‘키움이 키움했다’ ‘야구로 보답한다의 구단 버전’ ‘성적 때문에 영혼을 팔았다’는 비아냥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최종 순위에 따라 키움증권으로부터 메인스폰서 광고료 외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키움은 9월 16일 또 한 번 야구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홍원기 감독은 코로나19 술판 사태로 징계 중인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의 복귀 방침을 알렸다. 두 선수는 7월 초 수원 원정 기간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해 서울 호텔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논란이 커지자 KBO는 7월 23일 상벌위원회에서 각각 36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내렸다. 키움 구단도 술자리를 주도한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전 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다.

자체 징계 직후 홍원기 감독은 “두 선수는 내 구상에 없다”며 징계 기간이 끝난 뒤에도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말을 뒤집었다. 두 선수의 징계가 끝나는 대로 1군에 합류시킨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미 안우진은 2군 연습경기에서 157km/h 강속구를 뿌리며 위력시위 중이다. 한현희는 자체 징계가 더 남아 있지만, 시즌 종료 전까지는 합류할 전망이다.

엄밀히 따지면 징계기간이 끝난 선수를 기용할지 말지는 구단의 자유다. 하지만 앞서 감독이 ‘쓰지 않겠다’고 만천하에 선언해 놓고 뒤늦게 말을 바꾸면서 비난을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 후반기 개막 때만 해도 멀어 보였던 가을야구가 눈앞에 보이자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성적을 택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키움, 키움증권과 PS 진출에 따른 인센티브 계약…향후 재계약 규모에도 큰 영향

키움 투수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 투수 한현희(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 구단으로선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2019년을 앞두고 키움증권과 체결한 메인스폰서 계약 내용 때문이다. 취재 결과 5년간 매년 100억 원의 메인스폰서 광고료를 받는 이 계약엔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었다.

키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키움증권과 키움 구단이 연도별 포스트시즌 순위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각 연도 포스트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 시에는 7억원, 포스트시즌 2위(한국시리즈 패배) 때는 5억원, 3위(플레이오프 승리) 때는 3억원이 각각 지급된다.

키움증권과 키움 구단이 맺은 메인스폰서 계약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표. 1위를 차지하면 최대 15억원까지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증권과 키움 구단이 맺은 메인스폰서 계약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표. 1위를 차지하면 최대 15억원까지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 인센티브는 위로 올라갈수록 누적되는 방식으로, 만약 2위를 차지할 경우 3위 인센티브와 합해 총 8억 원이 주어진다. 만약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경우 3억과 5억에 8억원을 더해 15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매년 10월 10일 키움이 분할 지급받는 메인 스폰서 광고료와 동일한 금액으로, 구단 재정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향후 키움증권과 재계약 총액 규모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키움증권과 키움 구단이 재계약할 경우, 연간 메인스폰서 광고료는 기본 100억 원에 더해 2019년부터 23년까지 시즌별 구단의 순위에 따라 차등 금액을 더해서 정한다. 포스트시즌 1위는 7억, 2위는 5억, 3위는 3억, 4위는 2억원이 각각 책정돼 있다.

만약 키움이 2019년 3위-2020년 4위-2021년 6위-2022년 1위-2023년 2위를 기록하면 연간 광고료는 100억원에 3억+2억+0원+7억+5억원을 더해 총 117억원이 된다. 만약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경우엔 다음 재계약시 광고료는 연간 최대 135억원이 될 수도 있는 계약 내용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경우엔 100억원에 추가되는 플러스 알파가 줄어들고, 그만큼 구단의 장기 재정에 악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키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번 한현희, 안우진 복귀 결정이 결코 홍원기 감독 개인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닐 것”이라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키움증권과 키움 구단의 메인스폰서 계약내용. 연간 포스트시즌 순위에 따른 추가 금액을 기본 100억원에 더해 향후 재계약시 광고료 총액이 정해지는 방식이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증권과 키움 구단의 메인스폰서 계약내용. 연간 포스트시즌 순위에 따른 추가 금액을 기본 100억원에 더해 향후 재계약시 광고료 총액이 정해지는 방식이다(사진=엠스플뉴스)

문제는 이렇게 성적 때문에 영혼까지 팔았는데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할 경우다. 키움 선수단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야구인은 “두 선수의 복귀를 선수들이 원한다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1군 자리 두 개가 사라지는데 그걸 원하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나”라며 “오히려 후반기 똘똘 뭉쳐 잘 나가던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다른 키움 출신 야구인은 “아직 한현희, 안우진의 경찰 조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데 감독이 한 말까지 뒤집어가며 복귀를 추진한 걸 보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비슷한 시기 물의를 빚은 송우현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바로 방출한 팀이, 주축 투수 둘은 복귀시킨다는 건 코미디다. 송우현 방출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구단에 탄원서까지 낸 동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키움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을야구에 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만약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 키움은 거액 인센티브를 날리는 건 물론 거센 후폭풍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선수들도 감당하기 힘든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의 야구인은 “키움이 언제 그런 걸 신경 쓰는 구단이었나. 얼마전 구단 윤리강령을 선포했던 건 벌써 까맣게 잊었을 거다. 이럴 거면 서건창은 왜 다른 팀에 팔아치웠는지 모르겠다”고 코웃음쳤다. 키움이 한현희, 안우진 복귀를 발표한 이날 KBO는 ‘팬들의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라고 호소하는 캠페인 영상을 발표했다.

한편 키움 관리팀 박종덕 이사는 메인스폰서 계약 관련 엠스플뉴스의 질의에 “성적에 따라 받는 조항이 있기는 한데 대외비 사항이라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 홍보팀에게 문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관리팀 이사에게 문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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