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4번타자 노시환과 새 4번타자 김태연이 결합한 한화 타선의 폭발력이 심상치 않다. 노시환 복귀 이후 5경기에서 평균 9.2득점, 17일 키움 전에선 16안타 15득점으로 키움 마운드를 초토화한 한화 타선이다.

쳤다 하면 1경기 2홈런, 멀티 홈런 전문 타자 노시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쳤다 하면 1경기 2홈런, 멀티 홈런 전문 타자 노시환(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전반기 4번타자와 후반기 4번타자가 동시에 나오니 한화 이글스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1번타자부터 6번타자까지 누구 하나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라인업으로 연일 대량득점 경기를 펼치는 중이다. ‘구 4번’ 노시환과 ‘신 4번’ 김태연이 나란히 맹타를 휘두른 한화가 키움을 대파하고 전날 경기 무승부 충격에서 빠져나왔다.

한화는 9월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상대 14차전에서 장단 16안타로 15점을 퍼부은 타선의 맹공에 힘입어 15대 5 대승을 거뒀다. 한화 타선은 1회초부터 8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키움 토종 에이스 최원태를 1-2-3-4번 타자가 연속안타로 두들겨 2점을 얻은 뒤 무사 만루 찬스에서 노시환이 3타점 3루타를 날려 5대 0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3점을 더해 23분에 걸친 1회초 공격이 끝났을 때 점수는 8대 0까지 벌어졌다.

전날 경기 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악몽이 생생한 한화는 이후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회초엔 노시환의 투런포로 더 멀리 달아났다. 노시환은 최원태의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좌측 담장 너머 120m까지 날려보냈다. 노시환의 시즌 15호 홈런으로 점수는 10대 0이 됐다.

한화도 위기는 있었다. 선발 김기중이 10점 리드를 못 지키고 2회말 2점, 3회말 2점을 내준 뒤 무사 만루에서 조기강판, 전날 경기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여기서 구원등판한 주현상이 추가 실점 없이 잘 막아내며 10대 4로 큰 점수 차를 유지했다.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주현상의 호투에 힘입어 분위기를 다시 찾아온 한화는 5회초 공격에서 상대 실책, 폭투 등을 묶어 3점을 달아난 뒤 6회 터진 노시환의 이날 경기 두 번째 홈런으로 14대 4, 다시 10점 차 리드를 잡았다. 점수 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지자 키움은 김혜성, 이용규 등 주전들을 교체하며 백기를 던졌다. 경기는 15대 5 한화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날 한화 타선은 9번 장운호를 제외한 선발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하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노시환은 3안타 2홈런 6타점 4득점으로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최재훈도 3안타로 거들었다. 하주석-김태연-최인호는 멀티히트 활약, 구원투수 중에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주현상이 데뷔 첫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노시환의 맹타가 한화 타선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늑골 부상으로 후반기 시작과 함께 이탈했던 노시환은 한 달간 재활기간을 거쳐 9월 12일 1군에 돌아왔다. 노시환이 없는 사이 김태연이 새 4번타자로 자릴 잡았고,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가 5번타자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노시환이 가세하면서 타선의 중심이 탄탄해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돌아온 노시환을 6번 타순에 배치하고 김태연 4번-페레즈 5번 타순은 그대로 유지했다. 노시환을 3루수로 쓰면서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김태연은 1루수, 외야수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기용법. 여기에 포수만 빼고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페레즈도 있어 라인업의 가동성이 넓어졌다.

이날도 한화는 가벼운 부상이 있는 하주석을 지명타자로 넣고 페레즈를 유격수로 배치한 스타팅 오더를 사용했다. 하주석과 페레즈는 나란히 멀티히트 경기로 활약했다. 김태연이 2안타 2타점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자가 쌓인 상황에선 6번 노시환이 해결사 역할을 해주면서 타선의 폭발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화는 노시환 복귀 이후 5경기에서 뽑아낸 점수는 총 46점, 경기당 평균 9.2점을 얻어내며 시즌 중반까지 답답했던 공격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한화 타선을 쉽게 생각하고 상대하다간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

경기후 수베로 감독은 “오늘 경기는 활발한 공격력이 빛났다. 어제 어려운 경기로 인해 자칫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는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1회부터 8타자 연속출루로 빅이닝을 만들며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타자들을 칭찬했다.

이어 “노시환과 최재훈이 공격을 이끌며 큰 활약을 보였지만 오늘은 데뷔 첫 승을 거둔 주현상이 큰 역할을 해줬다”면서 “점수차가 있었지만 경기 초반인 만큼 분위기를 빼앗기면 안 되는 상황에서 주현상이 만루 위기를 잘 막았고, 다음 이닝까지 효과적인 투구를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경기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팀이 이기는 데 어떻게든 보탬이 된 것을 기분 좋게 생각한다. 홈으로 가서도 이 페이스를 유지해서 팀이 연승을 달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마지막 타석에 좀 더 집중해서 개인 최고기록을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살짝 아쉽다”고 말했다.

부상 복귀 이후 4번이 아닌 6번으로 나오고 있는 노시환은 “타순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어느 타순에 가든지 내가 해야 할 일, 타석에서 해야 할 자세만 지킨다면 어느 타순에 가도 상관없다. 경기에서 잘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타선일 때는 주자가 쌓이면 불러들이려는 책임감을 갖고, 상위타선일 때는 출루하려고 하고. 이렇게 타석에서 내가 해야 할 일만 한다는 마음”이라 강조한 노시환이다.

시즌 15, 16호 홈런을 날리며 이제 데뷔 첫 20홈런까지 4개만 남겨둔 노시환은 “애초 홈런 목표를 25개로 잡았었는데, 부상으로 중간에 빠지면서 첫 번째 목표는 힘들 것 같다”면서 “20개를 올 시즌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조금 의식이 되긴 하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끝까지 의식하지 않고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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