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명 후보로 평가받던 거포 유망주, 10R 한화 이글스 지명

-LA 다저스 강타자 코디 밸린저와 닮은 꼴

-“순번 중요치 않아. 1R보다 더빨리 1군 데뷔하는 게 내 목표"

-10R의 포부, "로마이어 넘어 이글스 최초 50홈런 타자될 것”

한화 이글스 2차 10라운드에 지명된 세광고 내야수 노서진(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2차 10라운드에 지명된 세광고 내야수 노서진(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지명하겠습니다. 세광고 내야수 노석진”

2차 지명 마지막 10라운드. 포기란 단어를 떠올린 순간. 희망이란 빛줄기가 귓가를 스쳤다. 노. 석. 진. 이 세 글자에 탱탱하게 애태우던 긴장의 끈도 자취를 감췄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단 그다.

노석진은 초, 중 시절부터 전국구 스타로 주목받았다. LA 다저스 강타자 코디 밸린저를 연상케 하는 타격폼과 장타력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대구고 입학 당시만 해도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 후보로 평가됐다. 실력, 인성 모든 면에서 최고란 찬사는 허언이 아니었다.

위기는 고등학교 진학 후 찾아왔다. 2년간 부진을 거듭했던 그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세광고 전학을 택했다. 전학 후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88 3홈런 31타점. OPS는 무려 1.077를 넘었다. 세광고 마운드를 에이스 박준영이 책임졌다면 공격은 노석진의 공이 컸다. 세광고 김용선 감독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학생선수들 가운데 힘은 단연 으뜸이다. 어깨도 강견에 송구 능력까지 좋다”고 껄껄 웃었다. 한화 스카우트 역시 “고교 최상급 파워를 지닌 거포 유망주다. 예상만큼 성장한다면 한화 4번 타자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석진 “너무 긴장해 앞 라운드는 기억도 안나요.”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는 “노석진은 탈고교급 파워를 지닌 거포 유망주다. 사실 우리도 석진이가 10라운드까지 내려올 줄 몰랐다. 한때 1차 지명 후보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잘 성장한다면 한화 중심 타선의 한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사진=이글스 TV 캡쳐)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는 “노석진은 탈고교급 파워를 지닌 거포 유망주다. 사실 우리도 석진이가 10라운드까지 내려올 줄 몰랐다. 한때 1차 지명 후보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잘 성장한다면 한화 중심 타선의 한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사진=이글스 TV 캡쳐)

프로 진출에 성공했어요. 축하합니다.

계속 이름이 불리지 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인제 그만 봐야겠다’. 중계를 끄려는데 갑자기 제 이름이 들리는 거예요. 순간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어요. 제 귀가 어두운 건 아니더라고요(웃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초조했을 듯합니다.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불안했죠.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지명이 안 되면 대학을 가야 하나.’ ‘대학을 가면 어떤 대학이 좋을까.’ ‘야구를 그만둔다면 뭘 해야 하나’. 걱정이 너무 많아 앞 라운드는 기억도 안 납니다. (이)명종이 형이랑 (박)준영이한테 축하도 제대로 못 해줬어요. 미안(웃음).

주변 반응도 뜨거웠을 것 같아요.

저보다 친구들이 더 걱정해줬습니다. 심장이 쫄깃했다더라고요. 주변에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해주시고 축하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초 ‘중위 라운드에 지명될 것’이란 평가가 많았습니다. 10라운드 지명이라 실망감도 클법한데.

어차피 프로 선수가 된단 점은 1번이나 10번이나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마라톤을 하는데 10미터, 100미터 더 나가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지명되는 순간부터 ‘장기 레이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제 페이스를 놓지 않고 부지런히 가다 보면 앞 순번 친구들보다 더 빨리 1군에 올라갈 수 있어요. 그게 프로잖아요.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다시 일어선 ‘전국구 스타’, 모두를 놀라게 하다.

2021시즌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한 노석진. 특유의 장타력을 뽑내며 연일 장타쇼를 선보였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2021시즌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한 노석진. 특유의 장타력을 뽑내며 연일 장타쇼를 선보였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세광고 유니폼을 입은 지 벌써 1년입니다. 전학을 선택한 건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벌써 1년이나 됐나요?(웃음). 처음엔 전학 여부를 놓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다른 지역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낯선 친구들과 편히 이야기는 할 수 있을까’. 혼자 걱정이 많았거든요. 뭔가 해내야 한단 부담감도 컸고요. 근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반전이요?

전학 첫날부터 마치 고향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더라고요(웃음). 코치님, 친구들 모두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다가와 주셨어요. 오히려 적응이란 말이 어색할 정도였죠.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하고요.

특별 대우라도 받았습니까(웃음).

그런 것보다는 항상 챙겨 주시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걱정해주셨습니다.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거죠. 감독님의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면 프로 지명은 아마 언감생심 아니었을까요.

고달픈 타지 생활이 힘들진 않았습니까.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을 듯해요.

힘들진 않았는데 조금 어색한 게 많았어요. 특히 말투라든가(웃음). 대구 사투리에 익숙했는데 세광고 친구들은 부드러운 표준말을 쓰더라고요. 무엇보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못난 아들 뒷바라지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셨거든요. 그때마다 ‘악착같이 해서 나중에 부모님 호강시켜드려야지’. 이 다짐 하나로 버텼습니다.

초, 중학교 시절 모두 소년체전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국구 스타로 유명했어요.

당시엔 질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지고 있던 4경기 중 3경기를 끝내기로 이겼거든요. 그만큼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우승은 당연히 저희 몫이었죠. 어린 시절 경험했던 그 짜릿함 덕분에 지금까지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1, 2학년 땐 다소 부진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을 듯해요.

모든 문제는 저한테 있었죠. 예전엔 배트를 휘두르기만 해도 장타가 나왔는데 고등학교 올라와선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입학 당시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는데 어느 순간부턴 야구가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핑계를 댈 수 없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전학이었습니까.

2학년이 돼서도 여전히 저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꼈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 같아 변화를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날 집에 가서 부모님께 바로 말씀드렸어요. 부모님도 제 결정을 존중해주셨고, 이곳, 저곳 알아보다 세광고로 오게 됐습니다.

노석진하면 엄청난 타격 재능이 먼저 떠오릅니다. 고등학생에게선 쉽게 볼 수 없는 파워도 눈에 띄고요.

예전엔 무조건 강하게 쳐서 멀리 보내잔 생각만 했어요. 그게 문제였죠. 부진의 원인을 알고 나니 최대한 힘을 빼고 정확하게 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격 접근법에 변화를 주니 장타가 살아나는 거예요. 타석에서 조금 더 유연해졌다고 해야 하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너무 돌아온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기 독수리’ 노석진, “한화 이글스 레전드가 내 목표”

노석진의 꿈은 '한화 이글스 레전드'가 되는 것이다. 그는 “로마이어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뛰어넘어 구단 최초 50홈런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노석진의 꿈은 '한화 이글스 레전드'가 되는 것이다. 그는 “로마이어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뛰어넘어 구단 최초 50홈런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노시환 선배요. 전 손목으로 툭, 툭 치는 타구가 많은데 노 선배는 시원한 스윙과 몸통 회전으로 강한 타구를 만드시거든요. 막힌 가슴이 뻥 뚫린다고 해야 하나(웃음). 기회가 된다면 노 선배에게 비결을 묻고 싶습니다.

장타력만큼은 크게 밀리지 않을 듯합니다.

저도 타격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특히 멀리 칠 수 있단 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엔 변화구나 빠른 볼 대처에 신경 쓰고 있어요. 프로 무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죠.

KBO리그에서 꼭 한 번 상대하고픈 투수가 있습니까.

대구고에서 함께했던 삼성 라이온즈 이승민 선배와 붙어보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대구고 시절엔 같은 팀이라 상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맞붙게 된다면 큰 거 한 방 날려주고 싶습니다(웃음). 승민이 형, 기대하십시오.

‘10라운드의 기적’을 외치는 대전 팬들이 많습니다. 준비는 돼 있습니까.

‘제2의 김태균은 노석진’이란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한화 레전드 김태균 선배를 뛰어넘어 팀의 영구 결번이 되고 싶어요. 상위 라운드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도 깨버릴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화 팬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해요.

열심히 하는 건 프로로서 당연한 거고. 실력으로 보여주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또 한화 팬들에게 오래오래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매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마디만 더해도 될까요.

하세요(웃음).

아직 이글스엔 50홈런 타자가 없었잖아요. 한 시즌 최고 기록이 로마이어의 45홈런으로 압니다. 그 기록을 넘어 50홈런을 쏘아 올린 타자로 이글스 역사에 기록되고 싶습니다. 아기 독수리. 노석진. 꼭 기억해주세요.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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