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자리의 새로운 후보, 김주형이 데뷔 첫 3안타와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생애 첫 수훈선수 인터뷰에 활짝 미소짓는 김주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생애 첫 수훈선수 인터뷰에 활짝 미소짓는 김주형(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키움 히어로즈의 유격수 자리는 아틀라스가 짊어진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자리다. 강정호라는 초대형 유격수를 시작으로 올해는 김하성이 빅리그에 진출해 ‘키움 유격수=메이저리거’ 법칙을 이어갔다. 한 시즌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황재균(현 KT)도 과거 히어로즈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선수.

쟁쟁한 선수들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김혜성은 타격에선 3할대 타율에 30개 이상 도루로 제 몫을 해줬지만, 수비에선 실책 30개를 저지르며 무너졌다.

결국 키움은 9월 들어 김혜성의 포지션을 2루로 옮기고, 신준우-김휘집-김주형 등 신예 선수들을 번갈아 유격수 자리에 기용하고 있다. 공격력에 대한 기대보다는, 수비에서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주길 바라며 기용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9월 24일 고척 NC 다이노스 전에서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김주형은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까지 펄펄 날아다니며 이날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날 김주형은 데뷔 첫 한 경기 3안타에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까지 날리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생신을 맞은 어머니께 무엇보다 값진 선물을 선사한 김주형이다.

김주형의 방망이는 5회말 두번째 타석부터 폭발했다. 0대 1로 뒤진 5회말, 키움은 NC 키스톤 콤비의 연속 실책으로 1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김주형은 드류 루친스키의 2구째 149km/h 빠른볼을 받아쳐 우전안타를 때렸고 찬스를 1사 만루로 더 크게 키었다. 키움은 김혜성의 적시타로 동점, 송성문의 내야땅볼로 2대 1 역전에 성공했다.

7회말 3루쪽 내야안타로 멀티히트를 달성한 김주형은 2대 2로 균형을 이룬 9회말, 1사 만루에서 마지막 타석에 나섰다. 투수는 NC 마무리 이용찬, 앞 타자 예진원이 무사만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나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주형은 침착하게 이용찬을 공략했다. 1-1에서 3구째 빠른 속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견수 방향으로 날렸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3대 2로 승리한 키움은 6연패 뒤 2연승을 달렸고, NC 상대 고척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후 홍원기 감독도 김주형의 활약을 칭찬했다. 홍 감독은 “김주형이 공수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정적인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오늘 경험이 김주형이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홍 감독은 “김태훈이 9회 초 수비에서 깔끔하게 막아줘서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중간 투수들도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최원태가 7이닝 1실점을 하며 선발투수로의 역할을 잘해줬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김주형은 “9회말 시작할 때 타순이 5번부터라 ‘설마 나까지 올까’ 했는데 찬스가 왔다. 앞 타자가 죽고 난 뒤라 무조건 쳐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면서 “끝내기도 처음이고, 수훈선수 인터뷰도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주형은 손가락 부상으로 올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다. 2군 연습경기 중에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3개월 가량 재활을 거쳐 어렵게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키움 내야진의 혼돈 속에 1군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는 “아직 주전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백업 선수라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실수 안 하고 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뿐”이라 말했다.

키움의 유격수 자리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는 “경기에 나가면 그날그날 수비는 수비, 타격이면 타격만 생각한다”면서 어쩌다 실수를 범해도 “하루하루 리셋시켜가며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수비는 정확하게 하려고 한다. 남들이 볼 때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계속 몸에 맞는 볼도 나오고 하다 보니, 최근 타격감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연습 때와 실전 때는 따로따로 하는 느낌이다. 연습에선 뭔가 만들어서 해보려고 하는데, 경기 때는 그런 것 없이 투수와 싸우는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벌써 10번이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김주형은 “내 타격폼 때문인 것도 있고, 내가 공을 잘 피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대학 때도 몸에 맞는 볼이 많았다”면서 “최정 선배님도 못 피해서 자주 맞으시는 것으로 아는데, 나도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경기에 나가면 타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려고 한다. 주자가 있으면 한 베이스를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 아직 안타로 주자를 불러들일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팀에 최대한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김주형은 “사실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라고 털어놨다. 이날은 키움의 선수단 월급날이기도 해서, 경기 전 용돈도 보내드렸다고. 하지만 어머니에겐 용돈보다 큰아들이 경기에서 펼친 대활약이 더 크고 값진 선물이 됐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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