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술판 사태 직격탄 맞은 NC와 키움, 후반기 의외의 5강 싸움 ‘선전’

-서서히 드러나는 한계…NC는 시즌 첫 6연패 수렁, 키움도 간신히 6연패 탈출

-NC 젊은 타자들, 체력과 경험 벽에 부딪혀…예상했던 상황, 마운드에서 돌파구 찾는다

-키움 선발 연쇄 이탈에 조상우 부상까지 악재 연속, 욕먹으며 안우진 쓴 보람 있을까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과 NC 다이노스 박석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과 NC 다이노스 박석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코로나19 호텔 술판 사태 당시 선수들이 시켜먹은 치맥 세트는 4만 원 짜리였다. 하지만 그때 값을 치르지 않은 계산서가 따로 남아 있었다. 술판 사태의 중심에 섰던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뒤늦게 도착한 계산서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NC와 키움은 올림픽 브레이크를 전후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두 팀이다. 올림픽 브레이크 직전 터진 호텔 술판 사태로 NC는 주전 야수 4명을, 키움은 국내 선발 2명을 잃었다. NC 4인방은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키움 2인조는 36경기 징계를 각각 받았다.

키움은 또 다른 음주 사건으로 주전 외야수 송우현까지 홈페이지에서 지웠다. 여기에 올림픽 기간 과부하 여파로 후반기를 이정후와 조상우 없이 시작해야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라던 NC도, 못해도 4강은 기본이라던 키움도 올림픽 브레이크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된 채 후반기를 맞이했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두 팀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나란히 하위권으로 추락할 거란 예상을 뒤엎고 끈덕지게 5강 싸움을 펼쳤다. 9월 22일까지 두 팀은 나란히 승률 5할을 기록하며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꼴찌 한화 이글스의 고춧가루 투척과 경쟁자 SSG, 롯데의 지지부진한 경기력도 두 팀이 5위 자리를 지키는 데 힘이 됐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조금씩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NC는 24일 고척 키움전 패배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마운드도 문제지만 6연패 기간 8득점에 그친 타선의 침체가 심각하다. 키움 역시 NC 상대로 2승을 거두기 전까지 9경기 3무 6패로 연패에 허덕였다. 9경기 동안 81점을 내준 마운드 붕괴가 연패의 원인. 올림픽 브레이크 전후로 벌어진 온갖 사건·사고의 계산서가 마침내 두 팀 앞에 도착한 것이다.

벽에 부딪힌 NC 젊은 타자들, 이동욱 감독 “계속 느끼고, 경험하고, 실패도 하며 나아가길”

9월 들어 타격 침체에 빠진 최정원(사진=NC)
9월 들어 타격 침체에 빠진 최정원(사진=NC)

NC는 후반기 개막과 함께 술판 4인방의 빈자리를 젊은 새 얼굴로 채웠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김기환, 최정원, 김주원, 박준영 등 어리고 빠르고 재능있는 타자들이 1군에 올라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주전들을 총동원한 전반기보다도 오히려 활기차고 재미있는 야구를 한다는 호평도 받았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작년만큼의 위력은 아니라도, 남아있는 우승 멤버들을 중심으로 승리와 육성을 함께 추구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장+본부장+단장이 동시에 날아가며 뒤숭숭했던 프런트 오피스도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단장대행을 중심으로 신인드래프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술판 4인에 대한 자체 징계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1군 무대가 처음인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 쪽에서도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난 상태.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지쳤을 때 대처하는 능력이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9월 초까지 맹타를 휘둘렀던 김기환은 연패 기간 타율 0.167로, 최정원은 타율 0.091로 나란히 부진했다. 최정원은 24일 경기에서 대주자로 나와 무리하게 3루까지 뛰다 횡사해 흐름을 끊었다. 수비만큼은 1군 주전 선수보다 낫다던 김주원도 같은 날 경기에서 치명적인 포구 에러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동욱 감독은 이들 젊은 타자들이 “아직 완성형 선수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그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어느 정도 수준까지다. 각자 지닌 장점들, 에너지와 빠른 발과 주루로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정도를 바라야 한다. 그 이상으로 계속 잘 치고, 에버리지를 가져가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아직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본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라 말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6연패 책임을 돌릴 일도 아니다. 연패 기간 NC 주축 타자들도 제구실을 못한 건 마찬가지다. 24일에도 양의지, 애런 알테어 앞에 무수히 많은 득점권 찬스가 주어졌지만 매번 삼진과 범타에 그쳤다. 이 감독은 “중심타선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서 힘을 내줘야 하는데, 항상 경기가 안 풀릴 때 보면 클러치 찬스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서 꼬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타격엔 기복이 있다. 이 감독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타격 사이클이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있는데 지금은 다 같이 내려가는 시기”라고 했다. 결국 연패 기간을 최소화하고 연승 모드를 달리려면 마운드가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이 감독이 24일 베테랑 김진성, 임창민을 1군에 콜업한 것도 최근 과부하가 걸린 불펜 강화를 위해서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진 경기, 선발과 승리조 사이에 다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두 전직 마무리투수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긴 이닝을 책임지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면, 추후 타격 사이클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감독은 “김기환, 최정원 등 어린 선수들이 다소 힘에 부친 것 같아 쉬어갈 시간을 줬다. 다시 반등할 기회를 주기 위해 다른 선수들과 돌아가며 기용하고 있다”고 했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고, 우리 팀은 물론 다른 팀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어린 선수들에겐 도움이 될 거다. 계속 느끼고 경험하고, 결과를 내기도 하고 실패도 하며 어린 선수들이 나가는 길을 봐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도 계속 기용하면서, 그 선수들에게 어떤 좋은 게 또 있는지 지켜보려고 한다.” 이 감독의 말이다.

선발 붕괴에 조상우 이탈까지…악재 겹친 키움, 욕먹어가며 안우진 쓴 결단 허사 되나

키움은 조상우의 팔꿈치 부상 공백으로 새로운 악재와 마주하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은 조상우의 팔꿈치 부상 공백으로 새로운 악재와 마주하게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 역시 술판 사태로 빠져나간 마운드 공백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악몽의 9경기 기간 키움은 마운드 붕괴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투수임에도 WAR 지표가 마이너스인 최원태가 3.2이닝 10실점으로 무너진 것을 비롯해, 정찬헌(2경기 ERA 11.25) 김동혁(2경기 9.35), 에릭 요키시(2경기 8.31)까지 누구 하나 제 역할을 해준 선발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서건창을 보내고 데려온 정찬헌이 발가락 부상으로 22일부터 빠지면서 안 그래도 컸던 선발 구멍이 더 커졌다. 이미 제이크 브리검과도 작별한 가운데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키움은 결국 홍원기 감독의 말을 뒤집고 안우진 복귀를 결정했다. 안우진은 징계가 끝난 바로 다음날 1군 마운드에 올라와 ‘야구로 보답했다’.

KBO 징계가 끝난 한현희도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팀에서 훈련할 장소만 제공한 상황이다. 아직 이 선수의 복귀 시점과 관련해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한현희는 23일부터 15경기 구단 자체징계를 소화한 뒤 올라올 예정이다.

일단 2연승으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상대가 연패 중인 NC였기에 안심하기엔 이르다. 24일 경기는 키움이 잘해서 이겼다기보단 NC의 실책과 자멸 덕분에 이긴 경기였다. 불펜 에이스 조상우의 부상도 키움으로선 큰 악재다. 올림픽 기간 6경기 146구 혹사를 겪은 조상우는 후반기 키움 코칭스태프의 집중 관리에도 결국 오른 팔꿈치에 탈이 났다. 올림픽 기간 경험한 혹사와 상관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

조상우가 24일부터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서, 키움은 2주 동안 조상우의 공백을 채울 불펜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조상우 공백을 채우지 못해 5강 레이스에서 탈락하면, 안우진을 기용하느라 먹은 온갖 비난과 욕설이 과연 무엇 때문이었나 허무해질 수도 있다.

또다른 음주 사태의 주인공 송우현이 빠진 외야 자리도 문제다. 주전 선수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송우현은 키움 외야에서 공수를 겸비한 몇 안 되는 선수였다. 예진원, 변상권 등으로 빈 자리를 채워보려 하지만 공격력 면에서 송우현을 대체하진 못하고 있다.

박동원이 지명타자로 나오는 날엔 윌 크레익에게 우익수를 맡기는데, 크레익의 수비력은 ‘제발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가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는 수준이다. 홍 감독은 “아무래도 우익수보다는 1루 수비가 더 편안한 그림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공격력을 보고 데려왔기 때문에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평범한 타구는 처리할 수 있고, 추가 진루를 억제할 강견은 갖고 있는 선수”라며 장점에 초점을 맞췄다.

크레익은 24일 경기에선 우전안타를 3루타로 만들어주는 수비를 펼쳐 하이라이트 영상 제조기의 명성을 입증했다. 크레익의 외야 수비에 비견할 만한 선수는 추억의 삼성 용병 찰스 스미스 정도. 박동원-박병호-크레익을 동시에 라인업에 넣어야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키움으로선 큰 딜레마다.

분명한 건 NC도 키움도 결코 가을야구를 포기할 뜻이 없다는 점이다. NC는 5강 진출로 지난해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만약 NC가 대형 악재에도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탈 4인방은 물론 팀 내부적으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야구전문기업 히어로즈는 키움증권과 계약에 따라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거액의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 3위부터 우승까지 가을야구 결과에 따라 추가 수입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100억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계약이다. 스폰서 계약 외에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히어로즈로선 가을야구 진출이 곧 생명줄이다. NC와 키움 중에 뒤늦게 찾아온 계산서를 무사히 완납하고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승자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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