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 뇌동맥류 수술 여파로 결국 은퇴 결정

-민병헌 향한 옛 동료의 안타까움 “야구에 나태해질 선수 아니야, 안 좋은 소리에 내가 억울할 정도였다.”

-한때 ‘87베어스’ 양의지·최주환의 위로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 함께한 추억 잊지 않겠다.”

-유희관 “투수에게 언제나 든든했던 외야수,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하고, 더 멋있게 은퇴할 선수인데…”

공교롭게도 8월 29일 친정팀인 두산과 홈경기가 민병헌의 1군 커리어 마지막 경기로 남았다(사진=엠스플뉴스)
공교롭게도 8월 29일 친정팀인 두산과 홈경기가 민병헌의 1군 커리어 마지막 경기로 남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오랜 기간 뇌동맥류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이 결국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1987년생으로 다소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한 민병헌을 향해 옛 동료들은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민병헌이었기에 방망이를 내려놓는 선택 자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이해한단 시선이었다.

롯데는 9월 26일 “민병헌 선수가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최근 현역 생활 지속 및 은퇴 여부를 두고 숙고했던 민병헌은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8시즌 4년 총액 80억 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롯데에 합류한 민병헌은 2021시즌까지 총 4시즌 동안 342경기 출전/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다. 민병헌의 프로 통산 1군 기록은 1,438경기 출전/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이다.

- '야구 열정남' 민병헌 발목 잡은 뇌동맥류 수술, 끝내 은퇴 택했다 -

그라운드 위에 선 '선수 민병헌'을 더는 볼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그라운드 위에 선 '선수 민병헌'을 더는 볼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뇌동맥류가 한때 유망한 스타 외야수였던 민병헌의 발목을 잡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약해진 혈관 벽이 늘어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파열될 경우 뇌출혈로 이어진다. 뇌동맥류 파열 시 60% 정도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가족력으로 해마다 해온 검진에서 2019년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민병헌은 2020시즌 치료제를 복용하며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민병헌은 치료제 부작용인 피로와 무기력증으로 기량 발휘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0시즌 민병헌은 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진 2군행을 요청했지만, 당시 1군 감독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데뷔 뒤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민병헌은 병원 측의 소견에 따라 2021년 1월 뇌동맥류 치료 수술을 받았다. 이후 불굴의 의지로 4개월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온 민병헌은 14경기에 뛰었지만, 전성기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진 못했다. 8월 3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민병헌은 2군에서도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8월 29일 친정팀인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가 민병헌의 1군 마지막 출전 경기로 남게 됐다.

민병헌은 은퇴 발표 뒤 구단을 통해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매우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민병헌은 은퇴 후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민병헌은 현역 시절 뛰어난 ‘워크에식’으로 유명했다. 쉬는 날에도 방망이를 놓지 않는 민병헌의 야구 열정은 그간 같이 뛰었던 많은 동료에게 귀감이 됐다. 가장 부진했던 2020시즌 뇌동맥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아 팬들로부터 받은 오해에 대해서도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가장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민)병헌이 형이 몸도 안 좋은데 주장까지 맡아 정말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통화할 때는 내가 동생이니까 괜찮다면서 힘든 티를 잘 안 내더라. 그래도 그 말속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말 야구에 있어 나태해질 사람이 아닌데 지난해 부진한 성적에 안 좋은 소리도 들려 내가 더 억울했을 정도였다.” 옛 동료 두산 내야수 허경민의 말이다.

- 민병헌 향한 옛 동료들의 진심 어린 위로 메시지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길" -

현재 뿔뿔이 흩어진 87베어스 입단 동기. 좌측부터 최주환-양의지-김현수-민병헌(사진=두산)
현재 뿔뿔이 흩어진 87베어스 입단 동기. 좌측부터 최주환-양의지-김현수-민병헌(사진=두산)

한때 두산에서 ‘87베어스’로 팀 전성기를 이끌었던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와 SSG 랜더스 내야수 최주환도 입단 동기의 이른 은퇴에 안타까움 감정을 내비쳤다.

병헌이는 어렸을 때부터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선수 전에 가장 친한 친구다. 어떤 상황이든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은퇴 소식은 미리 들었지만, 막상 기사로 나오니까 같이 했던 옛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은퇴 결정 뒤 통화하면서도 조금 울컥했다. 그동안 너무 고생했고, 같이 한 추억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 건강부터 챙기고 나중에 또 그라운드에서 지도자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양의지의 말이다.

병헌이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정말 가득했던 친구였다. 2015년 우승 뒤 병헌이를 포함해 입단 동기 4명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올해 초 수술 얘길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렇게 선수 생활을 빨리 끝내고 떠날 친구가 아닌데 은퇴 소식을 들으니 더 안타깝다. 일단 정말 고생이 많았단 얘길 전해주고 싶다. 먼저 건강을 챙기고, 향후 다가올 제2의 인생도 병헌이라면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최주환의 말이다.

두산 투수 유희관도 오래 전 민병헌과 함께 뛴 기억을 되살렸다. 투수로서 외야수 민병헌은 항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선수였다.

병헌이는 우승할 때도 정말 큰 공헌을 한 선수였다. 내가 마운드 위에 있을 때 병헌이가 외야에 있으면 안심하고 공을 던졌다. 타석에서나 수비에서나 항상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였다. 그래서 실력이 아니라 다른 문제로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게 정말 안타깝다.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할 선수고, 더 멋있게 은퇴해야 할 수 있는 선수인데. 그동안 정말 수고했고, 잘 치료받은 뒤 다시 그라운드 위에서 동료 및 팬들과 다시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유희관의 말이다.

민병헌은 은퇴 발표 뒤 모든 개인 인터뷰를 고사했다. 은퇴식 혹은 은퇴 경기 계획도 아직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정말 사랑했던 야구를 그만둬야 한단 고통과 함께 롯데 팬들이 원하던 활약을 끝내 보여주지 못한 죄송함의 감정이 섞인 채 민병헌은 그렇게 방망이를 내려놨다. 앞선 옛 동료들의 위로처럼 언젠가 다시 그라운드 위에서 다시 팬들과 마주할 민병헌을 기대해본다. 민병헌의 쾌유와 함께 다가올 제2의 야구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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