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첫 시즌 마친 김하성, 8일 새벽 귀국

-김하성 떠난 뒤 유격수 대안 찾기 실패한 키움

-후계자 지목했던 김혜성, 유격수 자리에서 25실책 범한 뒤 2루수로 복귀

-김주형, 신준우, 김휘집 등 공수에서 활약 미미…키움의 자신감이 지나쳤나

8일 새벽 돌아온 김하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8일 새벽 돌아온 김하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거 김하성이 귀국한 8일은 키움 히어로즈의 수원 원정 기간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경기에만 집중하느라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김하성의 입국 시간이 새벽 5시다 보니 전날 야간경기를 치르고 잠든 키움 선수단과 시간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줬으면 좋겠다”면서 조만간 있을 김하성과 선수단의 재회를 기대했다.

현역 메이저리거의 좋은 기운이 절실한 키움의 상황이다. 10월 9일 현재 키움은 61승 61패 승률 5할 5위로 가을야구 경쟁에서 ‘클리프 행어’ 상태다. 6위 SSG와 7위 NC는 물론 8위 롯데에도 2경기 차로 쫓기는 가운데, 남은 경기 수가 많지 않아 불리한 처지다.

시즌 전만 해도 자신만만했지만,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미국으로 떠난 김하성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진다. 과거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고, 박병호의 공백도 거뜬히 메웠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김하성 대안을 찾는 건 생각처럼 되지 않고 있다.

유격수로 25실책, 2루수로는 6실책…김혜성에겐 2루수가 맞는 옷?

올 시즌 실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올 시즌 실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의 계산이 빗나간 가장 큰 원인은 김혜성의 유격수 정착 실패다. 김혜성은 유격수 경험자다. 데뷔 첫 4시즌 동안 유격수로 161경기에 출전했고 966.1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2020시즌에도 유격수로 34경기에 선발 출전해 313이닝 동안 3실책만 기록하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멍석을 깔고 주전 유격수를 맡은 올 시즌엔 이상할 정도로 수비에서 수난의 연속이다. 첫 10경기에서 실책 4개를 저지를 때만 해도 적응기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4월 18일 수원 KT전에서 한 경기 3실책을 범하며 실책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잘 버티는듯했지만, 6월부터 다시 무더기 실책이 쏟아져 나왔고 수비 때문에 지는 경기도 잦아졌다. 결국 9월부터는 유격수 과제는 뒤로 미루고, 원래 포지션인 2루수로만 나오는 중이다.

김혜성의 실책수를 보면 2루수와 유격수에서 큰 차이가 드러난다. 유격수 자리에선 무려 25개의 실책이 나왔다. 경기당 실책이 0.243개에 달한다. 2루수로는 실책 6개로 경기당 0.193개를 기록했다. 홈경기에서 실책 11개, 원정에서 19개로 원정 실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특징이다.

수비코치 출신인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의 수비는 기술적인 면, 송구 부분에서 장점과 약점이 확연하다”고 지적했다. 홍 감독은 “사실 김혜성은 누구보다 어깨가 강한 선수다. 다만 3유간 깊은 위치에서 송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약한 송구의 강약 조절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잦은 실책이 거듭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면서 더 많은 실책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홍 감독은 “2루수로서 더블플레이시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나, 피벗 동작에서 1루 송구 등은 국내 탑클래스”라며 “더블플레이 성공 여부에 따라 수비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데, 후반기에 힘든 더블플레이를 성공시킨 장면이 여럿 나왔다. 이런 장면이 김혜성의 가장 큰 장점”이라 설명했다. 유격수보다는 2루수가 좀 더 잘 맞는 옷이라는 평가다.

이어 홍 감독은 “실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김혜성이 초반에 실책하고 실점으로 연결되는 게 걱정”이라며 “수비는 수비고 공격은 공격이다. 김혜성이 팀에서 해줘야 할 부분이 많다. 수비의 중요성도 강조하겠지만, 공격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움의 ‘나는 유격수다’ 오디션, 공격도 수비도 아직 합격자 없다

키움의 유격수 대안으로 테스트 중인 김주형(사진=엠스플뉴스)
키움의 유격수 대안으로 테스트 중인 김주형(사진=엠스플뉴스)

김혜성을 2루로 돌린 키움은 ‘나는 유격수다’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김주형(25경기), 신준우(21경기), 김휘집(9경기), 전병우(3경기)까지 온갖 선수가 유격수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고 문찬종, 김병휘도 유격수로 교체 출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누구도 김하성을 대신할 만한 공격력은 물론 수비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김주형은 25경기에서 실책 4개, 신준우는 21경기에서 3실책을 기록했다. 김휘집이 9경기 2실책, 전병우가 3경기 1실책으로 김혜성을 제외한 유격수들이 저지른 실책만 10개다. 김혜성과 합하면 유격수 자리에서 나온 실책만 35개나 된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한시즌 유격수 최다실책 팀인 2016년 SK(36개)의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내야의 사령관인 유격수 수비가 흔들리니 팀 전체 수비까지 무너졌다. 키움은 올해 팀 실책 115개로 리그 최다 실책 팀이다. 144경기 129개 페이스로 잘못하면 10구단 체제 최다인 2016년 KT 위즈의 130실책을 넘어설 수도 있다. 수비가 무너지면 마운드도 무너진다. 키움 투수진의 실책-자책점 차이는 89점으로 10개 구단 중에 가장 비자책점이 많은 팀이다.

홍원기 감독도 어린 선수들의 실책 때문에 걱정이 많다. 홍 감독은 “대량실점을 하는 상황에서 실책이 자주 나온다. 어떻게든 선발이 5회까지 버티고 흐름을 잡아야 하는데 나와서는 안 될 장면이 자꾸 나와서 걱정”이라며 “신준우 등 어린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남은 경기 기간 보완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의 공격력을 대체할 선수가 나오리라고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김주형이 타율 0.182를, 김병휘가 0.200을, 신준우가 0.185를, 김휘집이 0.129를 기록 중이다. 이들 4명이 때린 홈런은 도합 1개. 김혜성의 홈런(3홈런)과 합해도 4개에 불과하다. 키움 유격수가 날린 홈런은 2019년 19개, 지난해 29개였다. 김혜성이 3할대 타율과 도루 40개로 고군분투해봤지만 김하성의 득점 창출력을 대신하긴 역부족이다.

약해진 유격수 공격력에 서건창의 이적, 박병호의 하락세까지 맞물리면서 키움 내야진의 공격 생산성은 우리 히어로즈 시절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올해 키움 내야진의 조정 득점생산력(wRC+)은 94.4로 평균(100) 이하다. 키움 내야진의 wRC+가 100 미만에 그친 건 넥센 시절인 2011년(85.6) 이후 처음이다. 주력 선수가 몽땅 빠져나갔던 2016년에도 키움 내야의 wRC+는 104.4로 평균 이상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키움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지나쳤다. 과거의 성공이 반복될 거라는 믿음, 예전에 강정호 공백도 잘 메웠으니 이번에도 김하성 공백을 잘 채울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김하성이 곧바로 강정호급 활약을 할 줄 미리 알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언젠가 좋은 선수가 될 거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2년차에 그 정도로 괴물같은 선수로 성장할 줄은 키움 관계자나 코칭스태프도 미처 예상 못 한 결과였다.

또 김하성은 강정호가 떠나기 전부터 1군에서 출전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은 상태였다. 지금 키움에서 1군 경기에 나오는 유격수들은 그만큼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키움이 김하성의 공백을 메우려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훗날 김하성이 돌아와 직접 빈자리를 채울 때까지 계속 고민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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