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가 키움 히어로즈 상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잡고 막판 역전 우승의 불씨를 살렸다. 1차전 승리 주역은 강민호-피렐라 듀오, 2차전에선 오재일과 구자욱이 강민호-피렐라의 자리를 대신했다.

3안타 쇼를 펼친 오재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3안타 쇼를 펼친 오재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구]

극적인 정규시즌 역전 우승 가능성은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10월 16일 대구 홈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상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잡고 하루에 2승을 챙기며 선두 KT와 승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1차전에서는 강민호-호세 피렐라 듀오가, 2차전에선 오재일-구자욱이 타선을 이끌었다. 1차전에서 3대 4로 뒤진 7회말 한 이닝에 4점을 뽑아내며 7대 5로 역전승을 거둔 삼성은 곧바로 열린 2차전에 강민호와 피렐라를 제외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두 선수의 체력 안배 차원. 대신 구자욱이 3번타자로, 오재일이 지명타자 겸 4번으로 중심타선에 포진했다.

삼성은 1회부터 선취점을 뽑아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사후 나온 김지찬의 안타와 도루로 만든 득점권 찬스에서 오재일이 좌중간 펜스에 맞는 2루타를 날려 1대 0을 만들었다. 3회에도 박해민의 안타와 도루에 이은 김지찬의 적시 2루타, 1사 3루에서 나온 오재일의 1타점 2루타, 2사후 터진 김동엽의 좌측 적시 2루타로 3점을 더해 4대 0으로 앞서 나갔다.

끌려가던 키움은 4회초 박병호의 2점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박병호는 생애 첫 더블헤더 연속경기 홈런과 역대 2번째 8년 연속 20홈런 대기록을 함께 세웠다. 6회엔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1점, 7회엔 주자 1, 3루에서 변상권의 내야땅볼로 4대 4 동점이 됐다.

여기서 구자욱의 결정적인 한 방이 나왔다. 2사후 김지찬이 볼넷으로 출루해 만든 2사 1루. 구자욱은 투수 김성진의 초구 빠른 볼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까지 날아가는 2루타로 연결했다. 김지찬이 홈을 밟아 다시 삼성의 5대 4 리드. 승기를 잡은 삼성은 8회를 김윤수-이상민으로 막은 뒤 9회 오승환을 올려 이변 없이 경기를 끝냈다. 하루 2세이브를 추가한 오승환은 시즌 42세이브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다졌다.

강민호-피렐라가 빠진 가운데서도 오재일-구자욱을 중심으로 타선의 집중력이 빛난 경기였다. 2루타 2개로 2타점을 올린 오재일은 3안타 경기. 결승 2루타를 날린 구자욱은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김지찬도 멀티히트와 3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5이닝을 2실점으로 잘 막은 선발 이재희의 호투도 인상적이었다.

하루 2승을 챙긴 삼성은 시즌 72승 8무 56패를 기록하며 이날 승리한 선두 KT와 게임 차를 2.5경기 차로 좁혔다. 다음 주 두 팀 간의 맞대결 2경기가 남아 있어,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뒤집기 우승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삼성은 17일 키움전에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투입해 승리를 거둔 뒤, 다음주 KT전에서 총력전을 편다는 계획이다.

경기후 허삼영 감독은 “선발 이재희가 비록 데뷔 첫승은 놓쳤지만 정말 좋은 피칭을 해줬다. 점점 성장하고 있는 거 같다. 불펜에서는 문용익이 긴박한 상황에서 잘 막아준게 컸다. 오늘 2경기 모두 던진 불펜투수들이 정신력으로 잘 버텨준 경기였다”고 투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타선에서는 7회 2사 이후에 결승점을 낸 장면이 의미가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승타를 날린 구자욱은 “7회 속구든 변화구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무조건 친다는 각오로 타석에 나갔다”며 “요즘 좋은 타구들로 점수가 나면 덕아웃 분위기가 후끈후끈하다. 오늘 아침에 주장 해민형이 선수들에게 문자로 '끝까지 최선 다하자'고 좋은 말을 해줬다. 나 역시 남은 일정에서 최대한 이기고 싶다”는 각오를 말했다.

3안타 경기를 펼친 오재일은 취재진과 만나 “오늘 날씨도 춥고 해서 2경기가 정신없이 지나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더울 때 잘할 때도 있고 추울 때도 잘할 때가 있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에 더 힘이 나는 것 같다”면서 “마지막에 잘하는 사람이 진짜 잘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미소를 보였다.

최근 삼성 타선의 타격 침체에 관해 “저뿐만 아니라 야수들이 전체적으로 많이 처져 있는데, 시즌 막판이다 보니 선수들이 데미지가 있는 것 같다. 몇 경기 안 남았으니까, 다시 힘내서 하면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부터는 경기가 띄엄띄엄 있으니까, 선수들끼리도 이번 주까지만 좀 더 힘내자고 의지를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규시즌 1위를 노리는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홈구장 라이온즈파크가 아닌 고척스카이돔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된다. 반면 3위 이하로 시즌을 마칠 경우엔 홈구장 라팍에서 6년 만의 가을야구를 치른다.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홈팬들 앞에서 가을야구를 할 기회가 사라지는 아이러니다.

이에 대해 오재일은 “1등을 해서 여기서 포스트시즌을 안 하는 게 제일 좋다”면서 “여기서 하고는 싶은데, 안 하는 게 좋은 거니까…1등 해서 고척에서 하고 싶다”고 선두 탈환 의지를 말했다. 이어 “6년 만의 가을야구인데, 만약 진출하게 된다면 선수들도 팬들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며 다가오는 가을야구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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