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상민이 키움 히어로즈 상대 더블헤더에서 1차전 승리투수, 2차전 홀드를 기록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2013년 데뷔 9년 만의 첫 승리, 팀도 2004년 이후 17년 만에 더블헤더 싹쓸이에 성공했다.

삼성 좌완 이상민(사진=삼성)
삼성 좌완 이상민(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올라오는 투수마다 족족 볼넷을 남발하고 안타를 맞는 대혼전.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삼성 마운드를 안정시킨 주인공은 좌완 구원투수 이상민이었다. 삼성 이상민이 친정 키움 히어로즈 상대 더블헤더에서 1차전 구원승, 2차전 홀드로 팀의 하루 2승을 견인했다. 프로 데뷔 9년 만의 첫 승리 기쁨도 맛봤다.

이상민은 10월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팀이 3대 4 역전을 허용한 6회초 2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추가점을 내주면 자칫 흐름이 완전히 키움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이었다.

이상민은 침착했다. 좌타자 김웅빈 대신 박동원이 대타로 나왔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초구 빠른 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에 느린 커브를 던져 유격수 땅볼을 끌어냈다. 그대로 이닝 종료, 한 점 차 간격이 그대로 유지됐다.

7회에도 올라온 이상민은 키움 상위타선의 좌타자 세 명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이용규를 상대로 커브 결정구로 2루 땅볼 아웃을 잡았고, 김혜성 상대로도 5구째 커브를 던져 좌익수 뜬공을 잡았다. 리그 타율 1위 이정후 상대로는 빠른볼 2개를 던져 2루 땅볼 아웃, 1.1이닝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이상민의 호투에 삼성 타선도 7회말 빅이닝을 만들며 화답했다. 삼성은 7회에만 4점을 한꺼번에 뽑아내 7대 4로 경기를 뒤집었다. 8회 우규민, 9회 오승환이 차례로 올라온 삼성은 7대 5로 키움을 꺾고 더블헤더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1.1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이상민은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승리를 친정팀 상대 구원승으로 장식했다.

이상민은 2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팀이 5대 4로 앞선 가운데 8회초 키움 공격. 김윤수의 컨트롤 난조로 2사 1, 2루 위기에 김혜성 타석이 되자 삼성 벤치는 다시 한번 이상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빠른 볼 3개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이상민은 이후 커브와 슬라이더 유인구를 하나씩 던진 뒤, 풀카운트에서 다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경기는 삼성의 5대 4 승리, 2차전에서 0.1이닝 동안 무실점한 이상민은 시즌 2호 홀드를 따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잡은 삼성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더블헤더 싹쓸이에 성공했다.

1990년생 좌완 이상민은 경북고와 동의대를 졸업하고 2013년 NC 다이노스의 7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속구 구속은 140km/h 안팎으로 빠르지 않지만 특유의 제구력과 경기 운영, 커브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4년 넥센(현 키움)으로 이적해 2019년까지 5시즌 동안 히어로즈에 몸담았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해결했다.

2019시즌이 끝난 뒤 키움에서 방출당한 이상민은 지난해 삼성에 입단, 좌타자 전문 구원으로 기회를 받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9시즌 83경기 기록은 3패 4홀드에 7.13의 평균자책. 프로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이상민이지만 이날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더블헤더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쳐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이상민은 1차전을 마친 뒤 “오늘 중요한 상황에 올라왔다. 상대 타자도 좌타자라 내 역할을 정확히 인지했고, 무조건 막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투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데뷔 9년 만에 첫 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첫 승도 기쁘지만 팀이 중요한 상황에 승리와 고향에서 돌아와 첫 승을 올릴 수 있어 더 기쁜 것 같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상민은 대학 시절 은사 고 조성옥 감독을 떠올렸다. 그는 “모든 선수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대학교 1학년때 야구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조성옥 감독님이 많이 신경 써 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직접 인사를 드릴순 없지만 멀리서나마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다.” 이상민의 말이다.

끝으로 이상민은 “앞으로 기록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허삼영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오늘 2경기 모두 던진 불펜투수들이 정신력으로 잘 버텨준 경기였다”면서 하루 2경기 등판을 소화한 이상민, 오승환의 공을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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