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팀 전체가 득점권 부진에 빠진 LG 트윈스. 신인 선수들은 찬스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있지만, 주축 베테랑 선수들의 기회 때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다. 류지현 감독도 팀 내 젊은 선수들이 느낄 부담감을 우려했다.

류지현 LG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류지현 LG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리그 최강의 투수력을 앞세워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의 최대 걸림돌은 타선이다. 타선 전체적인 장타력과 생산력도 떨어지지만, 무엇보다 경기 후반 중요한 찬스에서 제 몫을 못하는 타자가 워낙 많아 득점 생산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들이 오히려 득점 찬스에 강하고, 베테랑 타자들은 범타로 물러나는 현상도 LG의 고민 중 하나다.

10월 21일 현재 LG는 팀 득점권 타율 0.253으로 10개 팀 가운데 9위에 그치고 있다. LG보다 득점권 타율이 낮은 팀은 한화 한 팀뿐이다. LI 1.6 이상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팀 타율도 0.259로 한화 다음으로 나쁜 성적. LI 3.0 이상 상황에서도 0.254로 팀 타율 8위에 그친 LG는 경기 후반 승부처인 7~9회 득점권에서는 팀타율 0.231(10위)로 더 작아진다.

득점권 기록이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타선 전체가 이 정도로 기회를 못 살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LG는 투수력이 워낙 좋은 팀이라 타자들이 주어진 찬스만 좀 더 살려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승률과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LG 기록에서 아쉬운 건 득점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 대부분이 1군 무대 1~2년차 신인급이라는 점이다. 문성주가 타율 0.500으로 이상호(0.550)에 이은 팀내 득점권 타율 2위. 주전 중에서는 그나마 홍창기가 0.340으로 가장 좋은 기록을 올리고 있다. 그외 19살 신인 이영빈이 0.333을 기록 중이고 역시 신인인 문보경이 0.324로 그 다음이다.

중심타선에 포진하는 주전 가운데 그나마 득점권 성적이 좋은 타자는 0.296을 기록 중인 채은성. 하지만 김현수(0.269), 유강남(0.256), 오지환(0.252), 김민성(0.215), 서건창(0.176), 이형종(0.160) 등 베테랑 타자들의 득점권 성적은 아쉬움만 준다.

다가오는 가을야구 무대를 1군 경험 부족한 신인들에게 기대서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베테랑에게도 부담스러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신인 선수들은 평소보다 큰 부담을 느끼기 쉽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앞장서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신인들도 부담을 덜고 제 기량을 발휘할 여유가 생긴다. 찬스에서 베테랑이 침묵하고 신인들이 대신 해결하는 건 그리 이상적인 그림은 아니다.

류지현 LG 감독도 팀내 젊은 선수들이 느낄 심적 부담을 우려했다. 21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최근 경기를 보면서 확실히 어린 선수들이 마음의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어제 경기 같은 경우 평소보다 더 크게 와닿았다”면서 한 점 차로 패한 전날 경기를 지목했다. 3대 6으로 끌려가다 9회말 1사 만루 찬스를 잡은 LG는 신인 이영빈이 3-1 유리한 카운트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5대 6 한 점차로 따라붙은 2사 1, 3루에서는 대타 이재원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돼 패했다.

류 감독은 “평상시 상황보다는 정말 중요한 상황, 시즌 후반, 단기전에서 어린 선수들이 버거워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은 경험이다. 분명히 앞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선수들이 그런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때문에 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찬스 때 타석에서 실패해도 질책보다는 박수를 보내며 독려한다. 20일 경기에서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포수 뜬공에 그친 이영빈을 향해 류 감독은 열정적인 박수를 보냈다.

류 감독은 “화면을 못 봐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그 상황에서 실패했을 때 선수 본인이 느끼는 아쉬움이 클 거라 생각했고, 경기가 안 끝난 상황에서 감독이 먼저 독려하지 않으면 벤치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라고 말했다.

LG는 이날 홍창기(지)-서건창(2)-김현수(좌)-채은성(우)-오지환(유)-김민성(3)-이영빈(1)-유강남(포)-문성주(중)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좌완 신인 임준형이 등판해 키움 선발 정찬헌과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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