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삼성 라이온즈가 길었던 암흑기를 깨고 정규시즌 우승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6년 전 한국시리즈의 아픔을 떠안고 오랜 기간 절치부심했던 구자욱의 마음도 남다르다.

구자욱이 23일 대구 KT전에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구자욱이 23일 대구 KT전에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은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구자욱은 그렇게 삼성 왕조의 새로운 일원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구자욱의 가을야구는 2015년에 그대로 멈췄다. 그것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두산 베어스에 업셋 우승으로 내준 아픈 기억과 함께였다.

쓰라린 2015년 가을을 보낸 삼성은 이후 오랜 기간 가을야구와 연이 없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왕조에서 암흑기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듯했던 가을야구는 2021년 성큼 삼성에 다가왔다. 삼성은 10월 17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로 6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거기에 1위였던 KT WIZ와 홈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삼성은 5월 21일 이후 155일만의 단독 선두에 올랐다.

특히 구자욱은 23일 경기에서 1대 0 한 점 차 리드에서 달아나는 솔로 홈런으로 선발 투수 백정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구자욱의 홈런포가 터지자 삼성은 강민호와 오재일의 연속 홈런까지 앞세워 4대 0 완승으로 KT를 무너뜨렸다.

구자욱이 23일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구자욱이 23일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긴장감보단 즐거움이 더 컸다. 오랜만에 가을에 이런 중요한 경기를 하니까 재밌었다.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찾아오시는 것에 큰 차이도 느꼈다.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관중들의 반응에서 전율을 느끼고 소름이 끼치더라. 정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라며 미소 지었다.

구자욱이 말하는 삼성의 선두 경쟁 동기부여는 최근 6년 동안 느낀 추웠던 가을 경험이다.

6년 동안 우리 팀이 정말 추운 가을을 보냈다. 다들 다신 그렇게 하위권에 계속 머무르는 경험을 겪고 싶지 않단 감정이 컸다. 그런 마음이 선수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도 2015년 한국시리즈 때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따라가기 바빴던 시절이었다. 그땐 형들에게 얹혀서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함께 가는 느낌이라 더 특별하다.” 구자욱의 말이다.

구자욱은 1위 탈환 과정까지 지켜본 팀 동료들의 활약상을 하나하나 꼽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주장인 (박)해민이 형이 ‘원 팀’으로 뭉칠 수 있도록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세심하게 팀 동료들을 하나하나 다 챙겨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1등 공신이다. (오)재일이 형도 우리 팀에 오면서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또 피렐라의 헌신적인 플레이도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오)승환이 형도 말이 필요 없는 완벽한 투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리더십과 실력을 모두 갖춘 선수다.”

구자욱은 이제 ‘지키는 위치’에 올라선 팀의 상승세를 기대한다. 구자욱은 “이제 우리가 1위로 올라왔다. 지키는 게 더 힘든 법이다. 어제 오늘 경기 승리보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나도 올 시즌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단 생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끝까지 거두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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