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충격 패배 후 2차전 반격 성공한 LG,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폭발

-베테랑 김민성 4안타 경기, 가을남자 채은성도 연이틀 멀티히트

-신예 문보경의 화려한 세리머니 쇼, 10라운더 출신 문성주 3타점 활약

-류지현 감독 “기존 선수 컨디션 상승, 신예 자신감 얻어…3차전 기대된다”

화려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문보경(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화려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문보경(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가을야구가 열릴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단기전 시리즈를 지배하는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가 ‘미친 선수’다. 짧으면 3경기, 길어야 7경기로 승부를 가리는 단기전에서 짧은 기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미친 선수의 존재는 시리즈 승패와 팀의 운명을 바꾼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후 2차전 승리로 반격에 성공한 LG 트윈스에서도 미쳐 날뛰는 선수가 여럿 나타났다. 시즌 내내 팀의 근심거리였고 1차전에서도 우려했던 그대로였던 타선이 2차전에서 14안타 9득점으로 폭발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면 그 즉시 시즌 종료인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 3차전은 물론 남은 포스트시즌까지 기대감을 키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다.

LG 타선 폭발 이끈 두 개의 별과 두 개의 달, 민성·은성·보경 MOON·성주 MOON

데뷔 후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안타인 4안타를 날린 김민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데뷔 후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안타인 4안타를 날린 김민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미친 선수 행렬에 베테랑 김민성이 앞장섰다.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괴로운 하루를 보냈던 김민성은 2차전에서 4안타 3타점 인생 경기를 펼쳤다. 넥센 시절인 2014년 LG 상대로 기록한 3안타를 넘은 개인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안타. 마지막 타석에서 내심 포스트시즌 기록인 5안타를 노렸지만 몸에 맞는 볼이 나오자 아쉬워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류지현 감독은 이날 김민성의 활약에 대해 “방향성이 좋았다”는 평을 남겼다. 류 감독은 “이전에는 타격할 때 중심이 센터 쪽보다 좌익 선상 쪽에 가 있어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았다. 오늘은 거의 변화구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었다. 왼쪽 어깨를 잘 잡고 있으면서 떨어지는 변화구에도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했다.

김민성은 “1차전에선 나답지 못한 야구를 했다. 원래는 과감한 스타일인데 소심했다. 오랜만의 플레이오프 경기라서 긴장됐는지 조금 방어적으로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1차전이 끝난 뒤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나답게 공격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은 게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G 트윈스의 대표 ‘가을사나이’ 채은성도 빼놓을 수 없다. 1차전에서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LG 타선에서 혼자 야구한 채은성은 2차전에서도 2회초 선취점으로 이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1회초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었던 분위기에서 2회초 시작과 동시에 곽빈의 초구를 받아쳐 2루타로 연결했다.

2루를 밟은 뒤엔 어퍼컷 세리머니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차전에서 야성 넘치는 두산 선수들에 비해 ‘얌전한’ 야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LG는 채은성 외에도 여러 선수가 작정한 듯 세리머니를 펼쳤다. 케이시 켈리는 5회 실점 위기를 막은 뒤 크게 포효했고, 6회엔 김대유가 김인태를 삼진으로 잡은 뒤 큰 동작을 취했다. 채은성은 이날도 안타 2개를 적립하며, 이번 시리즈 LG의 미친 선수를 예약했다.

세리머니하면 신인 문보경을 빼놓을 수 없다. 문보경은 1차전 LG 선수 중에 유일하게 크고 화려한 세리머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채은성이 “그렇게 세리머니를 크게 하는 선수인 줄 몰랐다”고 할 정도. 2차전에서도 7회초 쐐기 적시타를 때린 뒤, 1루로 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1루를 밟은 뒤에는 어퍼컷을 날리며 LG 응원단을 열광하게 했다.

문보경의 남다른 면모는 4회초 안타 장면에서도 드러났다. 2사 1루에 3볼 노스트라이크 상황. 여기서 두산 선발 곽빈의 4구째 빠른 볼을 기다리지 않고 크게 휘둘러 헛스윙했다. 보통은 잘 하지 않는 3볼 풀스윙. 곧이어 5구째 재차 빠른 볼이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이에 관해 류지현 감독은 “3볼에서 히팅 사인을 줬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카운트에 따라 위축되는 것보다 그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때 상대가 피해가고 볼넷으로 나가면서 찬스가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문보경이 3볼 헛스윙 뒤에 좋은 타격을 하면서 연결된 게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잠실 하늘엔 문보경 말고도 또 다른 ‘문’이 떴다. 대졸 4년 차로 올해가 사실상 데뷔 시즌인 외야수 문성주의 활약이 빛났다. 문성주는 올해 퓨처스에서 3할 타율(0.303)을 기록한 뒤 9월 중순부터 1군에 올라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타율은 0.228로 높지 않지만 타석에서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는 모습이 류지현 감독의 코드와 잘 통했다. 그 결과 거포 외야수 이재원을 제치고 포스트시즌 엔트리까지 합류할 수 있었다.

1차전에서 1안타 1볼넷으로 좋은 타격을 보여준 문성주는 2차전에서 멀티히트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4회초엔 2대 0에서 3대 0으로 달아나는 적시타를 쳤다. 곽빈의 포크볼을 받아쳐 우전안타로 만들었다. 7회초에는 2사 1, 2루에서 윤명준의 2구 연속 커브를 공략해 좌익수 뒤로 넘어가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지명타자로 기용해 수비 부담 없이 공격에 집중하도록 배려한 류지현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류지현 감독 “기존 선수 컨디션 ↑, 젊은 선수는 자신감…고무적인 경기”

5회 위기를 넘기고 크게 포효한 켈리. 이날 LG 선수들은 크고 강한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5회 위기를 넘기고 크게 포효한 켈리. 이날 LG 선수들은 크고 강한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올 시즌 내내 타선의 빈약한 공격력 때문에 애를 먹었던 LG다. 중요한 찬스 때마다 베테랑과 주전 타자들이 제몫을 못하면서 시즌 후반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여러 차례 놓쳤고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영빈, 문보경, 이재원 등 젊은 선수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해줬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베테랑과 신예를 가리지 않고 ‘미친 선수’가 속출하면서, 정규시즌 때의 아쉬움을 달랬다. 류지현 감독도 “경기 전 선수들의 활기차고 밝은 모습을 봤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 믿음이 있었다”면서 “기존 선수들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고, 젊은 선수들이 다음 경기에 자신감을 갖고 들어가지 않을까. 굉장히 좋은 쪽으로 고무적인 경기였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안타 4개를 치는 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한 김민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거(4안타) 치려고 정규시즌 때 못 쳤던 것 같다”며 뒤늦게 활짝 웃었다. 타격은 사이클이고, 올라가는 타격 사이클이 때마침 가을야구 기간과 겹친다면 그보다 이상적인 일도 없다. 시즌 내내 얌전했던 LG 타자들이 늦가을 찬바람과 함께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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