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마무리 임창민의 2017시즌은 파란만장했다. 거침없이 세이브 1위로 치고 나간 전반기, 추락을 경험한 후반기를 겪었고 시즌 전에는 WBC 대표팀 발탁이라는 경사가, 시즌 뒤엔 오랜 연인과 결혼하는 행복을 경험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 2017시즌, 그리고 다가올 2018시즌에 대한 임창민의 생각을 엠스플뉴스가 들어 봤다.

NC 다이노스의 마무리 투수이자 투수조 최고참 임창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 다이노스의 마무리 투수이자 투수조 최고참 임창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 투수 임창민은 어깨가 무겁다. 해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의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과, 나이 어린 투수들이 가득한 투수조에서 최고참 투수라는 부담을 안고 경기장에 나선다. 롱런하기 힘들다는 마무리 업계에서 3년 연속 리그 상위권 자리를 지킨 것도 놀라운 일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엔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무명 시절부터 함께한 연인과 결혼에 ‘홈인’해 가정을 꾸렸다. 최고참 이호준이 은퇴하면서, 투수조를 이끌어 가야 하는 부담도 더욱 커졌다.

여기다 2017시즌 후반 겪은 부진을 벗어나, 2018시즌에도 NC 뒷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그는 것도 임창민이 감당할 몫이다. 이 목표가 이뤄지다면 마무리 투수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4년 연속 롱런'을 이어가는 것, 넥센 시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던 손승락과 세이브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자연스레 성취할 수 있다.

엠스플뉴스는 오프시즌 개인 훈련을 진행 중인 임창민과 만나 지난 2017시즌의 아쉬움과 다가올 2018시즌에 대한 각오를 들어봤다. 새신랑이 된 소감과 지난해 임창민을 괴롭힌 부상, 그리고 넥센 시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던 손승락과 펼칠 세이브 경쟁에 대해서도 물었다. 인터뷰는 NC 선수단 신년회가 끝난 1월 1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진행됐다.

결혼과 투수조 최고참, 임창민이 짊어진 무게

세이브를 거둔 뒤 활짝 웃는 임창민(사진=NC)
세이브를 거둔 뒤 활짝 웃는 임창민(사진=NC)

결혼 축하합니다. 신혼여행은 어땠어요?

감사합니다. (웃음)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피지로 시작해 호주 거쳐 돌아다니고 왔어요. 좋았어요.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요. 이렇게 둘이서 장기간 여유 있게 여행을 다녀온 건 처음이거든요.

가정도 꾸리고 했으니 어깨가 좀 더 무거워졌겠네요. 너무 뻔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책임감이야 배우자가 있으나 없으나 항상 갖는 거니까요. 없으면 미래의 배우자를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하고, 결혼했으면 가족을 위해서 해야죠.

뻔한 질문 하나만 더 할게요. 결혼해서 가장 좋은 점은 뭔가요? 솔직하게.

일단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좋아요. 밥도 혼자 먹는 시간이 많았는데 같이 먹을 수 있고, 돈 관리나 식단 관리도 와이프가 알아서 해주니까 훨씬 운동에 집중할 수 있죠. 무엇보다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뭔가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느낌이랄까요. (미소지으며) 저는 지금 굉장히 편안합니다.

나성범 선수의 경우 결혼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유니폼 매출이 ‘급락’하기도 했는데, 임창민 선수 팬들의 지지는 굳건한가요.

하하, 전 더 떨어질 인기가 없기 때문에. 제 주 팬층은 나성범이 제일 좋지만 임창민도 좋다, 박민우 팬인데 임창민도 좋다는 세컨드 팬이 주축이에요. 결혼했다고 떨어질 성격의 인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설마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임창민 매니아가 한둘이 아닌걸요. 아무튼 이제 막 결혼도 했고 올해 서른 세살 로 아직 젊은 나이잖아요. 다른 팀에 가면 딱 중간 정도 위치일 법한데, NC 투수조에서는 올해도 변함없이 ‘최고령’ 선수 자리를 지키게 됐어요.

재밌죠. 다른 팀에선 나이는 제 또래인데 아직도 더그아웃에서 물병 나르는 선수도 있어요. 저한테 하소연하기를 ‘내가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도 선배들 뛰어나가면 문 열어주고, 물 떨어지면 물 가지러 뛰어간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그 친구에 비교하면 몸은 편하죠. (웃음)

대신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게 많겠어요.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니까 좀 더 바쁘죠. 벌써 3년째 1군에서 투수 최고참을 맡고 있는데, 해마다 할 일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스스로 느껴요. ‘작년엔 내가 이 부면에서 많이 부족했구나’ ‘내가 이런 게 소홀했구나’ 느끼는 부분이 하나둘씩 드러나곤 합니다.

가정에서도 어깨가 무겁고, 팀에서도 어깨가 무겁겠군요.

후배들도 제 눈치를 보지만, 저 역시도 후배들 눈치가 많이 보여요. 팀에서 중간 정도 자리에 있을 땐 후배들에게 뭐라 얘기하기가 편한데, 그보다 고참급이 되면 말 한마디만 해도 파급력이 굉장히 크거든요. 제가 행동하는 걸 동생들이 그대로 따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말도 행동도 조심해서 해야 하구요.

본인 운동하는 것만 해도 바쁜데, 짐을 벗어 던지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나요.

자기 운동도 하면서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 쓰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에요. 그걸 통해 저 자신의 성장을 이루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생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분명 있거든요. 또 각자 맡은 위치에 따라 팀에서 원하는 바가 있고, 해야 할 역할이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주장 손시헌 선수는 신년회에서 ‘개인보다 팀’을 강조했습니다. 임창민 선수도 투수 쪽 최고참이니까 지향하고 싶은 투수조의 문화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을 듣고 싶어요.

사실 지금 우리 팀만의 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됐어요. 트레이드로 건너온 선수들은 놀라기도 해요. ‘노는 선수가 없고 야구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면서 뭔가 다르다고 얘기들 하거든요. 지금의 이런 문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어린 선수 사이에도 ‘이렇게 해야 야구를 오래 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선수가 많아져야죠.

그 '문화'라는 걸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가령 누가 운동 시간에 늦거나, 좋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 제가 뭐라 하기 전에 다른 선수들이 먼저 지적을 하거든요. 저는 그런 게 문화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기지 않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과정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다행히 잘 정착됐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초반 어깨 통증, 후반기 하락 원인이었다

임창민은 시즌 후반 구위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사진=엠스플뉴스)
임창민은 시즌 후반 구위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사진=엠스플뉴스)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파란만장한 작년 한 해를 보냈습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발탁으로 시작해 전반기까지 세이브 1위를 달리다, 후반기에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러다 한 해의 마지막을 결혼으로 장식했구요.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클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아쉽죠. 아쉽긴 한데, 실은 시즌 초반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시즌 중에 목표를 수정해야 했어요. 아프지 말고 시즌을 마치는 걸 목표로 세웠어요.

저런. 시즌 초반 구위가 워낙 좋아서 그런 어려움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일시적으로 ‘찝혔다’고 할까요, 일종의 스크래치가 난 거죠. 제일 심했을 땐 팔이 들리지 않는 날도 있었구요. 다행히 트레이너분들이 달라붙어서 도와준 덕분에 비교적 단기간에 통증을 줄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니, 확실히 어깨 쪽의 힘이 이전 시즌보단 떨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지난 시즌 초반 NC는 이호준 등 베테랑들이 빠지고 선발진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임창민 선수를 비롯한 불펜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는데, 만약 임창민 선수가 등판하지 못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런데 저희 팀 사정상 제가 쉴 상황이 아니었어요. 지금 제가 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장 시즌이 있고 경기를 해야 하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전반기에 많은 등판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승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만큼 후반기 추락도 심했죠. 후반기에는 제가 던질 때 나쁜 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도 장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즌이 끝났을 때 성적에 대한 아쉬움보단 무사히 시즌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더 컸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었죠. 30대 중반인데, 부상 때문에 어깨를 여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게 최선이잖아요. 보강 운동을 하면서 시즌을 마쳤다는 게 다행이었죠.

시즌 후반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땐 비난도 받았을 텐데, 내심 억울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악플이 그다지 없어가지고... (웃음) 사실 연봉 많이 받는 선수는 비난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고, 그런 게 당연히 따라온다는 생각이에요. 그래도 저한테는 변호해주는 분도 많더라구요. 굳이 힘들 때는 찾아 읽지 않고, 좋을 때는 어떤 글이 달렸나 찾아보고, 그렇습니다. 하하.

현재 컨디션이 어떤지가 중요한데, 이제 통증에선 완전히 벗어난 건가요.

트레이닝 코치님이 짜 준 스케쥴에 따라 정기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어요. 통증은 전혀 없고, 어깨 컨디션도 굉장히 좋아졌어요.

임창민은 2017시즌 스프링캠프를 치르다 WBC 대표팀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시차적응할 새도 없이 바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임창민은 시즌 초반부터 어깨 통증으로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함께 WBC에 다녀온 박석민도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한 점을 생각하면, NC는 WBC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팀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사진=KBO)
임창민은 2017시즌 스프링캠프를 치르다 WBC 대표팀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시차적응할 새도 없이 바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임창민은 시즌 초반부터 어깨 통증으로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함께 WBC에 다녀온 박석민도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한 점을 생각하면, NC는 WBC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팀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사진=KBO)

외부에선 NC 불펜이 4년 연속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점 때문에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해를 해요. 불펜은 소모성이 큰 포지션이고, 흔히 3년 이상 롱런하는 불펜은 손에 꼽을 정도라 하잖아요. 연필심으로 치면, 저나 동료들이 많이 닳긴 닳았죠. 이제는 갈림길에 선 것 같아요. 둘 중에 하나죠. 여기서 아래로 떨어지느냐, 아니면 다시 치고 올라가느냐.


더 위로 치고 올라가야죠.

도약해야 하는데... 저를 비롯한 불펜 주축 선수들이 서른 초반, 중반이잖아요. 그간 소모된 부분도 있고, 뭔가 변화를 꾀하고 실력이 더 향상될 만한 여지가 크지 않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너무 비관적인가요? (웃음) 팀에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시즌 초반이 중요할 것 같아요. 4월과 5월 정도까지 5할 승률만 유지한다면, 포스트시즌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손승락과 세이브 경쟁, 재미있는 승부 될 것

임창민의 환한 웃음을 올 시즌 자주 볼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임창민의 환한 웃음을 올 시즌 자주 볼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좀 전에 비슷한 얘길 했지만, 흔히 마무리투수는 3년 이상 롱런하기가 어렵다는 통념이 있잖아요. 그런데 임창민 선수는 2015년부터 3년 연속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전반기 세이브를 쌓는 기세가 정말 대단했어요. 아마 부상이 없고 전반기 페이스만 계속 유지했어도, 데뷔 첫 세이브왕을 노릴 수 있었을 겁니다. (주: 임창민은 2017시즌 전반기 21세이브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그런데 우리 팀 사정상 세이브 1위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세이브 투수가 많은 세이브를 거두려면 몇 가지 요건이 있거든요. 정말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면서 ‘왕 대접’을 받아야 하고, 어떤 때는 세이브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작년 우리 팀 같은 경우엔 선발이 약하고 불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제가 세이브 상황만 등판할 여건이 아니었어요.

음.

제가 세이브 상황만 나가면 나머지 투수들이 그 이닝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러면 저 하나 살자고 나머지를 다 죽이는 상황이 되는 거죠. 1이닝이라도 아웃카운트를 나눠서 막아내야 불펜이 돌아가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결국 작년 후반기에는 롯데 손승락 선수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서 세이브왕을 차지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요.

‘승락이 형이 다시 페이스를 찾았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승락이 형이 한동안 주춤했잖아요. 다시 올라온 게 보였어요. 그리고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것 같더라구요.

변화구 비중이 이전보다 커졌죠.

맞아요. 승락이 형이야 워낙 구위가 좋은 투수지만, 해마다 리그 변화를 보면 공의 반발력이나 스트라이크 존 등 투수들에게 유리한 변화는 거의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투수가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 처지거든요. 승락이 형도 큰 변화는 아니고 살짝 방향을 튼 정도긴 하지만, 그 변화가 큰 효과를 거두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아요.

손승락 선배의 피칭을 보면서 참고한 부분도 있나요.

승락이 형은 저랑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요. 저 같은 투수는 타자 입장에서 칠만 해 보이는데, 뭔가 타이밍이나 구위가 타자 생각과 미묘하게 달라서 잡아내는 스타일이고 승락이 형 같은 경우엔 타자가 알고도 못 치는 스타일이잖아요. 오히려 전 정우람 같은 투수를 보고 많이 배우죠.

정우람에게 어떤 점을 배우나요.

여러 가지로 배우는 게 많아요. 우람이 같은 경우엔 변칙을 많이 해요. 슬라이드 스텝에서도 변칙을 하고, 그 외에도 다양하게. 그런 점을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사실 임창민 선수가 넥센에서 빛을 못 보던 시절, 손승락은 넥센 마무리로 정상급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손승락 선수와 세이브 경쟁을 하면서 기분이 묘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저는 세이브 경쟁을 주로 옛 추억이 있는 선배들과 한 것 같아요. 재작년 임창용 선배가 그랬어요. 제 학교 선배고, 처음 선수에게 사인받은 대상도 임창용 선배였거든요. 승락이 형도 제가 범접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승락이 형이 잠시 주춤할 때 제가 마무리 투수가 되고, 세이브를 하니까 뭔가 어색하더라구요. 참, 재작년 올스타전 때 승락이 형과 마주친 적이 있어요.

무슨 얘길 하던가요.

라커룸에서 만났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살짝 어색하더라구요. 당시 승락이 형이 팀을 옮기고 한창 힘들 때였어요. 인사하면서 ‘형, FA 잘 되어서 부러워요’ 했더니 승락이 형이 ‘난 네가 더 부럽다. 야구 잘하니까’라고 하는데, 말문이 턱 막히더라구요. 굉장히 복잡하고 이상한 감정이었어요. (쓴웃음을 지으며) 스승을 이겨 먹은 느낌이랄까.

팀을 위해, 그리고 이젠 가족을 위해 임창민은 전력으로 공을 던진다(사진=엠스플뉴스)
팀을 위해, 그리고 이젠 가족을 위해 임창민은 전력으로 공을 던진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에도 이변이 없다면 두 선수가 세이브왕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제가 올해도 마무리를 하게 된다면, 경쟁하게 될 것으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어요. 물론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 같은 경우 많은 세이브를 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어요. 25세이브 이상은 해마다 거뒀지만, 35세이브까지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려면 정말 왕 대접을 받아야 가능하거든요. 시즌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만일 30세이브 초반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재미있는 승부가 가능할 것 같아요.

올해는 다시 스승을 ‘이겨 먹을’ 생각인가요. (웃음)

작년보다는 더 잘해야죠. 이번엔 제대로 승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세이브 숫자보다는 투구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요.

그러려면 올해도 마무리 보직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인 타이틀 같은 데는 큰 욕심이 없지만, 꾸준하게 오랫동안 해서 ‘은퇴식이 가능한’ 선수가 됐으면 하는 게 제 목표에요.

은퇴식이 가능한 선수라.

타이틀이야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무관의 제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인정은 해 주잖아요. 그보다 저는 은퇴식이 가능한 선수로 남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선배들이 하나둘씩 야구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저기, 아직 그런 얘길 하기엔 젊다구요. 이제 서른셋이잖아요.

물론 많이 남았다고 하시겠지만, 선배들 소리소문없이 가시는 걸 보세요. 하루아침에 가잖아요. 나중에 저나 제 주위 사람들이 그런 씁쓸한 마음을 느끼지 않게끔, 은퇴식을 하고 떠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비장의 무기’가 있는지 물었을 때 ‘없다, 하던 대로 하겠다’는 답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다시 물어볼게요. 올 시즌 어떤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습니까.

그런 건 없어요. (웃음) 제가 하던 걸 더 잘하려고 뿐이죠. 제가 몇 년째 해 보니까 그게 답인 것 같아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게 중요하죠. 제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리고 더 날카롭게 다듬는 게,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길일 것 같아요.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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