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표류 중인 잠실 신축 야구장 민자 사업 계획
-서울시 “사업 적격성 검토 중, 최대한 올해 안까지 끝낸다.”
-서울시는 개방형 신축 구장으로 가닥, 최근 잦은 이상 기후로 돔구장 필요성 제기
-“서울시는 근시안적인 판단보다 야구계와 야구팬들을 위해 50년을 내다보는 계획 필요”

1982년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장소가 됐다. 잠실 새 야구장은 이런 역사성과 의미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1982년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장소가 됐다. 잠실 새 야구장은 이런 역사성과 의미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진짜 삽을 뜨긴 할까요?”

잠실 새 야구장 얘기가 나오자 한 야구계 관계자는 고갤 갸웃거렸다. “무언가 진행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예전에 말만 나오고 최근엔 조용하잖아요. 서울시가 선거용으로만 신축 야구장을 언급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1982년 개장한 잠실야구장은 조만간 개장 4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 스며들어있다. 잠실야구장은 수차례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구장이 됐다. 물론 그간 노후화된 시설의 한계와 열악한 원정팀 시설 등이 지적되며 신축 야구장의 필요성도 몇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3년째 적격성 검토에서 표류 중인 잠실 운동장 마스터 플랜

서울시가 2016년 4월 발표한 마스터 플랜 가운데 신축 야구장 관련 내용. 한강변이 보이는 개방형 야구장이 골자다(사진=서울시)
서울시가 2016년 4월 발표한 마스터 플랜 가운데 신축 야구장 관련 내용. 한강변이 보이는 개방형 야구장이 골자다(사진=서울시)

신축 야구장의 필요성과 관련해 서울특별시는 2016년 4월 잠실 운동장 일대와 관련한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한 축인 잠실 운동장 일대를 2025년 전시·컨벤션·스포츠·엔터테인먼트·수변 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만드는 잠실 운동장 스포츠·마이스(MICE) 계획이다.

마스터 플랜이 발표된 그해 11월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은 잠실 운동장 33만 4,605㎡ 부지에 총사업비 2조 4,918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투자 주요 시설은 전시·컨벤션(7,085억 원), 신축 야구장(2,963억 원), 숙박 시설(4,516억 원), 업무시설(5,220억 원) 등 이었다.

이 계획대로라면 잠실 새 야구장은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따라 3만 5,000석 크기의 규모로 한강변에 건설된다. 당시 서울시는 개방형 야구장을 짓는 걸 기조로 돔구장 변경 가능성에 대해 야구계와 시민 등 의견을 수렴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로부터 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잠실 새 야구장 건설과 관련해 크게 진척된 사항은 없다. 서울시는 2017년 1월 민자사업 적격성 판단기관인 KDI 공공투자관리센터(피맥·PIMAC)에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2년여가 넘는 시간 동안 해당 사업 적격성 조사의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비용대비 편익과 관련한 사업성 평가에서 계속 낮은 점수가 매겨진 까닭이었다.

잠실 운동장 스포츠·MICE 민자 사업 자체가 적격성 조사 통과조차 못 했기에 당연히 잠실 새 야구장도 진척상황이 없다. 잠실 운동장 재개발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서울시 동남권사업과 김일호 팀장은 잠실 새 야구장 신축 사업이 잠실 운동장 스포츠·MICE 민자 사업 안에 포함된 사안이라 따로 진행되는 건 없다. 전체 민자 사업과 관련해 우리 시와 PIMAC이 계속 견해차를 좁히는 과정에 있다. 쟁점 사안이 조금 있긴 한데 많이 늦어진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개방형? 돔형? “최근 잦은 이상 기후 고려해야 한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의 홈구장인 메트라이프 돔. 1979년 개방형 구장으로 건설된 이 구장은 1999년 야구장을 덮는 지붕을 추가한 하프 돔 형태로 변신했다(사진=세이부 라이온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의 홈구장인 메트라이프 돔. 1979년 개방형 구장으로 건설된 이 구장은 1999년 야구장을 덮는 지붕을 추가한 하프 돔 형태로 변신했다(사진=세이부 라이온스)

잠실 운동장 스포츠·MICE 민자 사업이 적격성 통과를 받더라도 또 다른 문제는 야구장 건설 형태다. 잠실 신축 구장이 개방형 구장이냐 돔구장이냐를 두고 야구계에선 그간 수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김일호 팀장은 미국 야구장 건축 전문가의 얘길 들어보면 특별한 기후적인 요건이 없다면 개방형 야구장 형태를 기본으로 보더라. 야구계 일부에서 돔구장을 원하는 의견이 있는데 만약 돔구장을 짓는다면 개폐형으로 지어야 한다고 본다. 폐쇄형 구장은 이제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라고 생각된다. 그간 외부 자문단과 시민 여론조사 등으로 야구장 형태에 관한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했다. 야구장 형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의견은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엠스플뉴스의 취재 결과 서울시는 개방형 구장 건설을 기본 기조로 잠실 신축 야구장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예전부터 서울시에 개방형 구장 건설을 요청해왔다. 또 야구장 건축 비용 등 예산 규모도 개방형 구장이 훨씬 적다. 개폐형 돔구장을 짓기 위해선 개방형 구장 건축 비용보다 최대 약 2,300억 원이 더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구계 일부에선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를 고려하면 돔구장 건설이 필수라는 의견도 나오는 분위기다. 야구 경기를 직접 보러 오는 팬들이 날씨 걱정 없이 야구장에 올 수 있어야 장기적으로 흥행에 도움이 된단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근시안적으로 새 야구장 건설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시찰하고 와서 한강변이 보이는 야구장을 만들겠단 얘기도 들리던데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야구팬들을 위해 새 야구장을 지어야 하지 않겠나. 최근 몇 년간 서울에서도 이상 기후가 급격히 증가했다. 시즌 초반엔 너무 춥고 봄과 가을엔 미세 먼지가 자주 찾아온다. 여름엔 열대야 현상에 극심한 혹서기가 오지 않나. 야구팬들이 날씨 걱정 없이 야구를 볼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야구로 돈을 가져가는 것보다 야구계와 야구팬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한다.”

서울시가 계획하는 한강변 신축 야구장 계획에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벌레들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초여름만 되는 동양하루살이들이 한강변에서 야구장 조명으로 날아와 선수와 팬 모두 애를 먹은 적이 많다. 만약 한강변으로 개방형 신축 야구장이 더 가까워진다면 더 많은 하루살이들이 자주 출혈할 가능성이 크다(사진=서울시)
서울시가 계획하는 한강변 신축 야구장 계획에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벌레들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초여름만 되는 동양하루살이들이 한강변에서 야구장 조명으로 날아와 선수와 팬 모두 애를 먹은 적이 많다. 만약 한강변으로 개방형 신축 야구장이 더 가까워진다면 더 많은 하루살이들이 자주 출혈할 가능성이 크다(사진=서울시)

이 관계자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 홈구장인 메트라이프 돔을 예시로 들며 설사 당장 잠실 새 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짓지 못 하더라도 추후 ‘뚜껑’이라도 덮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부의 메트라이프 돔은 1979년 개방형 구장으로 먼저 건설됐지만, 1999년 야구장을 덮는 지붕이 추가돼 돔구장으로 변신했다. 외부 공기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하프 돔’ 형태다.

올 시즌 KBO리그 관중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세인데 기후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신축 야구장을 잠시만 쓰려고 만드는 건 아니지 않나.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지어야 한다. 설사 당장 돔구장으로 못 짓더라도 세이부의 홈구장처럼 지붕을 추후에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야구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잠실 새 야구장이 오로지 ‘야구’를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는 일이다. 잠실구장에서 근무하는 한 야구계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5년이 새 야구장 완공 시점으로 안다. 그런데 시장이 다시 바뀌는 다음 지방선거 시기가 2022년이다. 그때로 가면 또 어떤 다른 말이 나올지 모른다. 서울시가 야구를 통해 돈을 가져가는 것보단 야구계를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잠실 운동장 스포츠·MICE 민자 사업 적격성 조사 과정이 길어졌음에도 최대한 마스터 플랜에 따른 신축 야구장 완공 시점(2025년)을 지키겠단 뜻을 밝혔다. 하지만, 완공 시점보다 더 중요한 건 야구계와 야구팬들을 위한 고민과 향후 50년을 바라보는 철저한 계획이다. 삽을 푸는 순간 그걸 되돌리긴 어렵다. 서울시는 하나부터 열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또 검토해야 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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