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5월 16일 갑작스러운 자진 사퇴 발표
-KIA, 올 시즌 끝까지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 예정
-심적 부담감 크게 느낀 김기태 감독, 모든 문제를 자기 책임으로 돌렸다
-반복된 우승 감독 불운사, KIA 구단에 여전히 남겨진 ‘동행’ 난제

KIA 김기태 감독은 스승의 날 다음날인 5월 16일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올 시즌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에 책임을 진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사진=KIA)
KIA 김기태 감독은 스승의 날 다음날인 5월 16일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올 시즌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에 책임을 진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스승의 날인 5월 15일. KIA 타이거즈는 KT WIZ와의 홈경기에서 4대 7로 패했다. KIA는 5연패에 빠지며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KIA 선수단은 스승의 날 김기태 감독에게 ‘승리’라는 선물을 주지 못했다. 사실 김 감독의 심정도 타들어 가는 상태였다. KIA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구단 이화원 대표이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자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 대표이사는 하루의 고심 끝에 김 감독의 사의 표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교체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와의 계약 및 외국인 선수 관찰을 위해 미국에 있던 KIA 조계현 단장도 15일 김 감독의 사퇴 의사 전달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조 단장은 16일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 감독과 만나 마음을 돌리고자 했지만, 김 감독의 결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KIA는 16일 경기 전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팀을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KIA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KIA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KIA는 김 감독이 떠난 자리에 박흥식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박 감독대행은 갑작스럽게 구단에서 연락이 와 당황스러웠다. 김기태 감독님이 물러나셨지만, 나도 책임을 크게 통감한다. 감독님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 전체의 책임이다. 지금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맡아야 할 자리였기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팀 분위기를 추슬러보겠다고 선임 소감을 밝혔다. KIA는 올 시즌 끝까지 정식 감독 선임 없이 박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반복된 우승 감독의 자진 사퇴, 여전히 타이거즈에 남겨진 ‘동행’의 난제

김기태 감독(가장 오른쪽)이 5월 16일 감독으로서 마지막 홈경기를 마치고 KIA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KIA)
김기태 감독(가장 오른쪽)이 5월 16일 감독으로서 마지막 홈경기를 마치고 KIA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KIA)

김기태 감독은 2014년 10월 KIA의 제8대 감독으로 취임한 뒤 2017년 KBO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 또 2016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 시즌 KIA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마운드 연쇄 붕괴로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KIA 구단 역사에서 우승 감독의 자진 사퇴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9년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조범현 전 감독도 2010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2011년 리그 4위를 기록한 뒤 계약 기간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장기적인 강팀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한 KIA 우승 감독의 연이은 불운사다.

사실 김 감독의 자진 사퇴는 갑작스러웠다. 시즌 초반 최하위 추락에도 구단은 여전히 김 감독을 굳건히 믿고 지지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김 감독에게 계약 보장 기간인 2020년까지 지휘봉을 맡길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심적인 부담감이 원체 컸다. 올 시즌을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연이은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팀이 최하위까지 떨어지자 몸 건강까지 안 좋아질 정도로 김 감독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김 감독을 선임했던 허영택 전 대표이사가 시즌 초반 그룹 정기 인사이동으로 구단을 떠난 것도 김 감독에게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었다.

끝내 김 감독은 5년 전처럼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는 걸 선택했다. 김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사퇴와 관련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관계자는 올 시즌 들어 감독님이 (팀 성적 부진과 관련해) 너무 힘들어하셨다. 모든 걸 자기 문제로 돌려 버리고 희생하려는 게 감독님 스타일이다. 한번 결정하신 일에 대해선 고집이 세시니까 구단도 감독님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힘들었다며 진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지금까지 공과를 떠나서 김 감독은 자신의 책임을 지고 자리 자리에서 물러났단 점이다. 현대 야구에서 감독 한 명이 모든 성과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사실상 일어나기 힘든 마법과 같다. 프런트와 현장이 구단의 철저한 시스템과 장기적인 기조 아래 상호 견제와 융화를 이뤄내야 한다.

무엇보다 우승 감독이 2년 만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일이 반복됐다. KIA 구단은 이를 뼈아프게 느낄 필요가 있다. KIA 감독 자리가 예전보다 더 강력한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진다면 구단에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김 감독과의 동행은 마무리됐지만, KIA 구단에 남겨진 ‘동행’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게 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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