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 팀 상승세 이끈 공·수 맹활약
-수·방·사 현역 입대는 박찬호에게 ‘실’이 아닌 ‘득’이었다
-피곤함 잊은 박찬호 “매일 행복하게 잠이 들고 행복하게 깨어난다.”
-“팀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게 가장 큰 내 목표”

올 시즌 KIA 팬들의 시선에서 항상 빛이 나는 박찬호(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KIA 팬들의 시선에서 항상 빛이 나는 박찬호(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는 최근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언제 2군에 내려갈지 모르는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아닌 당당하게 자기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상황인 까닭이다.

마치 FA(자유계약선수) 내야수 한 명을 영입한 느낌이다. 박찬호는 5월 21일 기준으로 올 시즌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1/ 43안타/ 2홈런/ 11타점/ 7도루/ 출루율 0.403/ 장타율 0.492로 맹활약 중이다. 21일 기준 규정 타석에 8타석이 부족한 박찬호는 현재 타율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리그 타율 3위까지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일취월장한 타격 실력에도 안정적인 수비 실력이 가려질 정도다.

‘실’이 아닌 ‘득’이 된 현역 입대, 박찬호가 진짜 달라졌다

박찬호는 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 철저한 자기 발전의 시간을 보냈다(사진=KIA)
박찬호는 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 철저한 자기 발전의 시간을 보냈다(사진=KIA)

KIA 팬들이 박찬호의 맹활약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박찬호인 까닭이다. 박찬호는 2년 전 현역 입대를 선택해 청와대를 지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복무했다. 박찬호는 상무야구단이 경찰야구단 같은 군 팀이 아닌 일반 병사로 보낸 2년여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군대에 있는 2년을 최대한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입대 전까지 야구계 안에서만 살아왔는데 그것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야구를 정말 하고 싶은 간절함은 커졌다.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제대까지 버틴 듯싶다. 캐치볼은 동네 야구를 했던 친구들과 같이했다. 스윙 훈련은 혼자 방망이를 들고 허공에다 할 수밖에 없었다. 박찬호의 말이다.

또 박찬호는 메마른 체격을 키우기 위해 군대에서 모든 노력을 다했다. 매일 일과 시간이 끝난 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늘렸다. 삼시 세끼 군대 밥과 더불어 PX 냉동식품과 프로틴 제품까지 꾸준히 먹으며 살을 찌웠다. 입대 전 65kg이었던 박찬호의 체중은 제대 뒤 78kg까지 나왔다. 1군 경기를 꾸준히 소화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박찬호의 현재 체중은 72~73kg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근력이 향상한 만큼 박찬호의 타구도 날카로워졌다. 예전 같으면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가 이제 외야로 넘어간다. 이제 장타를 향한 욕심도 생긴 박찬호다. 박찬호는 홈런이 가장 기분이 좋지만,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지 않나. 좌중간과 우중간을 가르는 외야 타구가 가장 기분이 좋다. 3루까지 곧바로 내달릴 수 있으니까 재밌다며 웃음 지었다.

“매일 행복하게 잠이 들고 행복하게 깨어난다.”

최근 2번 타순까지 올라간 박찬호의 방망이는 팀 내에서 가장 뜨겁다. 규정 타석을 곧 채운다면 리그 타율 3위까지 오를 수 있는 박찬호다(사진=KIA)
최근 2번 타순까지 올라간 박찬호의 방망이는 팀 내에서 가장 뜨겁다. 규정 타석을 곧 채운다면 리그 타율 3위까지 오를 수 있는 박찬호다(사진=KIA)

최근 10경기 타율 0.395(38타수 15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박찬호는 5월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데뷔 첫 4안타 경기에 이어 2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팀 승리에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활약을 이어갔다. 그래도 박찬호는 만족보단 아쉬움을 먼저 말했다.

박찬호는 “잘했던 순간보다 아쉬웠던 순간이 먼저 떠오른다. 1사 2, 3루 기회에서 희생 뜬공이라도 하나 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서 마지막 타석에서 책임감을 크게 느꼈다. 다행히 공이 가운데로 몰려 운 좋게 칠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격수와 3루수, 그리고 2루수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찬호는 비교적 생소한 3루수 자리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박찬호는 3루수 자리가 생소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예전엔 ‘실책을 범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다. 2군으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는 하루살이와도 같았다. 이젠 실책을 범해도 다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편하게 수비에 임할 수 있는 듯싶다. 3루수 수비에선 큰 바운드 타구가 나올 때 판단이 중요하다. 앞으로 갈지 뒤로 갈지 순간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 송구는 어떤 자리에서든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KIA 팬들은 수도방위사령부 출신인 박찬호의 이런 맹활약에 ‘타이거즈의 방위 사령관’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박찬호는 그런 별명은 처음 들어본다(웃음). KIA 팬들이 보내주시는 관심이 정말 행복하다. 예전부터 내가 꿈꾸던 그림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매일 행복하게 잠이 들고 행복하게 깨어난다. 경기가 끝나면 체력이 뚝 떨어져 힘든데 경기가 시작되면 그런 게 싹 사라진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팀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박찬호의 진짜 꿈이다

올 시즌 만큼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박찬호의 맹활약이다(사진=KIA)
올 시즌 만큼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박찬호의 맹활약이다(사진=KIA)

KIA는 최근 김기태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며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KIA는 3승 1패로 반전의 불씨를 되살렸다. 1군 코치진 변동에 이어 내야수 안치홍이 정식 주장으로 선임되며 더그아웃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다. 박찬호도 이런 달라진 팀 분위기를 잘 느끼고 있었다.

박찬호는 “선수단이 전부 다 밝게 웃으며 힘을 내 열심히 뛰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안)치홍이 형이 이제 주장인데 앞장서서 선수들을 잘 이끌려고 하는 게 보인다. 사실 치홍이 형도 성적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팀을 위해 더 밝게 웃으려고 노력하더라. 더 열심히 치홍이 형의 말을 따라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고갤 끄덕였다.

박찬호의 가장 큰 목표는 팀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박찬호는 팀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게 큰 목표다. 간단한 말인데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수비 포지션과 타순을 가릴 때가 아니다. 어떤 자리에서든 팀 승리에 힘이 되는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꿈은 크면 클수록 좋은 법이다. 박찬호의 시선도 이제 단순한 백업 자리가 아닌 자신의 야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주전 자리를 향해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진짜 현실로 이뤄내는 박찬호의 분위기다.

지금까지 그냥 백업 역할을 맡겠단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내 목표는 항상 ‘주전’이었다. 계단을 한 번에 올라가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은 한 칸씩 올라가는 그 단계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주전 자리로 확실히 올라갈 기회가 올 거로 믿는다. 그때까지 하루하루 충실하게 야구하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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