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추락 롯데, 최근 10년간 신인 스카우트 실패 연속

-2009~2018 지명 102명 중에 통산 WAR 1승 이상 선수 6명

-통산 100경기 이상 야수 10명, 30경기 이상 투수 6명 ‘대실패’

-같은 기간 다른 구단들은 오지환, 안치홍, 김상수 등 스타 발굴 성과

롯데 신본기는 지난 10년간 롯데가 지명한 선수 가운데 가장 1군에서 큰 활약을 펼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신본기는 지난 10년간 롯데가 지명한 선수 가운데 가장 1군에서 큰 활약을 펼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는 KBO리그에서 가장 축복받은 입지 조건을 갖춘 팀 가운데 하나다. ‘신인 1차지명'이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서울 다음으로 우수 자원이 풍부한 부산 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구단이 지명권을 나눠 먹는 서울과 달리, 부산은 경쟁자 없이 롯데의 독차지다. 눈 씻고 찾아봐도 1차지명 감이 없어 허덕이는 몇몇 지방 구단과 달리, 롯데는 경남고와 부산고라는 전통의 명문 고교 팀이 매년 대어급 유망주를 알아서 키워 바친다.

이처럼 젖과 꿀이 흐르는 팜을 보유한 팀이니, 성적도 그만큼 뛰어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도 경험 못 했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2년이 마지막이다. 5월 27일 현재까지 통산 승수도 2159승으로 원년 창단한 5개 구단 중에 최하위다.

NC 다이노스가 2013년 창단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뤄낼 동안, 롯데는 2017년 ‘원히트 원더’를 제외하곤 해마다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리고 올 시즌엔 18승 35패 승률 0.340으로 ‘독보적인’ 최하위에 그치는 중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감독 혼자만의 책임이 아닌 건 확실하다. 2013년 김시진 감독부터 이종운, 조원우, 올해 양상문 감독까지 사령탑만 세 번을 교체했지만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야구에서 감독의 역량이 팀 승수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감독은 주어진 선수 자원을 갖고 결과를 내는 역할이다. 결국, 좋은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구단의 책임이 크다.

특히 선수 수급의 젖줄 역할을 하는 신인드래프트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롯데는 해마다 부산 팜의 특급 유망주 중에 1차 지명권을 행사해 왔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해 2차 지명에서도 1라운드 상위 지명권을 받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쓸어담은 유망주 가운데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선수는 과연 몇이나 될까.

롯데의 드래프트 10년 잔혹사, 최고 플레이어는 ‘신본기’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롯데의 신인드래프트 결과. 파란색으로 표시한 선수는 100경기 이상 출전 야수, 혹은 3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다(표=엠스플뉴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롯데의 신인드래프트 결과. 파란색으로 표시한 선수는 100경기 이상 출전 야수, 혹은 3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다(표=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2009 신인드래프트부터 2018 드래프트까지 최근 10년간 롯데의 신인 지명 결과를 전수조사했다. 2019 신인드래프트는 올 시즌 입단한 선수들로 현 시점에서 결과를 논하기엔 적절하지 않아 제외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10년간 롯데가 지명한 102명의 선수 중에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는 대학생 시절인 2010년 아마추어 몫으로 아시안 게임에 발탁된 김명성(2011 지명), 2017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박진형 둘 뿐이다. 신인왕도, MVP도, 골든글러브 수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102명 중에 절반이 넘는 58명이 롯데 소속으로 1군에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롯데의 10년간 지명 선수 중에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야수 중에 통산 100경기 이상 출전 선수는 단 10명뿐, 3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도 6명에 그쳤다. 야수 중에 최다경기 출전 선수는 553경기에 출전한 신본기. 투수 중에는 144경기에 등판한 진명호가 최다 출전 선수다.

롯데의 10년 지명사 베스트, 워스트 사례(표=엠스플뉴스)
롯데의 10년 지명사 베스트, 워스트 사례(표=엠스플뉴스)

롯데가 뽑은 102명 중에 통산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1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신본기(3.16승), 진명호(2.19승), 구승민(1.78승), 박진형(1.74승), 김원중(1.64승), 오태곤(1.54승, KT 성적 제외) 6명뿐이다. 롯데가 10년간 지명한 선수 중에 최대 성공작이 타자는 신본기, 투수는 진명호란 얘기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1차 지명 혹은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에서도 롯데는 실패를 거듭했다. 1군 무대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2012 지명자 김원중 하나다. 2014년 뽑은 김유영과 지난해 입단한 한동희가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유망주긴 하지만, 아직까지 1군에선 보여준 것이 없다. 오수호, 홍재영, 김명성, 송주은, 강동관, 박종무가 1군에서 뛴 경기 수는 모두 합해 16경기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1차 지명이나 2차 상위 라운드 지명 선수는 다른 구단에서도 지명 대상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뽑힌다고 했다. 결국 롯데의 상위 지명 실패는 스카우트 실패와 육성 실패의 합작품이다. 최근 롯데는 2017 1차지명 선수 윤성빈을 시즌 중에 일본 연수를 보내기로 결정해 논란을 샀다. 롯데 육성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다.

흔히 스카우트의 진짜 실력이 발휘되는 건 5라운드 이후 지명이라고 한다. 롯데도 2012, 2013 드래프트 때까지는 5라운드 이후 지명자 중에 간간히 1군급 선수가 나오곤 했다. 2012년엔 김준태와 김상호가, 2013 지명에선 구승민과 임종혁이 1군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4 드래프트 이후로는 중하위 라운드 성공사례가 전멸에 가깝다. 2014 지명자 이창진은 롯데에선 빛을 못 보고 올해 KIA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2015 지명 중엔 김대륙이 1군 100경기 이상 출전했고, 강로한이 올해 1군에 모습을 보인 정도. 2016 드래프트부터는 2차 4라운드 이후 1군 선수가 아예 나오질 않았다. 2016년 이후 롯데의 신인드래프트는 이윤원 단장과 조현봉 육성팀장(현 운영팀장)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롯데가 10년 동안 뽑은 선수 102명의 통산 출전 경기는 도합 3114경기. 이들의 WAR 합계는 6.62승이다. 참고로 6.62승은 지난 시즌 키움 박병호가 113경기에서 혼자 올린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와 같은 숫자다.

롯데가 10년간 지명한 102명, 이정후 하나만도 못했다

롯데 나종덕과 한동희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나종덕과 한동희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가 드래프트에서 처절한 실패를 거듭할 동안, 다른 구단은 어떤 성과를 냈을까. 신인 못 뽑기로는 롯데와 쌍벽을 이루는 LG는 2009년 입단한 오지환이 통산 1125경기에서 WAR 27.33승을 적립했다. KIA도 2009년 안치홍이 1068경기에서 27.42승을 챙겼다.

삼성은 김상수(1149경기 WAR 19.05승), 심창민(387경기 11.30승), 구자욱(536경기 19.07승) 등 꾸준히 스타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SK는 2010년 입단한 박종훈이 146경기에서 10.17승을 챙겼고, 키움도 넥센 시절 한현희(317경기 12.64승), 김하성(664경기 20.13승), 이정후(306경기 9.25승)란 스타를 키워냈다. 참고로 이정후 한명이 데뷔 이후 3년간 생산한 WAR이 롯데가 지난 10년간 지명한 102명의 WAR 합계보다 훨씬 높다.

2013년 1군 무대에 합류한 NC는 박민우(668경기 21.68승)와 나성범(807경기 29.93승)이란 대박 사례가 나왔다. 2015년 1군에 올라온 KT도 고영표(149경기 5.19승)가 좋은 활약을 펼쳤고 지난해 입단한 김 민과 강백호가 뒤를 잇고 있다. 한화 역시 2017년 입단한 박상원이 111경기 3.63승으로 활약이 좋다.

NC와 KT, 한화는 부산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황량한 팜을 연고지로 보유한 팀이다. 그런데도 이들 구단 모두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가 10년간 뽑은 102명을 전부 합한 것보다 월등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09년 이후 롯데 외 구단들의 성공사례(표=엠스플뉴스)
2009년 이후 롯데 외 구단들의 성공사례(표=엠스플뉴스)

10년 동안 제대로 뽑은 선수가 거의 없고, 잘 키워낸 선수가 없으니 팀 전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어렵게 배출한 스타 선수들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하나둘씩 롯데를 떠났다. 장원준, 강민호, 황재균이 대표적이다. 또 모든 팀이 부러워하는 대어급 유망주들도 막상 롯데에 입단한 뒤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모든 선수가 강백호, 이정후처럼 곧바로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2015년 입단해 올 시즌 만개한 강로한처럼, 성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선수도 있다. 윤성빈, 나종덕, 한동희, 이승헌, 서준원 등 최근 롯데가 지명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이고 언젠가는 스타로 발돋움할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롯데가 지난 실패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 분야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부산이란 최고의 팜을 보유하고도 10년이나 스타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롯데의 유망주들은 롯데만의 자산이 아닌 한국야구의 자원이기도 하다. 이들이 10년뒤 스타 선수가 아닌 ‘그냥 서른살’이 된다면, 롯데는 물론 한국야구 전체의 비극이다. 롯데의 각성이 필요한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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