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코치, 구장 아르바이트생 멱살 잡고 뺨 때려

-한화 “선수들 연습 중이라 ‘나와달라’고 했는데 거친 언사해 코치가 화를 참지 못했다.” 제보자 “한화 코치가 멱살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일방 폭행”

-한화, KBO에 사건 보고. 그러나 경위서는 제출하지 않아. KBO “아직 합의 중이라, 경위서 제출받지 않았다.” 알고보니 이미 합의가 끝났던 사건

-한화 박종훈 단장 “이미 합의 끝났는데 무슨 경위서냐” 반발. KBO, 언론 보도 나오자 뒤늦게 경위서 제출 요구

-“사람 때리고도 합의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위험한 사고를 구단과 KBO 책임자가 공유한 게 최대 문제. 합의로 끝나면 상벌위는 왜 필요한가

한화 투수코치의 구장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이 벌어진 인천 SK 와이번스 문학구장. 이 사건은 언론 보도가 나기 전까지 '꽁꽁' 숨겨져왔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투수코치의 구장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이 벌어진 인천 SK 와이번스 문학구장. 이 사건은 언론 보도가 나기 전까지 '꽁꽁' 숨겨져왔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의 야구장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다루기로 결정했다.

KBO 관계자는 5월 31일 한화 투수코치의 SK 와이번스 홈구장 ‘그라운드 키퍼’ 폭행 사건에 대해 한화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오늘 오후 2시로 예정된 상벌위에서 전 삼성 라이온즈 선수 박한이의 음주운전과 함께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 “우리 코치가 구장 그라운드 키퍼와 멱살잡이 하다 화를 참지 못해 뺨 때려”, 제보자 “어떻게 알바생이 코치와 멱살잡이 할 수 있나? 멱살 잡혀 뺨 맞은 것”

한화 투수코치의 아르바이트생 폭행은 홈 구장도 아닌 원정구장에서 벌어졌다. 야구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비인격적 대우를 받아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만약 작은 목소리라도 내면 그날로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소리가 나올까 싶어 자존심이 무너져도 꾹꾹 참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투수코치의 아르바이트생 폭행은 홈 구장도 아닌 원정구장에서 벌어졌다. 야구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비인격적 대우를 받아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만약 작은 목소리라도 내면 그날로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소리가 나올까 싶어 자존심이 무너져도 꾹꾹 참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코치의 야구장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은 30일 오후 ‘일요신문’ 단독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사건은 내막은 이렇다.

5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SK전, 한화가 2대 9로 크게 뒤진 '클리닝타임' 때 한화 불펜 쪽에서 마운드 정리를 하던 ‘그라운드 키퍼’와 한화 A 투수코치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한화 관계자는 구장 관리를 하는 아르바이트생(그라운드 키퍼)에게 코치가 ‘선수들이 연습 중이라 다칠 수 있으니 나와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듣지 못했는지 비켜주지 않았다. 그리고서 지나가면서 (아르바이트생이 코치에게) 거친 언사를 한 모양이다. 이를 듣고 화가 난 코치와 아르바이트생이 서로 멱살잡이를 했고, 코치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뺨을 때렸다. 이유가 어찌 됐든 (코치가) 큰 잘못을 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아는 취재원은 다른 이야길 들려줬다.

A 코치가 아르바이트생에게 거친 말을 섞어가며 고압적으로 대했다. 나중엔 멱살을 잡아서 건물 안으로 데려간 뒤 뺨을 때렸다.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 운동선수 출신의 코치와 멱살잡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한화 구단은 사건이 터진 뒤 아르바이트생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병원비와 소정의 위로금을 지불한 뒤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관계자는 “피해자인 학생과 가해자인 코치가 서로 사과하고 원만하게 해결했다. 피해자 학생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도 있으니 추후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다”고 알려왔다.

그렇다면 한화는 A 코치에게 어떤 징계를 내렸을까. 과거 KBO가 가장 흔하게 쓰던 징계와 동일했다. 바로 ‘엄중 경고’였다. 한화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울 뿐 보직 이동조차 없었다.

이 사건의 내막을 잘아는 이는 “야구장에서 절대 ‘을’ 신분인 아르바이트생이 대기업 소속 야구단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쉬운 일이 아니”라며 빰을 맞아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는 게 야구장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한화, KBO에 보고 후 “사건 합의됐다”는 이유로 경위서 제출 거부. KBO, 경위서 안 받다가 뒤늦게 문제 불거지자 경위서 요구. “사람 때려도 합의만 보면 문제없다”는 시대착오적 마인드를 공유한 한화와 KBO

한화 박종훈 단장. 소속 구단의 투수코치가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한 걸 KBO에 보고했지만, 경위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KBO도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위서 제출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합의가 끝난 사건“이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된 사건은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박종훈 단장. 소속 구단의 투수코치가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한 걸 KBO에 보고했지만, 경위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KBO도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위서 제출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합의가 끝난 사건“이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된 사건은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사진=엠스플뉴스)

프로야구 코치의 일반인 상대 폭력은 KBO 규약이 규정한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 KBO 규약 제151조엔 ‘선수, 감독, 코치, 구단 임직원 또는 심판위원이 마약범죄, 병역비리, 인종차별, 폭력,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도핑 등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경기 외적 폭력에 대한 제재 규정은 ‘출장정지 30경기 이상, 제재금 500만 원’이다. KBO 관계자는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하면 구단이 KBO에 보고하고, 경위서를 제출한 뒤 사안에 따라 상벌위원회를 여는 게 정상적인 수순”이라며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보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한화는 사건 다음날인 5월 8일 곧장 코치의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을 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위서 제출은 없었던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한화 측은 “KBO에 보고 이후 KBO에서 별다른 피드백이 없어 경위서 제출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BO 측은 “8일 보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코치와 아르바이트생 간에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는 중이라, 후속 조치가 늦어졌을 뿐”이라며 “5월 말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알려왔다.

과연 어느 쪽이 사실일까. 취재 결과 한화는 KBO 보고 당시 이미 피해학생과 합의까지 마무리 지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제보자가 언론사에 제보한 시점도 사건 발생 사흘 뒤인 10일이었다. KBO가 구단의 보고 시점부터 20일이 넘게 경위서 요구를 하지 않은 걸 '합의 탓'으로 돌린 게 납득되지 않는다. 차라리 '언론 보도가 나기 전까지 최대한 숨기려고 했으나'가 솔직한 심경이었을지 모른다.

이 사건과 관련돼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 박종훈 단장이 ‘이미 합의된 사안인데 무슨 경위서냐’고 발끈했고, 이에 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이 박 단장의 눈치를 봐 언론 취재가 이뤄지기 전까지 경위서를 받지 않은 게 팩트라며 사람을 때리고 합의만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조폭 마인드를 구단 단장과 KBO 운영본부장이 공유했다는 게 최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외유성 시찰' 중인 KBO 정금조 운영본부장과 한화 박종훈 단장

KBO 운영팀은 그간 '구단 보호팀'이란 악명을 들어왔다. 이 사건에서도 KBO 운영팀은 사회적 약자 대신 힘 센 구단을 보호하는데 주력했다. 갖가지 은폐, 축소, 모르쇠로 일관해도 KBO는 해당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단 한번도 내리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KBO 운영팀은 그간 '구단 보호팀'이란 악명을 들어왔다. 이 사건에서도 KBO 운영팀은 사회적 약자 대신 힘 센 구단을 보호하는데 주력했다. 갖가지 은폐, 축소, 모르쇠로 일관해도 KBO는 해당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단 한번도 내리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정 운영본부장은 현재 박종훈 한화 단장과 함께 미국 출장 중이다. 10개 구단 단장들은 29일부터 6월 5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MLBAM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하고, 도미니카 소재 야구 아카데미를 돌아보는 일정을 소화 중이다.

모 전임 단장은 솔직히 미국 시찰은 말이 국외 출장이지, 외유 성격에 가깝다”며 “누군가는 국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는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을 텐데...하고 말끝을 흐렸다.

엠스플뉴스는 정 운영본부장에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 운영본부장은 그간 야구계에서 벌어진 갖가지 사건과 관련해 은폐, 축소, 모르쇠 논란의 중심에 빠짐없이 서왔던 인물이다.

KBO는 코치의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한화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고, 상벌위 회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나마 KBO가 이 사건을 제대로 다루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상벌위에서 징계가 내려진다면 해당 코치의 실명도 공개될 것이다. 야구계의 약자들은 상벌위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배지헌, 이근승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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