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적한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 6월 11일 1군 선수단 합류
-곧바로 불펜 투구 소화한 다익손, 13일 혹은 14일 선발 등판 유력
-“야구는 때론 비즈니스, 친정팀인 SK에 특별히 나쁜 감정은 없다.”
-“이닝 소화 능력 부족 지적 잘 알아, 루틴에 변화를 주겠다.”

이제 SK 유니폼이 아닌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제 SK 유니폼이 아닌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진짜 크긴 크다.”

6월 11일 잠실구장의 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 분위기는 웅성웅성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큰 신장의 생소한 사내가 등번호 50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위기에 빠진 롯데를 구해줄 구세주로 기대받는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이었다.

피가 말리는 다익손의 일주일이었다.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올 시즌 KBO리그에 입성한 다익손은 3일 웨이버 공시 상태가 됐다. SK가 타이완 리그에서 뛰던 헨리 소사를 시즌 도중 영입하며 다익손을 포기한 까닭이었다. 다익손은 9일까지 SK가 아닌 다른 팀의 제안을 받지 못한다면 올 시즌엔 KBO리그에서 떠나야 했다. 좌절과 절망의 순간 롯데가 다익손에게 손을 내밀었다.

SK가 내보낸 선수를 다시 영입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롯데는 몸 상태가 불완전한 제이크 톰슨 대신 다익손을 선택했다. 웨이버 공시 선수 영입이기에 롯데는 다익손과 SK 간의 계약을 승계받아 잔여 연봉을 다익손에게 지급해야 한다. 롯데는 다익손과 더불어 새 외국인 타자 제이콥 윌슨의 영입도 11일 공식 발표했다. 13일 입국하는 윌슨은 취업 비자 절차 등을 거친 뒤 빠르면 1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뛸 전망이다. 이처럼 롯데는 외국인 선수 동시 교체로 리그 최하위 탈출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한다.

다익손은 먼저 팀 선발진 안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다익손은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1군 선수단에 공식 합류했다. 롯데 선수단과 처음 만난 다익손은 이날 불펜 투구까지 소화하며 실전 등판을 향한 의욕을 내비쳤다. 총 20구의 불펜 투구를 소화한 다익손은 13일 잠실 LG전 혹은 14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선발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다익손의 불펜 투구를 지켜봤는데 속구의 힘과 큰 신장에서 나오는 공의 각도가 좋았다. 다익손이 내일(12일)만 아니면 언제든지 나가도 된다더라. 너무 오랫동안 공을 안 던지면 안 되니까 13일 혹은 14일 선발 마운드에는 다익손을 꼭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익손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새로운 팀 분위기, 새로운 코치진, 새로운 동료들에게 먼저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간 떨어져 있던 투구 감각을 다시 빠르게 끌어 올려야 한다. 실제로 오랜만의 불펜 투구에 나선 까닭인지 다익손의 제구가 몇 차례 크게 흔들린 상황도 불펜 투구 과정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SK에서 실패했단 생각을 지우는 것도 중요하다. 다익손은 SK에서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고 괜찮은 결과를 얻었단 점을 거듭 강조했다. 거기에 약점으로 지적받은 ‘이닝 소화’ 능력을 올리고자 자신의 루틴을 바꾸겠단 의지까지 내비쳤다. “야구는 때론 비즈니스일 수 있다”며 SK의 선택을 존중한 다익손은 이제 롯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 신화를 쓰겠단 각오다.

다익손은 6월 11일 팀 훈련에 합류하자마자 곧바로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다익손은 6월 11일 팀 훈련에 합류하자마자 곧바로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새로운 팀에 합류한 첫날에 불펜 투구까지 소화했다.

불펜 투구를 오랜만에 소화했는데 무언가 조금 녹슨 느낌이다(웃음). 그런 상황치곤 괜찮은 불펜 투구였다. 지금 이 자리에는 전부 새로운 얼굴이 가득하다. 알아가는 과정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싶다. 천천히 팀 분위기와 팀 동료들을 알아가고 싶다.

SK에서 방출 결정 뒤 SK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SK 팬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SK 팬들의 긍정적인 응원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게 해주셨다. 큰 활약을 못 보여드렸음에도 SK 팬들이 그렇게 응원해주셔서 그저 감사했다.

웨이버 공시 뒤 일주일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솔직히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러갔다. 그동안 희망을 지니고 캐치볼 등 운동을 이어왔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다(웃음). 그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 롯데행이 결정됐을 때 느낌은 어땠나.

거의 마지막 순간에 결정됐는데 그전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흥분됐다.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있었는데 그걸 이어가게 돼 다행이다.

롯데 벤치에서 요구하는 부분에 적응해야 할 수도 있다.

코치진이 어떤 걸 요구하거나 안 좋은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거기에 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

다익손이 불펜 투구를 마친 뒤 양상문 감독(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다익손이 불펜 투구를 마친 뒤 양상문 감독(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불펜 투구 뒤 양상문 감독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오늘 불펜 등판에서 스프링 캠프 때부터 연습한 스플리터를 던져봤다. 양상문 감독님이 다른 그립을 가르쳐주셨다. 변화구를 더 편안하게 던질 방법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선두 SK에서 최하위 롯데로 오게 된 것도 특이사항이다.

팀 순위가 크게 바뀌었지만, 내가 지닌 개인 목표는 달라질 필요가 없다. 마운드 위에서 팀 승리를 도와주는 건 투수라면 어디에서든 다 똑같다.

SK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

솔직히 SK에 특별히 나쁜 감정은 없다. 팀이 원하는 대로 던졌고, 결과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도 야구는 때론 비즈니스일 순간이 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거다. SK와는 비즈니스로 안 맞았던 거다. SK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동료들이 모두 다 잘해줘 감사했다. SK에서 한 투구를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등판 때마다 이닝을 더 길게 소화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나도 그런 목소리를 잘 안다. 그래서 SK에서 했던 것과 다르게 루틴을 바꿀 생각이다. 예전엔 선발 등판 사이에 매우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는 스타일이었다. 이젠 체력을 비축해 더 힘찬 공을 던질 계획이다. 날씨도 더워지는 상황에서 한 경기 투구수를 더 늘리도록 노력하겠다. SK에선 빠르게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롯데에선 이닝을 더 길게 소화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롯데 팬들은 기대하는 부분과 우려하는 부분이 각자 있다.

롯데 팬들이 기대하는 것도 있겠지만, 우려하는 부분에 관해선 내가 SK에서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SK에서의 후회는 없다. 물론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온 걸 부정하진 않겠다. 여기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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