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극심한 공격력 부진에 시달리는 LG, 롯데, 한화

-세 팀 나란히 팀 wRC+ 최하위권…LG는 팀 득점 600점 이하로 시즌 마칠 위기

-얇은 주전 뎁스, 노장 붙박이 지명타자, 외국인 타자 부진이 원인

-LG 타격 부진, 막강 투수력으로 만회한다…득점 꼴찌팀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할까

이틀 연속 연장전 끝내기 승리를 거둔 LG(사진=LG)
이틀 연속 연장전 끝내기 승리를 거둔 LG(사진=LG)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는 6월 13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대 4로 졌다. 6월 2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13일 LG전까지 최근 10경기 연속 3점 이하를 얻는데 그쳤다. 10경기 동안 롯데가 얻은 득점은 총 22점으로, 경기당 평균 2.2점에 해당한다. 헤이, 다익손. 새로운 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 10경기 동안 롯데가 패배를 면한 경기는 딱 두 경기 뿐이다. 한번은 4일 부산 한화전. 여기서 롯데는 제한된 3득점만 얻는데 그쳤지만, 상대팀 한화가 2득점만 올려준 덕분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11일 잠실 LG전에서도 타선이 12이닝 동안 1득점에 그쳤지만, 상대팀 LG도 1점만 얻으면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3점’ 자이언츠의 패배를 막아준 한화와 LG는 올 시즌 롯데보다 더 심각한 득점력 부진에 시달리는 팀이다. 롯데보단 덜하지만 한화의 최근 득점 부재도 만만찮다. 최근 10경기 중에 6경기에서 3득점 이하에 그쳤고, 나머지 4경기 중에 2경기에선 4점만 뽑았다. 2경기에선 6득점을 얻어냈지만, 1승 1패에 그쳤다.

FC 트윈스도 짠물야구로는 뒤지지 않는다. 최근 6경기 동안 4점보다 많은 점수를 뽑아낸 경기가 없다. 한화와 3연전에선 3경기 동안 8점을 내는 데 그쳤고, 롯데와는 사흘 연속 연장전을 치러 32이닝 동안 9득점에 그쳤다. LG의 끝내기 승리로 끝난 12일과 13일 경기는 LG 타자들이 ‘잘 쳐서’ 만든 결과가 아니다. 경기 후반 두 팀의 공격은 마치 영화 ‘기생충’ 속 송강호 가족과 이정은 가족의 지하실 배틀을 야구로 재현한 것처럼 보였다.

어떤 팀(혹은 선수)이 얼마나 못 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아보는 데 wRC+(조정 득점창출력)만큼 유용한 스탯도 없다. 이 스탯은 타자 혹은 팀의 득점 생산력을 리그 평균 수준인 100을 기준으로 ‘상대평가’해서 보여준다. 가령 NC 양의지의 wRC+는 202.5인데, 이는 양의지가 리그 평균 타자보다 100% 이상 뛰어난 득점창출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엘·롯·한 세 팀의 득점창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놀라지 마시길. 14일 현재 롯데는 wRC+ 90.9로 리그 8위, 한화는 90.4로 리그 9위, LG는 90.1로 리그 최하위다(7위 SK 95.8). 세 팀의 득점생산력이 리그 평균(100)보다 10% 가까이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LG는 이대로 가면 2014시즌 이후 처음으로 팀 득점 600점 이하로 시즌을 마치는 팀이 될지도 모른다(144경기 593득점 페이스).

엘·롯·한의 타격 부진, 일시적 현상 아닌 이유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만약 팀 타격 부진이 일시적인 ‘사이클’의 문제라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10경기 연속 3득점 이하에 그쳐도 내일의 희망이 있다. 타자들의 사이클이 상승세로 올라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고 존버하다 보면, 언젠가는 안타와 홈런이 쏟아지고 두 자릿수 점수가 폭발하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엘·롯·한 세 팀의 공격력 저하엔 단순히 ‘사이클’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우선 얇디 얇은 야수 뎁스가 세 팀의 공통점이다. 지난주 김민성의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LG 주전 내야수 중에 ‘건강한’ 선수는 유격수 오지환 하나만이 남았다. 오지환은 LG가 2009년 이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키워낸 유일한 국가대표 야수이기도 하다.

롯데 역시 유격수 신본기를 제외하면 1군에서 검증된 기록이 없는 대체선수들이 돌아가며 내야를 보는 중이다. 지난 시즌엔 포수와 3루수 자리 공격력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2루와 1루까지 구멍이 났다. 고액연봉자가 즐비한 롯데가 신인급인 고승민, 한동희의 1군 복귀를 기다리는 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한화의 사정도 비슷하다. 유격수 하주석의 시즌 아웃에 3루수 송광민의 이탈, 대체 유격수 오선진의 이탈로 이제 갓 스무살이 된 2루수 정은원 혼자 내야진의 소년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고졸 신인 노시환과 변우혁이 데뷔하자마자 뭔가 보여주길 기대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세 팀의 주전 내야수가 빠져나간 빈 자리는 타격에서 크게 기대할 게 없는 수비형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메우고 있다. 퓨처스 멤버 중에도 1군에서 ‘임팩트’를 선사할 만한 이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신인드래프트 실패와 육성 실패가 누적된 댓가다. 두산이나 SK가 ‘다른 팀에 가면 주전급’ 백업 선수들을 앞세워 주전 선수의 부진과 부상을 말끔히 해결하는 것과 비교된다.

노장 프랜차이즈 스타의 존재도 세 팀의 공통점이다. LG는 박용택, 롯데는 이대호, 한화는 김태균이란 거물급 스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30대 후반 혹은 40대에 접어든 세 선수는 현재 지명타자가 주 포지션이다. 주전 선수 체력 안배와 폭넓은 로스터 활용을 중시하는 현대 야구에서 붙박이 지명타자는 비효율의 극치로 여겨진다. 특정 선수가 지명타자 자리를 독점하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나머지 야수들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또 하나 공통점은 외국인 타자의 부진. LG 토미 조셉은 허리에 ‘디스크’란 이름의 시한 폭탄을 달고 뛰는 중이다. 롯데는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일찌감치 집에 보냈고, 지난해 제이 데이비스급 활약을 펼쳤던 제라드 호잉은 올 시즌 덕 클락(2008년 타율 0.246에 22홈런)급 타자로 퇴화했다. 국내 타자들이 부진하면 외국인 타자라도 제몫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유강남, 김민성이 엔트리에 속해 있던 5월까지 LG의 팀 득점은 228점으로 리그 10위였다. 같은 기간 한화의 팀 득점도 254점(8위)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력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부상자들이 엔트리에 복귀해도 지금의 암울한 득점력에 큰 변화가 없을지 모른단 얘기다.

타격 부진, 투수력으로 만회하는 LG…득점 꼴찌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할까

LG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의 현재까지 활약은 기대 이하다(사진=LG)
LG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의 현재까지 활약은 기대 이하다(사진=LG)

이렇게 형편없는 득점력을 갖고도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을까. 1999년 이후 모든 팀의 시즌 조정득점창출력을 조사한 결과, 평균(100) 이하의 wRC+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총 18팀. 이 가운데 우승까지 차지한 팀은 2009시즌 KIA(98.8)와 2011시즌 삼성(98.9) 둘 뿐이었다.

특히 91.0 이하의 극히 저조한 득점창출력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간 팀은 최근 20년 사이 2팀 밖에 없었다. 2002년 LG가 91.0의 wRC+로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고, 지난 시즌 한화가 89.1의 wRC+로 리그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일정수준 이하의 공격력으로 포스트시즌에 가려면, 이를 상쇄할 만한 강력한 투수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엘·롯·한 세 팀 중에 LG 한 팀만 상위권에 속해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강력한 불펜을 자랑했던 한화는 올 시즌 평균자책 4.50으로 리그 7위에 그치고 있다. 롯데는 리그 최하위인 5.49의 팀 평균자책으로 공인구 교체 효과를 무색하게 하는 중이다.

반면 LG는 저조한 공격력을 막강한 투수력으로 극복하며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가고 있다. 14일 현재 팀 평균자책 3.08로 압도적인 1위. 특히 불펜 투수진은 평균자책 2.91로 10개 팀 중에 유일한 2점대다. 선발투수진은 5인 로테이션이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간다. 임찬규가 불펜으로 나와야 할 정도다. 삼성 왕조 시절 권오준-오승환 듀오를 연상케 하는 정우영-고우석의 승리조도 경기를 거듭할 수록 위력을 더하는 모습이다.

이 정도로 투수력이 막강하면, 타력이 약해도 이기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정주현이 테이블세터에 포진하고, 팀내 최고연봉 타자가 시즌 5홈런에 그치고, 외국인 거포가 수시로 허리를 부여잡고, 상대팀 투수가 6번타자부터 9번까지를 휴게소처럼 편안하게 여기더라도......경기가 LG의 승리로 끝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1점차 경기에서 LG는 14승 8패 승률 0.636로 SK(17승 1패 0.944)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역전승은 23차례로 리그 최다. 9번의 연장전에서 7승 1무 1패로 최다승과 최고승률(0.875)을 올리는 중이다. 8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은 100%다.

LG 타선이 아무리 점수를 못 내도, 점수를 못 내는 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불펜투수를 내세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상대가 실수를 하든 운이 따르든 마지막엔 LG가 이기는 시나리오다. 이대로라면, LG는 1999시즌 이후 wRC+ 리그 최하위와 팀 득점 꼴찌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최초의 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포스트시즌 그 이상을 바라보려면, 타선이 지금보다는 좀 더 힘을 내줘야 되겠지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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