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연소 스카우트 팀장’ SK 와이번스 조영민 스카우트 그룹장

-조영민 “데이터 시스템화로 SK 왕조 이어간다”

-“팀 색깔에 어울리는 선수 그리고 시스템에 따른 지명이 핵심”

-“전면 드래프트 찬성...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 못 하죠”

'KBO리그 최연소 스카우트 팀장' 조영민 스카우트 그룹장이 말하는 스카우트. 그 속 이야기를 물었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KBO리그 최연소 스카우트 팀장' 조영민 스카우트 그룹장이 말하는 스카우트. 그 속 이야기를 물었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베이스볼코리아]

한땐 주목받는 투수였다. 우직한 체구에 묵직한 패스트볼을 포수 미트에 사정없이 꽂아 넣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도 그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곤 했다.

SK 와이번스 조영민 스카우트 그룹장은 광주제일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4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당시 투수진이 부족했던 한화는 조 팀장을 '차기 마무리 투수' 후보로 점찍었다. 신체 조건이 우수한 건 아니었지만, 타자들을 윽박지를 줄 아는 투수였다. 하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묵직했던 속구처럼 ‘쭉, 쭉’ 뻗지 못했다. 갑작스런 트레이드(SK 와이번스)와 군 복무에도 마지막 반전을 꿈꿨지만, 마운드는 끝내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정말 끝까지 노력해 봤는데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때가 2013년에서 2014년 무렵이었어요. 막상 팀(LG)을 나오긴 했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되더라고요. 그때 마침 SK에서 ‘스카우트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셨죠.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예’ 라고 대답했던 게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운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꽃을 피웠다. 스카우트의 삶은 마치 오래 전에 잃어버린 새 운동화 같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지칠 줄 몰랐다. 대게 시원한 그늘을 찾게 마련이지만, 묵묵히 태양 밑에 자리를 폈다. 동료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구장을 지켰던 그다.

“저도 덥죠. 이젠 살도 많이 쪄서 땀을 비 오듯 흘리거든요. 그래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겐 큰 힘이 될 거란 사실을요. 저보다 더 덥고, 힘든 학생 선수들에겐 누군가의 관심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잖아요. 학생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조 팀장의 헌신은 결과로 나타났다. 그는 KBO리그 최연소 스카우트 팀장이다. SK 고위 관계자는 “조 팀장의 헌신과 노력을 높이 평가해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작은 거인' 조영민, KBO리그 최연소 스카우트 팀장이 되다.

조영민 SK 와이번스 스카우트 그룹장(사진=베이스볼코리아)
조영민 SK 와이번스 스카우트 그룹장(사진=베이스볼코리아)

KBO리그에선 가장 어린 스카우트 팀장입니다. 타 구단 팀장들에 비하면 10살 이상 어리더군요.

기존에 팀장님들은 대부분 40대 중반에서 50대세요. 전 운이 좋은 편이죠. 실력에 비해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담도 정말 크고,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자요(웃음). 선배들이 이뤄놓은 성과에 누가 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보단 은퇴 후에 더 잘 풀린 듯해요.

(쑥스럽게 웃으며)선수 시절 생각하면 아쉬운 게 참 많죠. 쓰린 기억도 많고(웃음). 다만, 그런 경험 덕분에 지금 스카우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겐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할까. 당시 실패가 지금의 절 만들었잖아요. 그 경험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되고, 나태해질 수 없는 충격제가 되곤 합니다.

사실 스카우트만큼 힘든 직업이 또 없지 않습니까. 무더위 속에서도 하루 3, 4경기를 지켜봐야 하잖아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하루 4경기를 보고 나면 두 눈이 충혈 되더라고요. 한여름엔 제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적응이 됐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기에 빠져들 때가 있어요. 또 제가 직접 평가한 선수를 뽑는단 점도 재미있고요.

그런 점에서 최근 SK 스카우트팀은 젊어진 듯합니다.

스카우트 부서 자체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기존 선배들이 토대를 너무 잘 닦아놓으셔서 막상 제가 할 게 없더라고요(웃음). 다만, 올해 지명 순위가 제일 늦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전략이 필요해요. 그러면서도 SK만의 색깔을 가져가는 게 첫 번째고요.

SK의 색이라.

우선 팀 컬러에 맞는 선수를 선발해야 합니다. 향후 5년을 미리 내다보고 대체 포지션을 감안하는 거죠. 최근 몇 년간 SK의 지명 결과를 한 번 보세요

2018년까진 투수를 많이 뽑은 거로 압니다.

맞아요. 그간엔 투수 지명이 많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팀 내 투수진 보강이 화두로 언급됐고, 거기에 맞는 트레이드나 드래프트 전략이 수립됐어요. 다만, 지난해부턴 조금 달라졌죠. 내야진의 노쇠화를 대비하자는 의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신인 지명전부터 내야수를 눈여겨봤습니다. 2차 1번에 지명된 내야수 김창평은 정말 좋은 선수지만, 팀 내 여러 가지 환경이 반영된결과라고 봐야죠.

최첨단 평가 시스템 도입한 비룡군단, '한국판 머니볼 꿈꾼다.'

선수 시절 조영민 그룹장(사진=SK)
선수 시절 조영민 그룹장(사진=SK)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그런 계획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잖아요. 결국, 좋은 투수들을 많이 확보했던 게 주요했습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박)종훈이와 (김)태훈이가 처음엔 어땠는지 아세요?

어땠습니까.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투수들이었어요(웃음). 맨날 포볼 내주고 강판당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제 한 번 보세요. 태훈이는 SK 마무리투수로 말이 오가잖아요. 거기다 종훈이는 15승이 가능한 선발 투수로 성장했고요. 그 친구들을 보면서 배운 점이 많습니다.

배웠다라.

드래프트란 게 그렇더라고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잠재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선수를 찾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올해 지명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후 순번이라도 충분히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단 게 제 생각이에요. 만약 이 선수가 다른 건 조금 못하더라도 제구가 정말 좋다고 생각되면 뽑는 거죠. 타격이 좋으면 타격만 보고 뽑는 거예요.

하나의 확실한 툴을 가진 선수?

한동민은 9라운드에 뽑힌 선수였습니다. 박정권, 김동엽 역시 그랬고요.

마치 영화 ‘머니볼’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SK의 선수 분석 시스템은 그런 부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위 순번이라도 선수 특성에 맞게 장점을 극대화하는 거죠. 터질 확률이 낮더라도 한 번 터지면 크게 터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올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SK식 시스템은 뭡니까.

쉽게 말하면 일종의 ‘선수 정보 시스템’이라고 보면 돼요. 저희는 모든 선수의 데이터를 수치화합니다. 많은 스카우트가 보고체크하는 부분이라 자료를 한 곳에 모아 객관적인 수치로 풀어낼 필요가 있었죠. 선수마다 책정된 수치를 입력하면 최종 등급이 예측됩니다. 이 시스템은 2014년부터 자체적으로 시행된‘W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2016년엔 스카우트팀과 전력분석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어요. 쉽게 말해서 고도화된 평가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데이터에 의거한 까닭인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선 대단히 공격적이었습니다. 특히 7라운드에 지명한 영문고 투수 서상준에 대해선 리스크가 클 수 있단 평가가 많았습니다.

요즘 야구선수를 평가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인성이죠. 서상준 선수는 부상이 없었다면 상위 라운드에 지명될만한 선수였습니다. 7라운드에 뽑을 수 있었던 건 사실 행운이라고 봐야죠. 분명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사실관계를 분명히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기에 안심하고 뽑았던거죠.

하재훈을 향한 관심도 대단합니다.

처음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저희 팀은 하재훈 선수를 처음부터 투수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이 선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보셔서 아시겠지만, 재훈이는 상대를 절대 피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마무리 투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 아니겠어요?

지난해 드래프트 땐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요.

첫째론 ‘우리 팀과 잘 맞는 선수인가’를 봤습니다. 당장 부족한 포지션이 어딘지 고민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훈련에 임하는 태도 역시 중요했습니다. 코치들이 지도하는 내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수인가를 우선적으로 살폈어요. 사전에 코치진과 상의도 많이 했고요.

벌써 2020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전략이 궁금해집니다.

지금 말씀드리면 올해 장사 다 끝난 거 아닌가요(웃음). 확실한 건 1, 2년만 생각해선 안 된단 점이에요. 그간 팀이 추구했던 방향성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4, 5년 뒤, 우리 베스트 멤버는 누구일까. 어떤 포지션이 부족할까란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스카우트 정말 쉽지 않네요(웃음).

정리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고, 팀 색깔에 어울리는 선수 그리고 시스템에 따른 지명이 핵심입니다.

개인적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전 신체 조건에 점수를 많이 주는 편이에요. 사실 저도 잘 몰랐는데. 나중에 뽑고 보면 항상 키가 크다든지. 대부분 신체 조건에 장점이 많은 선수를 뽑았더라고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현역 시절에 작은 키 때문에 설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장난이고(웃음). 그런 부분에서 오는 메리트가 크다고봐요. 제가 현장 지도자라면 다를 수 있지만, 스카우트로선 이 선수의 장래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잖아요. 같은 실력이면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들에게 눈이 먼저 가는 것 같습니다.

조영민의 반문,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할 수 있을까요?"

SK 새 왕조의 출발점. '스카우트'. 조영민 그룹장은 오늘도 현장을 누비며 SK의 미래를 찾고 있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SK 새 왕조의 출발점. '스카우트'. 조영민 그룹장은 오늘도 현장을 누비며 SK의 미래를 찾고 있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1차 지명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봅니까. (이 인터뷰는 KBO 이사회의 전면드래프트 재도입 결정 전에 진행됨)

먼저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힙니다(웃음). 전면 드래프트는 필요합니다. 어떤 팀은 ‘무조건’ 좋은 선수를 데려가고 어떤 팀은 ‘아예’ 뽑을 선수가 없는 상황이 자꾸 생기잖아요.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거잖아요. 서울권은 10개가 넘는 고등학교에서 200명에 가까운 학생선수들을 확보해놓고 시작합니다. 한데 어떤 구단은 80명만 갖고 출발해요.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SK는 1차 지명 후보가 많은 거로 압니다만.

예. 맞아요. 저희는 야탑고 안인산, 오원석 같이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연고 지역에 있습니다. 내후년에도 좋아요. 앞으로 몇 년간은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한 가지 질문 할까요? 기울어진 축구장에선 공을 찰 수 있습니까?

그랬다간 뉴스에 날 일이죠.

맞습니다. 그런 곳에선 축구를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한국야구는 지금 기울어진 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잖아요.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이래선 누가 못하는 팀의 팬이 되고, 경기를 보러 가겠어요.

모두가 살자?

어떤 팀은 주구장창 이기고, 어떤 팀은 매일 지고. 결과가 뻔한 데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지금 구조론 kt가 11번째 선수를 뽑게 됩니다. 강백호가 1차 드래프트 대상자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모두가 공평하게 경쟁하고, 경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합니다.

베이스볼코리아(sjeon@baseballkorea.co.kr)


*'베이스볼코리아'가 더 많은 학생 선수를 찾아갑니다. 매주 엠스플뉴스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한국 야구의 미래인 아마추어 선수들을 응원해주세요. 본 컨텐츠는 '베이스볼코리아 매거진 3월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베이스볼코리아 매거진'에서 확인하세요.

구입 문의: 네이버 스토어팜(naver.me/xLRHkfPw)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