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LG 트윈스, 연속 100만 홈 관중 기록 붕괴 위기
-“의미 있는 100만 홈 관중 연속 기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인기 지방 구단들의 성적 부진과 원정 팬 점유율 저하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
-“3루 쪽은 원정 응원석이란 팬들의 인식, 3루도 우리 홈구장으로 생각해주시길”
-“잠실 롯데·KIA전, 제주도 LG·두산전 등 그동안 하지 않은 파격적인 시도가 필요”

잠실구장 3루 쪽 좌석은 보통 원정 응원석으로 팬들에게 많이 인식된 상황이다. 올 시즌 같이 지방 팀들의 동시 부진이 생기면 잠실구장 관중 흥행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잠실구장 3루 쪽 좌석은 보통 원정 응원석으로 팬들에게 많이 인식된 상황이다. 올 시즌 같이 지방 팀들의 동시 부진이 생기면 잠실구장 관중 흥행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100만 홈 관중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숫자죠.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마케팅 관계자들이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모았다. 잠실 홈 100만 관중 기록은 한국 야구의 재부흥을 의미하는 숫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뒤 야구가 다시 인기를 끌며 두산과 LG는 각각 2009년과 2010년부터 10년 연속, 9년 연속 홈 100만 관중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두산의 10년 연속 홈 100만 관중 기록은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어쩌면 최근 몇 년 동안 당연하게 느껴진 잠실 홈 100만 관중 기록이 올 시즌 깨질 위기에 처했다. 두산은 9경기를 남긴 가운데 총 84만 9,627명의 홈 관중, LG는 7경기를 남긴 가운데 총 88만 1,368명의 홈 관중을 기록 중이다.

두산(평균 1만 3,486명)과 LG(평균 1만 3,560명)의 올 시즌 평균 홈 관중을 고려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두산은 최종 97만 1,001명, LG는 최종 97만 6,288명 홈 관중 기록이 예상된다. 양 팀 모두 연속 홈 100만 관중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홈 관중 동원 상위권인 SK 와이번스(평균 1만 3,694명)도 산술적으로 최종 98만 5,960명의 최종 홈 관중이 전망된다. 결국, 2007년 KBO리그 암흑기 끝자락 이후 12년 만에 100만 홈 관중 구단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방 팀들의 부진과 원정 팬 점유율 감소가 결정적인 요인”

두산과 LG의 맞대결이 9월 8일 잠실구장. 홈 아닌 홈 응원을 할 수 있는 잠실 라이벌 매치에선 1만 7,675명이라는 많은 관중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원정 팬들의 규모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과 LG의 맞대결이 9월 8일 잠실구장. 홈 아닌 홈 응원을 할 수 있는 잠실 라이벌 매치에선 1만 7,675명이라는 많은 관중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원정 팬들의 규모가 흥행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리그 관중 및 흥행 저하를 두고 현장에선 많은 얘기가 나왔다. 미세먼지와 폭염 등 날씨 영향·경기 질 저하·공인구 반발계수 변화로 생긴 홈런 숫자 저하·조기에 이뤄진 순위 고착화·인기 지방 구단의 부진 등이 관중 및 흥행 저하 요인으로 꼽혔다.

잠실구장 흥행을 주도한 두산과 LG는 올 시즌 관중 동원 부진의 1순위 원인으로 인기 지방 구단의 부진을 꼽았다. 한국 지리적 특성상 수도권에 많은 인기 지방 구단 팬들이 있다. 이런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절대적인 관중 숫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뜻이다.

두산 관계자는 수도권 입지 특성상 지방 구단의 원정 응원 팬들의 비중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올 시즌엔 모든 지방 구단이 부진하니까 원정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안 오신다. 아무래도 시즌 초반부터 순위 싸움에서 멀어진 상태라 팬들의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나 롯데 자이언츠도 홈 관중 숫자가 꽤 줄었다. 그 여파가 수도권 원정 경기에도 영향이 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의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대비 원정팀 팬들이 주로 예매하는 3루 좌석 점유율이 확연히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LG 관계자는 올 시즌 관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루 쪽 홈 팬들의 숫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줄지 않았다. 다만, 3루 쪽 원정 팬들의 점유율이 확 줄었다. 아무래도 지방 팀들의 성적이 안 좋으니까 그 여파가 3루 쪽 좌석 예매율 저하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산술적으론 홈 100만 관중 달성이 힘들어진 분위기지만, 두산과 LG는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 연속 100만 홈 관중 기록을 이어가겠단 각오를 다졌다. 두산 관계자는 아슬아슬한 흐름인데 끝까지 100만 홈 관중에 도전해야 한다. 최근 랜덤 포토 카드 등 다양한 컬렉션 상품을 배포하고 있다. 잔여 시즌 주말 경기 편성이 잘 된 편인데 많은 야구팬이 잠실구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LG 관계자도 100만 홈 관중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가까스로 달성하거나 조금 덜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주말 경기 우천 취소 하나하나가 아쉽다. 최근 날씨가 안 좋았지만, 그런 걸 만회하려고 노력 중이다. 고객 관리 데이터를 통해 송파구 자영업자와 학생들이 야구장에 올 수 있게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의미가 있는 기록이기에 구단도 포기하지 않고 야구장에 팬들을 끝까지 불러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두산과 LG 모두 100만 홈 관중 달성을 위해 1루 좌석에 주로 있는 홈 팬들이 3루 쪽 좌석으로도 넘어가길 원했다. 두산과 LG 홈 팬들이 3루 쪽 좌석을 원정 응원석으로 인식해 예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두산 관계자는 예매 데이터를 보면 1루와 외야 쪽 좌석은 거의 꽉 차는데 우리 팬들이 3루 쪽 좌석으로 넘어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팬들에게 오랫동안 1루 쪽 좌석이 홈, 3루 쪽 좌석이 원정 응원석으로 인식된 까닭이라고 말했다.

LG는 8월부터 3루 쪽 좌석도 홈 팬들이 채워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LG 관계자는 홈 팬 대부분이 3루 쪽 좌석은 홈 응원석이 아니라고 인식한다. 이미 구분을 짓고 예매를 하니까 쉽진 않다. 8월부터 3루 쪽도 우리 홈 팬들이 채워달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3루 좌석도 우리 홈구장이니까 여기도 채워주세요’라는 메시지다. 잔여 경기에서 우리 홈 팬들이 잠실구장 전체를 꽉 채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잠실 롯데-KIA전·제주도 LG-두산전, 우리도 꿈의 대결 만들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내년 8월 13일 영화 꿈의 구장을 배경으로 한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간의 특별 경기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KBO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사진=MLB.com)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내년 8월 13일 영화 꿈의 구장을 배경으로 한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간의 특별 경기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KBO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사진=MLB.com)

물론 언제까지 지방 구단의 성적 향상과 팬들을 향한 호소에만 기댈 순 없다. 야구계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에 쌓인 상황에서 파격적인 흥행 마케팅과 국제 대회 호성적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KBO리그 흥행이 재점화된 걸 고려하면 올 시즌 종료 뒤 열리는 WBSC 프리미어12 대회와 2020 도쿄 올림픽의 성적에 야구계의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 현장 관계자는 이젠 스포츠 경기 말고도 국민들이 다양하게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여성 팬들을 모았듯 국제 대회 호성적은 새로운 팬들의 대량 유입을 이끄는 결정적인 요소다. 만약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일전에서 우리가 이긴다면 내년 시즌 흥행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행을 위한 파격적인 마케팅도 분명히 필요하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야구 저변을 넓히는 의미로 올 시즌 영국 런던에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정규시즌 맞대결을 개최했다. 또 내년엔 아이오와 주에 있는 옥수수밭 근처에 지어진 임시 야구장에서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특별한 경기를 펼친다. 1989년에 개봉한 영화 ‘꿈의 구장’ 개봉 30주년에 맞춰 영화 내용을 구현하기로 한 것이다.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한 영화 ‘꿈의 구장’에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 팬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주인공은 아이오와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온다’는 계시를 받고 꿈의 구장을 짓기 시작한다. 그 꿈의 구장에 과거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찾아온단 내용이다.

KBO리그에서도 단순히 천편일률적인 홈구장 경기 개최를 떠나 메이저리그와 같이 스토리가 있는 경기를 만들어보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라이벌 매치를 더 활성화하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선 도쿄돔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 홈경기를 개최한 걸 봤다. 후쿠오카에 있는 소프트뱅크와 삿포로에 있는 니혼햄 파이터스가 중립 구장인 도쿄돔에서 붙었는데 관중석이 꽉 찼더라. 사실 KIA와 롯데가 잠실구장에서 제대로 맞붙은 적이 없다. 우리가 방을 빼줄 테니까 영·호남 라이벌 팀이 서울에서 제대로 붙어보자는 거다. 그런 게 정기적인 라이벌 매치로 이어지면 이슈가 더 생길 수 있다. 두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두산과 LG 간의 잠실 라이벌 매치를 제주도 야구장에서 개최해보잔 의견도 제시했다.

두산과 LG는 제주도에서 붙어보는 거다. 야구팬들이 제주도 여행을 즐기는 동시에 평소 보지 못하는 제주도에서의 잠실 라이벌 맞대결을 본다면 지역 경제와 야구 흥행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론 앞서 나온 경기 개최를 위해선 광고권·구장 사용권·라커룸 등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금 야구가 위기라는 인식 속에선 그동안 안 했던 파격적인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영국 런던과 아이오와 주 옥수수밭에서 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 홈 팀들은 기존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경기력과 관중 손해를 감수하고 경기에 나선다. 그만큼 야구 위기론과 흥행을 위한 과감하고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셈이다. KBO리그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예전과 똑같이만 한다면 옆으로 눈만 돌려도 즐길 거리가 넘치는 현시대에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위해선 그동안 하지 않은 파격적인 시도가 필요한 때다. 잠실 100만 홈 관중 붕괴 위기가 주는 교훈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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