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라오스 ‘국빈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만찬
-“라오스 야구장 추가 건립 도움 부탁, 긍정적인 답변 들었다”
-“라오스 야구 발전 빨라, 세계 야구 저변 확대에 도움 되길”
-“라오스 야구가 국제무대 서는 날까지 주춧돌 역할 하겠다.”

라오스 분냥 보랏칫 대통령(사진 왼쪽부터)과 이만수 감독,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국빈 방문 공식 만찬장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만수 감독)
라오스 분냥 보랏칫 대통령(사진 왼쪽부터)과 이만수 감독,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국빈 방문 공식 만찬장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만수 감독)

[엠스플뉴스]

라오스엔 야구장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가 야구장 건설에 도움을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9월 5일 라오스에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감독의 부탁을 성의껏 경청한 뒤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이 감독은 5년째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서 야구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재능 기부로 시작한 이 감독의 '라오스 야구 보급'은 어느새 라오스 첫 정식 야구팀 창단과 야구협회 설립, 첫 아시아경기대회 출전, 그리고 첫 국제 규격 야구장 건설 순으로 이어졌다.

그중 국제 규격 야구장 건설은 이 감독의 숙원 가운데 숙원이었다. 이 감독은 라오스 정부로부터 비엔티앙 지역 야구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그리고 DGB 대구은행의 후원과 자신이 설립한 헐크 파운데이션에서 야구장 건설 예산을 마련해 올해 4월, 야구장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이 감독의 라오스 야구 프로젝트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 감독은 향후 20년 프로젝트로 라오스 야구를 국제 대회 유치가 가능할 정도로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 물론 자신이 그 성과물을 다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단 게 이 감독의 진심이다. 이 감독은 그저 라오스 야구에 주춧돌을 놓아주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을 준다면 다행이라며 고갤 숙였다. 엠스플뉴스가 이 감독에게 문재인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 만남과 라오스 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직접 들어봤다.

민간 외교관으로 맹활약 중인 라오스 야구 전도사 이만수

라오스의 첫 국제 규격 야구장 건설 현장. 이만수 감독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던 야구장 프로젝트가 4월부터 시작됐다(사진=이만수 감독)
라오스의 첫 국제 규격 야구장 건설 현장. 이만수 감독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던 야구장 프로젝트가 4월부터 시작됐다(사진=이만수 감독)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 국빈 만찬에서 만난 게 화제였습니다.

한 달여 전부터 라오스에선 우리 대통령님의 국빈 방문 소문이 '쫙' 났습니다. 저도 만찬 참석 얘길 미리 들어서 야구장 건설 현장을 보러 갈겸 라오스로 오게 됐어요. 대통령님께서 악수만 하실 줄 알았는데 저를 잘 알아보시고 포옹까지 해주셔서 기뻤습니다(웃음). 영부인께서도 현역 시절부터 팬이었다며 반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라오스 분냥 보랏칫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찍은 사진, 인상적이었습니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님 내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라오스 대통령님께서도 뛰어오셔서 같이 찍자고 해서 그런 사진 구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가운데 서는 위치가 아닌데 급하게 찍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웃음).

야구 얘기로 만찬장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라오스 대통령님과 총리께서 문재인 대통령님께 라오스 야구에 관한 얘길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도 야구를 좋아하시니까 서로 공감대가 잘 형성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오스 대통령님께서도 라오스 야구장 건립 얘길 꺼내셨고요. 저도 외무부 강경화 장관과 국가안보실 김현종 차장을 만나 야구장과 관련한 도움을 부탁드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라오스 야구장 건립에 도움을 준다면 꽤 의미있는 일이 될 듯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께 라오스 야구장 추가 건립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한국 이름이 들어가는 야구장이 하나라도 더 생기면 국가 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봐요. 라오스는 풍부한 지하자원과 우수한 목재 등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입니다. 민간 외교관처럼 한국과 라오스의 관계가 더 깊어져 서로 도움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라오스 야구인들도 기대가 크겠습니다.

아마 야구장이 완성되면 더 난리가 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니까 저만 믿는다고 얘길 하니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웃음). 5년 전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라오스에 왔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온 게 믿기지가 않네요.

“라오스 및 동남아 야구 발전, 세계 야구 저변 확대에 큰 도움 될 것”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라오스 야구대표팀과 이만수 감독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만수 감독)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라오스 야구대표팀과 이만수 감독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만수 감독)

5년간 라오스 야구 수준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번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봤는데 실력이 정말 좋아졌어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엘리트 팀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여자 야구의 수준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여자 야구 얘긴 의외입니다.

여자 야구 선수들도 4년째 키우고 있는데 현재 선수 30명 정도가 있어요. 세계 10위 안으로 성장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기본적으로 여자 선수들의 주력이 다 좋아요. 하루도 훈련을 빼놓지 않고요. 내년엔 한국에 한번 초청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특히 올해 열린 LG배 국제여자야구대회엔 참가 못했는데 2년 뒤엔 실력을 잘 쌓아서 꼭 참가하게 도와주려고 합니다. 모든 대회 참가 지원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해놨습니다.

남자 야구 선수들도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라오스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1차 예선에 출전해 태국와 스리랑카를 상대로 2패로 탈락했다)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 경기를 라오스 방송국에서 중계했어요. 그래서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야구부 지원 숫자가 더 늘었습니다. 남자팀 권영진 감독과 여자팀 박상수 감독, 그리고 여자팀 황세웅 코치 등 세 지도자가 선수 150명을 가르치고 있어요. 사실 지도자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 11월 필리핀에서 11개 동남아 나라들이 모여 개최하는 야구 대회인 SEA(Southeast Asian) GAME이 열려요. 4년마다 열리는 가장 큰 동남아 야구 국제대회인데 예산 부족으로 라오스 대표팀 참가가 힘들어졌습니다. 최근 가장 안타까운 일입니다.

라오스 야구가 더 발전해 국제 무대에서 자주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라오스 야구의 미래가 정말 밝다고 생각합니다. 열대지방이라 몸집이 조금 작지만, 그래도 야구를 향한 열정은 뒤지지 않아요. 주변 동남아 국가들을 포함해 다함께 발전했으면 합니다. 올림픽 종목 재진입을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야구 저변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봐요. 라오스 야구도 높은 위치까지 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위치까지 가는데 있어 정말 큰 역할을 할 듯싶습니다.

한국 야구 역사가 100년입니다. 라오스도 30년 정도는 더 지나야 할 겁니다. 비록 저는 국제무대에서 성장한 라오스 야구를 못 보고 세상을 떠날 수 있지만, 라오스 야구의 주춧돌만 만들어주고 떠나도 됩니다. 제 뒤를 이어 후배들이 라오스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줄 거로 믿어요.

“라오스가 국제대회 유치 수준까지 발전하는 게 내 마지막 인생 목표”

이만수 감독이 라오스에서 지도받는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라오스 여자 야구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2년 뒤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참가를 소망했다(사진=이만수 감독)
이만수 감독이 라오스에서 지도받는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라오스 여자 야구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2년 뒤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참가를 소망했다(사진=이만수 감독)

라오스 선수들이 감독님을 정말 좋아하겠습니다.

이번에 라오스를 갔는데 대학교를 졸업해 팀을 떠난 선수 한 명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라오스에선 실업팀이 없으니까 대학교를 졸업하면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야구부에 있던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잘해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아 또 하나 얘기드릴 게 있어요.

어떤 얘기입니까.

라오스로 떠나기 전에 교회에 갔는데 라오스에서 온 사람이 저를 찾는다고 하더군요. 누군지 보니까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 때 유격수로 출전한 선수(짜이)였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가 시험을 쳐서 한국 화성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으로 연수를 왔더라고요. 3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와 인사하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야구로 한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니까 더 힘도 나고요. 라오스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얘길 하니까 더 큰 희망을 갖더라고요. 또 한국어 공부 붐도 일어났고요(웃음).

라오스 야구를 위해 더해야 할 일이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인생 마지막 자락에서 80세까지 20년 프로젝트를 세웠습니다. 야구장 네 면을 라오스에 짓고 SEA GAME과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마지막 목표에요. 물론 저는 그 결과를 못 보고 세상을 뜰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목표를 향해 주춧돌을 놓아주는 역할을 끝까지 하겠습니다. 그런 라오스 야구의 미래를 상상하면 저는 지금도 항상 행복합니다(웃음).

라오스 야구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을 듯싶습니다.

어떤 자리든 가리지 않고 재능기부를 하고 있기에 저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야구팬들이 50년 동안 주신 사랑덕분에 제가 이렇게 의미 있는 삶을 마지막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만수와 라오스 야구를 기억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조금이라도 뜻이 있으시면 헐크 파운데이션 재단에 도움의 손길을 부탁드립니다. 라오스 야구에 큰 힘이 될 겁니다. 한국 야구가 라오스 야구 역사에 많은 도움을 주도록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야구팬들의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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